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한 켤레

고흐의 탈을 쓰다

by 채코

회사에 다니며 많은 시간을 보내느라 삶이 녹녹지 않다. 엄마, 아내, 며느리, 직장인 등 나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려면 의자에 편안히 앉아 쉴 틈이 보이지 않는다. 나날이 피곤한 일상이기도 하고 새벽에 일어나 글쓰기로 체력이 금방 고갈된다. 그래서 책상에 잠깐 엎드려 낮잠을 청한다. 하지만 나에게 글쓰기란, 삶의 생기를 불어넣고 작은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소중한 존재이기도 하다. 글 쓰면서 사는 삶이 축복이기도 하다.


최근에 고흐의 그림을 보며 위로를 받는다. 그전에 생각지도 못했던 그림 속 이야기를 알고 나서 고흐가 무슨 생각을 가졌으며 왜 이러한 그림을 그렸는지를 마음 깊이 생각하게 된다. 후대 사람들에게 무엇을 전하려고 이런 '해괴망측한 구두를 그렸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고흐는 굽이 닳고 가죽이 해진 헌 구두를 파리의 시내 벼룩시장에서 구입해 몇 번이나 그렸다고 전해진다.


나는 흙냄새가 나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_고흐


노동자들의 삶을 그리고 그들의 아픔을 나누고 가난한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그의 애잔한 마음이 그림을 통해 느껴진다. 1886년에 그려졌다는 그림이 참으로 별스럽다. 그림 속에서 사람의 본성(사람이 본디부터 가진 성질)을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신기하다.


그리고 나의 본 모습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된다. 카페에 들어가 누군가와 부산스럽게 수다를 떨며 지내는 것보다 가만히 그림 한 점 바라보며 지금을 열심히 살아가며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


"고흐, 좀 더 예쁜 구두를 그리는 게 어때? "


"나는 헌 구두가 더 좋아. 헌 구두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의 신발이야.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착하고 정직한 사람이지. 그러니 헌 구두는 정직한 신발이라고 할 수 있어."


조금 고되지만 날마다 정직하게 살아가는 당신의 삶을 응원하고 싶다_채코
공항에서 고흐 박물관까지 지하철로 30분이면 간다. 언젠가 꼭 가서 그의 그림을 감상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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