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의 탈을 쓰다
아를의 6월 풍경은 정말 경이롭기 그지없다. 하늘은 맑은 푸른빛이고 밀밭은 노란빛으로 밝게 물들었으며 여름 바람이 나풀나풀 불어와 나의 마음을 간질인다. 어서 빨라 밖으로 향해 농부들의 모습을 화폭에 담아야 한다. 밀밭의 추수가 끝나기 전에 고스란히 담아 농부처럼 미술가는 끊임없이 그림을 화폭에 담는다. 농부의 곳간에 곡식이 가득 차듯이 나의 그림들이 화실에 가득하게 만든다.
햇빛이 너무 강렬하여 하루 종일 앉아서 그림 그리기에 지치고 허기지는 일이 많다.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어 더위가 쉬 가시지 않는다. 하지만 나의 장점은 다른 이들보다 그림 그리는 속도가 남다르다. 주변 환경에서 보이는 사물을 탐구하고 배경을 마음에 담으며 빠르게 스케치한다. 그래서 더 많이 그릴 수 있는 비결을 가진다. 때로는 농부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어떤 때는 그림을 그리면서 내가 농부가 되어보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추수를 거두는 그 숭고한 마음을 고스란히 배우고자 한다. 비록 농부처럼 평범한 삶을 살지 않아 괴로울 때도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길을 선택했으니 더욱 그 길에 매진하는 삶을 살아가리라.
"평범함이란 잘 포장된 도로와 같다. 걷기는 편할 수 있어도 그 길에는 그 어떤 아름다운 꽃도 필 수가 없는 것이다."_고흐
"지금은 가을이라 밀밭을 마음껏 그릴 수 있는 기회야. 농부들이 포도 수확하는 모습, 바다 풍경도 그려야 하니 가을은 더욱 바쁘구나. 난초들은 분홍빛과 흰색인데, 밀밭은 노란색이고 바다는 파랗다니까. 정말이지 가을은 온통 빛으로 가득 차 있구나."_고흐
"잠시라도 내 안에서 걱정 없는 삶, 번영을 위한 삶에 대한 욕망이 속구치는 것을 느낀다면, 그럴 때마다 나는 기꺼이 고난과 걱정, 역경으로 가득 찬 삶으로 돌아갈 것이다. 나는 그것이 더 좋고, 그로부터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나를 타락시키지 않으며, 이것은 한 사람이 소멸되는 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_고흐
"자신이 선택한 길을 사랑하고 사람들과 조금 다른 삶을 살아도 의식하지 않으며 하고 싶은 길을 우직하게 가는 그이를 존경한다. 매일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 속에서도 끊임없이 새로움을 발견하고 탐구하여 성장하는 모습이 있었기에 모두가 열광하는 화가가 되었을 것이라 짐작한다."_채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