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의 탈을 쓰다
파리에서 지내는 동안 고흐의 눈에 한 여인이 들어온다. 정원으로 나가 풍경화를 그리는 것을 좋아했지만 밖은 손을 호호 불만큼 몹시 추웠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실내에서 생활하게 된다. 그리고 집에만 있기 지루하니 그림을 그릴 마땅한 장소를 물색하는 중에 그를 친절하게 맞이하는 이를 알게 되고 따뜻한 차와 음식을 제공하는 그녀를 가까이하게 된다. 카페 탕부랭(탬버린)의 음료는 유난히 따뜻했다. 고흐는 이곳에서 초상화와 정물화를 열심히 그리기로 마음먹는다. 그렇게 겨울의 따스함을 온몸으로 느끼고 고흐의 사랑은 여름까지 계속된다. 그 여인의 이름은 '아고스티나 세가토리' 이다.
그녀는19세에 마네의 작품에서 포즈를 취하여 명성을 얻은 이후 30년 동안 모델로 활약한다. 예술가의 천국인 몽마르뜨에서 그녀의 모델 활동은 계속된다. 마네, 당탕, 코로, 제롬, 들라크루아 등 유명한 화가들 앞에서 멋들어지게 고고한 포즈를 취한다. 이들 중에 당탕과는 12년 동안 연인 관계를 유지하며, 둘 사이에 아이도 있었다. 하지만 1884년 그와 헤어진 후 모델로 벌었던 돈으로 카페를 운영한다. 그곳이 바로 '탕부랭'이다.
모델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예술가들이 카페로 찾아오게 만든다. 그들의 예술 작품을 카페의 벽에 걸고 이탈리아를 테마로 카페의 실내를 독특하게 장식한다. 그 찰나에 가난한 고흐도 그녀가 내어준 따뜻한 차로 그녀에게 마음을 사로잡힌다. 고흐는 세가토리와 계약을 맺고 자신의 정물화를 매주 몇 점씩 맡기고 카페에서 식사를 하게 된다.
[이탈리아 여인]은 곱게 두 손을 모으고 의자에 앉아 있는다. 차분히 모은 두 손의 낀 반지가 흐릿하게 보인다. 그녀는 다른 그림에서 머리띠와 진주 목걸이를 몸에 늘 지닌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빨간 모자와 목걸이가 눈에 들어온다. 아마도 고흐가 요구한 의상에 콘셉트를 맞추려고 장식한 것으로 보인다. 얼굴빛에 초록 물감이 보이는 것이 신비할 따름이다. 검은 허리띠를 졸라맨 것을 보면 다른 화가들이 꺼리는 색을 선택한 것이 분명하다. 희망과 위안을 상징한다는데 패랭이꽃이 축 늘어진 것을 보면 고흐가 그림을 그리는 당시의 둘 사이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궁금하다.
그녀의 욕망과 마음을 소유할 수 없지만 그림 속에 그녀를 단단히 가둘 수 있게 된다._채코
예술가 특히 고흐의 사랑 이야기의 결말이 어떠했는지 무척 궁금하다. 그 관계는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보인다.
결혼해서 아이를 갖는 꿈을 서서히 잃어 가고 있어. 꿈을 키울 서른다섯에 이런 생각을 하니 꽤 서글퍼. 그리고 가끔은 이 빌어먹을 그림을 탓하기도 해._고흐의 편지에서(1887년 7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