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팔레트'를 듣고
아이유가 옛 기억에 접근하는 방식은 변함없이 꾸준하다. 예를 들어 나이를 먼저 밝히고 그 나이대에 일어났던 감정을 말하고 자평하는 흐름이 그것이다. 아이유가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쓴 "중학생이었던 이지은이 벌써 고등학생(졸업하는 날)" 부터 앨범명이 "스무살의 봄", "Im twenty three(스물셋)" 어제 나온 "Im twenty five(팔레트)까지.
그녀가 노래 속에 특정 나이를 드러내며 얻는 것은 대중가수로서 자신과 같은 나이(대)를 가진 대중들의 빠른 공감과 응집력, 나아가 그 나이를 지나갔던 대중들의 집단 과거 회상 버튼을 누르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과거 특정 상황마다 느꼈던 감정을 나이로 그룹화시켜 자신(혹은 그녀가 바라보는 사람들)의 삶을 정리하는 체계이다.
그녀는 영민한 뮤지션이자 스타이다. 숫자로 표시되는 삶(특히 이 사회에서 유독 강조된다) 속에서 자신의 현재 위치, 그동안 대중에게 어필한 특정 이미지의 유통기한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있다. 그런 그녀는 단지 사실을 확인하고 깨닫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시간이 흘러 결국 어떤 끝이 오더라도 결말을 "아이유답게" 만들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다만 그녀가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나이에만 묶여 골몰하지 않길 바란다. 구체적인 나이와 그 나이에 걸맞는 이벤트와 느껴야 하는 감정이 의무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유가 1993년에 태어난 한국 여성이고 대중에게 파급력이 높은 인물인 점도 고려해야한다. 그녀가 "23" "25"를 전면으로 내세울 때 의도가 어떻든 한국 여성은 계속해서 나이와 더 결박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젠 몇 살의 아이유가 아니라 그냥 아이유여도 된다.
비슷한 우려를 한 것일까. 아이유보다 "다섯 살 밖에 안 먹은" 지디는 이번 타이틀곡에서 그녀에게 말한다. "애도 어른도 아닐 때"이고 "그저 나일 때"일 뿐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