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의 탈을 쓰
고흐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림 속에 철학을 담고 있다. 만약 그가 그림만 그렸다면 사람들이 그가 그린 그림에 대해 이렇게 열광하지 않았을 것이다.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기에 그의 정신세계를 알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그의 그림을 글로 표현하고 그가 되기로 결심한다. 고흐가 되어 그의 마음이 어떤지 왜 이러한 그림을 그렸는지를 설명한다. 자신의 방을 그림으로 그리면서 휴식을 취하고 싶었던 그와 그림을 보고 글로 표현하며 휴식을 취하는 나는 동일한 인물이다. 따라서, 그의 마음과 나의 마음은 일치한다. 지금 당장 보이지 않는 그이지만 내 눈에는 그가 보인다.
<아를의 반 고흐의 방>
방을 그리기로 결심한다. 푸른 곰팡이가 얼룩덜룩한 마룻바닥, 낡은 나무 침대, 두 개의 의자, 테이블, 벽에 걸린 수건, 조금 열려있는 창문, 그 옆에 걸린 거울, 침대 머리 쪽 벽의 옷걸이와 자화상 두 점을 포함하여 벽에 걸린 그림들, 다른 이에게는 평범하게 보이겠지만 이 공간을 만들기 위해 고스란히 내 손길이 들어가 있다. 파리에서는 가질 수 없는 혼자만의 독립적인 공간임이 확실하다. 온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방을 그리고 싶었다.
원근법이 지나치게 과장되어 전체적으로 뒤로 쏠리는 느낌이 든다. 벽에 걸린 액자가 쏟아질 듯 불안하다. 그림자를 과감히 빼버리고, 사물 윤곽의 특징을 강조하기 위해 강한 색채를 써서 사물들이 제각각 도드라지게 보이도록 표현한다. 작품의 세밀함을 유지하려고 여러 번 같은 그림을 스케치하고 완성한다. 고갱을 기다리는 동안 한 점을 그리고 생레미 정신병원에서 나머지 두 점을 완성한다.
아를의 침실을 3번이나 그린 이유는 완벽한 휴식을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구성으로 그리는 순간 나에게 아를의 침실(고흐의 방=안식처)은 휴식이다._고흐
고갱이 올 거라는 기대감에 방을 깨끗이 청소하고 고갱 스타일로 방의 그림을 그리고 고갱이 올 수 있도록 편지를 남겨 그를 맞이하고 기다리는 지루함 속에서도 희망은 계속된다. 하지만 대비되는 성격차이로 고갱과의 관계가 지속될 수 없었고 어쩔 수 없이 생레미 정신병원으로 이동했지만 나에게 휴식은 정말 간절한 의미를 가진다. 누구의 감시도 받지 않은 채 집으로 돌아가 오롯이 맑은 정신으로 생활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극심한 피로감으로 매일 시달리지만 나의 방, 그의 방에서 편히 쉬고 싶다. 창살 너머 노란색 집이 그립다. 당장이라도 그 방에서 편히 눕고 싶은 마음이다. 가끔 생레미 정신병원의 직원과 대동하여 밖에 나가 풍경을 그릴 수 있지만 그마저도 숨이 막힌다. 나의 방, 창문을 활짝 열면 정면으로 보이는 라마그테 광장을 한눈에 보고 싶은 간절함을 가진다.
나는 내 작품(그림) 때문에 날 위태롭게 했고 내 이성의 절반은 사라져 버렸어._고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