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를의 붉은 포도밭

고흐의 탈을 쓰다

by 채코

아를에 있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다. 아를에 도착하여 2월부터 9월까지 전원을 헤매고 다니며 그림을 그리지만 나의 그림이 판매되었다는 소식을 테오에게 들은 적이 없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파리에서 미술상을 하는 테오가 매달 250프랑의 생활비와 작품비를 빠트리지 않고 보내준다. 그것으로 물감을 쌓아놓고 산다. 혹시라도 그림을 그릴 때 부족함이 없도록 철저히 준비해 놓는다. 테오 덕분에 자유롭게 하고 싶은 만큼 그림을 그리고 작품에 몰두할 수 있지만 늘 미안한 마음을 가진다. 그래서 매번 그림과 편지로 현재의 상황을 전하고 있다. 무거운 어깨가 짓누르지만 오늘도 태양빛을 향해 이젤을 들고 들판으로 향한다. 해질녘에 캔버스를 펼치고 농부들이 포도를 수확하는 장면을 그린다. 저 멀리 태양이 저물어 가는 중에도 허리를 깊게 숙이고 쉬지 않고 일하는 농부들이 보인다. 1년 내내 밭을 일구고, 잎을 고르고, 열매가 열리기까지 농부들의 수고로움을 태양빛과 함께 고스란히 담아놓는다.


아를에서의 바깥 풍경은 나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고 작품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었으며 색감의 표현력이 극에 달한다. 색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그 사물을 어떤 색으로 표현했을 때 화려한 작품이 되는지 나의 예술에 대한 혼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이 그림을 테오에게 보내며 편지를 쓴다.


"비가 내린 뒤 석양이 땅을 보라색으로 바꾸고 포도 잎은 와인처럼 붉게 물들일 때 그린 그림이야."_고흐


드디어 이 그림이 안나 보쉬에게 400프랑(100만원 정도)에 팔리게 된다. 기쁜 소식이지만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농부는 수확하는 대로 포도를 가질 수 있지만 예술 작품이라는 것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많은 그림을 그리면서 행복감으로 가득 차고 벅차오르는 감정은 농부와 같을 수 있지만 포도를 수확하는 기쁨, 작품이 판매되는 기쁨의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묘한 기분을 가진다. 그리고 그 순간 모든 것을 알게 된다.


"지금까지의 경우를 보면 예술작품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작가가 죽으면 작품값이 오르더구나."_고흐


그가 온전히 하고 싶은 그림을 그리려고 매일 4계절 들판을 나다니지만 삶이, 인생이 달콤하지는 않는구나. 두 딸과 잘 걷지 못하는 96세 되시는 시어머님의 용돈을 드리려고 매일 일 다니는 고된 삶이지만 좋아하는 글쓰기를 할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_채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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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그리려고 1시간을 걸어서 몽마주르 근처의 포도밭에서 그림을 그렸구나. 너의 흔적을 찾아다니며 너를 알게 되어 기쁘다.

53648562189.20250319175301.jpg 나의 중년은 청춘보다 아름답다저자이미루,문현주(쥬디),양진화(숨숨북),김혜경(도우너킴),문영옥(메이퀸),이효진(채코),최정희(할수),호프맨 작가출판바른북스발매2025.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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