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의 다리

고흐의 탈을 쓰다

by 채코

다리를 건너는 중이다. 인생을 절반 이상 살아갔으며 내 선택에 후회 없이 살아간다. 여전히 색에 대해 탐구하고 주변 사물을 캔버스에 담아내기를 좋아한다. 다행히 가진 게 없어서 더 절박한 심정으로 그림을 대하지 않은가 싶다. 누구보다도 간절히 그림 한 점이 팔리기를 또한 예술가로서 인기를 가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다른 예술가들과 별만 다르지 않게 일본 목판화를 기웃거리며 들여다본다. 테오는 여전히 밝은색을 써야 한다며 잔소리가 더욱 심해진다. 탕기 영감의 화방에 드나들며 눈에 들어온 [히로시게] 그림을 벽에 걸어두고 계속 관찰하고 어떻게 하면 명암도 없이 단순하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지 하루 종일 들여다보고 있다. 방 벽면에 덕지덕지 붙여놓은 일본 그림을 보며 일본 화가들의 선이 가진 힘을 배우며 몸으로 익히려고 종이에 그리기를 반복한다. 일본에 꼭 한번 가서 미술가들의 혼을 빌려오고 싶은 마음이나 이 조그만 방에 갇힌 초라한 신세이기에 꿈도 못 꾸는 일이다. 다행히 테오가 미술상이기에 일본 판화를 잘도 가져온다. 나보다 더 할 정도로 일본 판화 수집광이다. 내가 유명한 미술가로 성장하기를 기원하는 동생의 마음이 느껴질 정도로 방 안 가득 빽빽이 일본 벽화가 놓여 있다. 그런 면에서 동생과 나는 미술 이야기를 할 적에 잘 통하는 부분이 있다.


본격적으로 그림을 따라 그리기로 결정한다. 다리를 따라 그리고 그 위를 걷고 있는 사람들을 하나씩 그려나간다. 비가 오는 날이므로 멈추지 않아야 한다. 앞으로 천천히 나아가야 한다. 다리 밑으로 풍덩 빠지지도 못한다. 그래서 모자가 날아가지 않도록 단단히 부여잡고 몸을 최대한 움츠리며 빗속을 걸으니 서서히 그 긴 다리를 빠져나간다. 저 멀리 푸른 바다에 뱃사공이 넘실넘실 강 따라 노를 젓으며 초록빛의 강물이 넘실 거린다. 비가 쏴아 내리지만 하늘은 여전히 밝은 파란색을 유지하고 있다. 저 맑은 하늘처럼 나의 인생도 밝아지기를, 나만이 가진 예술의 빛이 반짝반짝 빛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내 인생의 목표는 최대한 많이, 최대한 잘 그려보는 거야. 그렇게 최선을 다해 그리고 나서는, 인생의 종착역에서 뒤돌아보고 싶구나. 애정을 담아, 그리고 약간의 반성을 담아, 내 인생을 되돌아보면서, 내가 미처 그리지 못한 그림들을 아쉬워하면서 죽어가고 싶어_테오에게 쓴 편지
최대한 많이 익히고 공부하고 많이 쓰면서 살고 싶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잖아._채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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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EF%BC%BFScreenshot%EF%BC%BF20250317%EF%BC%BF052655%EF%BC%BFSamsung_Internet.jpg?type=w580 왼쪽=히로시게, 오른쪽=고흐
900%EF%BC%BF1742220364130.jpg?type=w580 고흐가 가고 싶었던 일본 그림 속 오하시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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