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의 탈을 쓰다
'영원'이라는 뜻이 도대체 무엇인가?
'영원'이라 함은 어떤 상태가 끝없이 이어짐. 또는 시간을 초월하여 변하지 아니함.
끝도 없이 영원이 계속된다. 생레미 병원에 있는 동안 발작 증세의 고통이 주기적으로 이어진다. 너무나 고통스러운 나날을 더해가니 더 이상 그림을 그리거나 편지를 쓰는 일이 점점 줄어들다가 사라진다. 그러다 8년 전에 그린 스케치를 발견한다.
헤이그에 활동하던 시절에 종종 그림을 그리곤 했다. 그림 속의 노인은 전쟁 참전 용사이고 전쟁 후유증으로 고생한 기억이다. 노인의 손과 발끝을 그대로 묘사하려고 연필로 여러 장 그리고 판화로도 반복해서 그린다. 어찌하여 그렇게 힘든 나날을 버티고 사는지 그림을 그리며 위로해 주고 싶었다. 그림 한 장을 그리더라도 소설 속 장면이 떠오르듯 무언가를 외치게 만든다.
다시 그리는 그림 속에 스케치를 완성하고 유화 물감으로 덧바르며 생각한다. 그 노인이 얼마나 고통이 심했을지 떠올려본다. 8년전 그림처럼 대머리, 응크린 몸짓, 나약한 어깨, 허름한 구두, 빈약한 손등을 비슷하게 그려나간다. 푸른 옷을 걸치고 바다에 풍덩 빠지고 싶은 마음이 들고 의자 뒤편에 타들어가는 바짝 마른 장작이 되어본다. 장작 뒤편에 쪽문을 드려다보니 갑자기 죽음이 떠오른다.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면 마음의 평화가 찾아온다. 몸이 아파지니 점점 무기력증까지 겹치고 살아가는 의미가 퇴색된다. 병원에서 갇혀있는 동안 별과 달, 하늘과 바다를 마음대로 보지 못하니 힘이 든다. 창살 너머의 갑갑함을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 그동안의 희망, 꿈, 미래, 예술공동체는 나에게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마음과 영혼을 바쳐 작업을 했고, 그 과정에서 미쳐버렸다._고흐
"나에게 미쳐버릴 만큼 좋아하는 것이 있는 건가?"
매일 노예처럼 회사에 가서 말 잘 듣는 망아지처럼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낸다. 고흐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만 그리며 살 자신이 없다. 돈도 벌어야 하고 글도 써야 한다. 글만 써서는 되지도 않는다. 현실에 순응하고 내공을 쌓으며 조금씩 나아간다고는 하나 좌절하는 날도 있다. 주변의 잡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눈치껏 행동한다. 언젠가 푸른 바닷가 벤치에 앉아 글만 쓰는 삶을 상상한다.
영원히 글만 쓰고 싶다._채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