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의 탈을 쓰다
파리에서의 생활이 재미없으며 환멸을 느끼게 된다.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2월 10일 아를에 도착한다. 당시 눈이 소복이 쌓여 있고 상당히 추워서 깜짝 놀라게 된다. 그래서 밖에 나가기가 꺼려진다. 다행히 3월이 다가오며 따뜻한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오게 된다. 낯선 곳에서의 생활에 생기를 불어넣으려고 캔버스를 들고 전원을 헤매고 다닌다. 마침 강둑 아래에서 빨래를 하는 여인들이 보인다. 수문이 활짝 열리는 랑글루아 다리와 분주하고 바쁜 나날을 보내는 빨래터의 여인을 보니 고향 네덜란드가 생각난다. 혼자 있으니 단단히 향수병에 걸려서 더욱 그리워진다.
"나는 계속해서 고국을 추억한다. 갑절의 먼 거리와 지나간 옛 시간을 휘젓는 기억에는 비통함이 담겨 있다._고흐"
내가 본 사람
내가 먹어본 음식
스치고 지나간 바람 소리
내가 아이들과 뛰놀던 강둑
내 뇌리를 일깨우는 아버지의 잔소리
화폭에 담고 싶은 어머니의 얼굴
너무나 생각나는 그 사람들
귀향과 고통을 즐기는 삶
고향이 그리워
<채코>
고향을 생각하며 그림을 그린다. 한 장만으로 만족할 수 없어서 연달아 스케치하고 계속해서 습작을 그리며 '랑글루아 다리'를 주제로 총 9장의 유화, 수채화, 드로잉을 완성한다. 따뜻한 날에 자연은 나를 흥분하게 한다. 첫 번째 그림을 그릴 당시만 하더라도 자연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다. 두 번째 그림에서 에메랄드빛 푸른 강물을 찾아낸다. 마지막 그림에서 노란색에 매료된다. 노랑 노랑 하는 기분이 들게 된다. 노랑에서 자유를 찾게 되기까지 아를에서의 생활에 기대감이 넘쳐흐른다. 노랑에 대한 색감을 찾았으니 그 색감을 탐구하며 앞으로의 작품에 그대로 드러나게 할 작정이다.
"너랑 나랑 노랑, 오늘도 노랑 노랑 하세요."_채코
"전원의 평온함과 화사한 색이 도는 분위기가 나를 감동케 했다. 강물은 일본판화에서 본 것처럼 아름다운 에메랄드와 진한 푸른 빛이었다"_1888년 3월 18일 고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