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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Jan 28. 2018

한파 속 근황

혼자 겨울과 서울을 감당하기

한겨울이다. 


늘 목이 아프고 카페에 가면 늘 따뜻한 커피를 주문한다. 얼마 전 급하게 머플러와 목티를 샀다. 한파가 모두 끝났다는 기사는 거짓이었다. 늘 무언가에 쫓기듯 산다. 오늘보다 내일 속에 살기 바쁘다. 매일 새벽 다섯시 삼십분에 일어나 티비 뉴스를 틀어놓고 씻는다. 사과즙을 마시고 식빵 두 조각을 미니 오븐에 구워 생크림을 발라 먹는다. 일곱시에 버스를 타고 한 시간을 달려 출근 시간보다 일찍 회사에 도착한다. 오전 아홉시부터 오후 여섯시까지, 종종 밤 아홉시까지 야근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하루가 가면 일주일, 한 달은 금방이다. 단기 계약직으로 지난 10월에 시작한 이 일은 이제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 사이 같이 들어왔던 동료 한 명은 상사에게 말대꾸를 했다는 이유로 잘렸다. 상사들은 지킬 건 지키자며 나를 포함 남은 사람들을 회유했고 얼마 전 세 번째 월급을 받았다. 연말에 애인과 페미니즘을 소재로 다툼이 있었지만 원만히 해결했고 지금까지 별 갈등없이 잘 지내고 있다. 얼마 전 이 주년을 맞았다. 추운 날씨 탓에 우리집에서 자주 본다. 뱅쇼를 만들어서 먹기도 하고 넋을 놓고 예능 프로그램을 보기도 한다. 함께 침대에 누워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을 공유한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은 <필경사 바틀비> <오늘은 맑음>이다. 얼마 전 다 읽은 책은 <대리사회> <소비의 역사>이다. 연말부터 연초까지, 매주 한 명 씩 집으로 친구를 초대했다. 자주 마신 술은 와인이고 요즘 거의 먹지 않는 술은 소주이다. 멜론 뮤직을 탈퇴하고 애플 뮤직을 가입했다. 오존(O3ohn) 앨범을 자주 듣는다. 요즘 가장 큰 고민은 진로이다. 연봉 2200만원 일자리가 수두룩하다. 고작 복리후생이 사대보험이 전부인 회사 구인 정보에 백 명 넘게 지원자가 몰린 것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 여러 조직 사회를 겪으며 수직적인 체계가 더 싫어졌고 아예 이곳을 떠나고 싶은 생각마저 처음 들었다. 스물 여덟살을 의식할수록 마음이 조급해진다. 점점 글을 잘 쓰지 않는다. 내일 일이 있기 때문이다. 너를 잘 생각하지 않는다. 어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와 핀터레스트, 트위터를 자주 본다. 그래야 일을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좀처럼 미래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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