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의 탈을 쓰다
드디어 고갱이 아를의 노란 집에 온다는 기쁜 소식이다. 어서 빨리 2층 손님방의 먼지를 털고 깨끗이 정리하며 페인트를 칠하고 벽에 그림을 걸어 놓는다. 그리고 고갱이 좋아할 만한 태양을 고스란히 닮은 해바라기를 그린다. 노랗게 물들인 해바라기는 기대에 차 있다. 싱싱한 해바라기, 조금 말라비틀어진 해바라기, 씨가 가득한 해바라기, 꽃잎이 반쯤 떨어진 해바라기, 활짝 핀 꽃송이 가득한 해바라기 등 나의 들뜬 기분과 비슷하게 생동감 있게 그림을 그려 나간다. 색감은 행복한 마음을 담아 밝은 노란색부터 붉은 노란색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사용하고, 붉은색에 가까운 화려한 노란색과 꿈틀거리는 붓 터치로 꽃병과 배경까지 온통 노란색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그림을 두텁게 덫 칠하여 진짜 꽃처럼 튀어나올 듯이 완성한다. 노란색 물감이 보이지 않을 만큼 듬뿍 사용한다.
아를에서 홀로 지낸지 8개월이 지났고 고갱이 온다는 소식은 미술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이 내 마음을 고갱도 알아주면 좋겠다마는 두 달 동안 기다리는 내내 달뜬 마음을 주체하기 어렵다.
행복은 성취의 즐거움, 그리고 창조적인 노력의 두근거림 속에 존재한다._고흐
" 요즘 작업하는 방식은 인상파 화가들보다는 들라크루아의 생각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다. 즉, 눈앞에 보이는 것을 정확하게 복제하기보다는 나 자신을 강렬하게 표현하기 위해 색채를 더 임의적으로 쓰고 있다. 최근에는 평소에 알고 지내던 한 화가의 초상을 그릴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_1888년 8월 11일, 고흐
고흐의 그림을 통해 그의 순수한 사랑을 알게 된다. 고갱과 그림을 동일시 하고푼 마음이 고스란히 담아 놓았으니 이 아름다운 봄날에 해바라기 꽃이 더욱 값지고 빛나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