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6시 40분. 평소처럼 출근 준비를 했다. 백색소음으로 늘 틀어놓는 23번 또는 24번 뉴스 채널 소리를 들으며 로션을 발랐다. 김포 공사장 현장에서 50대 인부 두 명이 시멘트를 건조시키기 위해 피어놓은 갈탄에 질식해 숨진 사건이 무심하게 흘러갔다. 그런데 갈탄, 갈탄이 뭐지. 로션을 바르다 말고 잠시 티비로 고개를 돌렸다. 혹시 번개탄을 갈탄이라고도 부르는걸까. 궁금했던 갈탄은 화면 어디에도 비춰지지 않았다. 그래, 그거 번개탄 같은거겠지. 김이 서린 창문을 열어 동네를 내려다봤다. 오늘 눈이 정말 많이 쌓였네. 하늘은 어제보다 더 어둑하고. 그래서 눈 쌓인 땅이 더 환해보여. 올해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해도 될까. 눈 내린 날은 춥지 않다고 했으니깐 오늘만큼은 핫팩을 두고 가야지. 늦겠다. 얼른 출발하자. 아침에 놓친 갈탄을 다시 본 건 이 날 저녁이었다. 오후 쯤에 터진 어느 유명 가수의 결혼 소식으로도 이미 충분한 날이었다. 갑자기 비슷한 연배의 다른 유명 가수의 자살 소식이 뜨기 시작했다. 언젠가 티비에서 자신이 쓴 소설에서 가장 좋아하는 문장을 말하던 이였다.
“그는 이렇게 흉포한 우울감을 만날 줄 상상도 못했다.”
지나치게 상세한 기사 내용에서 아침에 듣던 갈탄 글자를 봤고 다시 갈탄을 검색했다. 오늘 밟은 눈과 달리 어둡고 거칠었다. 혹시 그가 오늘 아침에 나와 같은 뉴스를 본 게 아닐까. 만약 그 뉴스를 내 꿈에서만 봤다거나, 나한테만 보이는 뉴스였다면 그는 지금도 살아있지 않았을까. 그것만 아니었으면 다시 겨울 아침을 볼 수 있지 않았을까. 눈 속에 오늘 봤던 것을 모두 묻고만 싶다.
ㅡ
1990-2017
샤이니 종현,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