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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혁H Aug 22. 2021

바라는 이미지를 꼽아볼까

21.03.14.

내가 바라는 나의 이미지를 꼽아볼까

조금 더 다듬고
약간 더 줄이고
살짝 더 감추고
저길 더 바꾸고
뭔가 더 늘리고

여기만 고쳐져도 나을텐데
여기는 쉽게 달라지기 힘들겠어
여기를 어찌하더라도 별 소용없겠지

도화지 바탕에 억지스런 붓 터치로
왜곡되고 허황된 그림들은 완성되어
별볼일 없는 회한과 소망을 빚은 채
방 안에 차곡차곡 쌓여만 갔네

반듯해보이는 나만의 갤러리에
콜라주를 애써 모아 전시해 보지만,
결국에 지금도 진짜도 아니라는 걸
벽면의 거울은 거짓을 못 말할 뿐이네

추함만이 적나라하게 투영되니
어느새 언덕 위 건물은 허물어지고
부숴진 유리조각이 만든 핏자국과
먼지 가득한 폐허만 남아버렸네

내가 바라는 나의 이미지를 꼽아볼까, 하다가
마침내 한편에 남아있는 거라고는
오리고 붙이다 산산이 찢겨 흘린
비참한 상태의 잔해들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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