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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Sep 10. 2017

아이유와 스물다섯

아이유 '팔레트'를 듣고

아이유가 옛 기억에 접근하는 방식은 변함없이 꾸준하다. 예를 들어 나이를 먼저 밝히고 그 나이대에 일어났던 감정을 말하고 자평하는 흐름이 그것이다. ‬아이유가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쓴 "중학생이었던 이지은이 벌써 고등학생(졸업하는 날)" 부터 앨범명이 "스무살의 봄", "Im twenty three(스물셋)" 어제 나온 "Im twenty five(팔레트)까지. ‬


‪그녀가 노래 속에 특정 나이를 드러내며 얻는 것은 대중가수로서 자신과 같은 나이(대)를 가진 대중들의 빠른 공감과 응집력, 나아가 그 나이를 지나갔던 대중들의 집단 과거 회상 버튼을 누르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과거 특정 상황마다 느꼈던 감정을 나이로 그룹화시켜 자신(혹은 그녀가 바라보는 사람들)의 삶을 정리하는 체계이다. ‬


‪그녀는 영민한 뮤지션이자 스타이다. 숫자로 표시되는 삶(특히 이 사회에서 유독 강조된다) 속에서 자신의 현재 위치, 그동안 대중에게 어필한 특정 이미지의 유통기한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있다. ‬그런 그녀는 단지 사실을 확인하고 깨닫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시간이 흘러 결국 어떤 끝이 오더라도 결말을 "아이유답게" 만들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


‪다만 그녀가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나이에만 묶여 골몰하지 않길 바란다. 구체적인 나이와 그 나이에 걸맞는 이벤트와 느껴야 하는 감정이 의무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유가 1993년에 태어난 한국 여성이고 대중에게 파급력이 높은 인물인 점도 고려해야한다. 그녀가 "23" "25"를 전면으로 내세울 때 의도가 어떻든 한국 여성은 계속해서 나이와 더 결박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젠 몇 살의 아이유가 아니라 그냥 아이유여도 된다.‬


‪비슷한 우려를 한 것일까. 아이유보다 "다섯 살 밖에 안 먹은" 지디는 이번 타이틀곡에서 그녀에게 말한다. "애도 어른도 아닐 때"이고 "그저 나일 때"일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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