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르의 거리와 계단

고흐의 탈을 쓰다

by 채코

오베르에 와서 휴식을 취하지만 붓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되도록 하루에 한 점 이상 그리려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있다. 여전히 정신이 온전하지 않고 무슨 연유에서인지 우울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다른 이들도 나와 같이 삶이 순탄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아니면 나만 이렇게 힘들게 사는지도 모를 일이다.


테오를 잠깐 보고 와서도 이내 기분이 좋지 않다. 나 때문인지 아니면 아들이 태어나서 피곤한지 모르지만 얼굴에 주름이 가득하고 다크서클이 비치며 풀이 죽은 듯한 인상을 받았다. 예전에 보았던 테오의 밝은 모습을 어디에서도 찾을 길이 없다. 아마도 내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짐이 부담스러워 보인다. 이렇게 앉아서 그림만 그린다고 삶이 달라지는지 괜한 짓을 하고 있는 게 아닌지 스스로 자책해 본다. 테오에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으로 비친다면 더욱 괴롭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나의 내면을 보여준다는데 오베르 계단 보면서 그림을 그리는 지금의 나는 정체성이 흔들린다. 왜 살아야 하는지 딱히 정답이 존재하지 않으니 인생이 허망하다. 그런 마음이 사라지도록 다시 연예를 하고 결혼을 해서 자식을 가지라는 테오의 조언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희망을 가질 수 없다. 정신이 늘 혼란스럽고 발작 증세가 가라앉지 않으며 경제적인 부분이 해결되지 않는다. 마음속에 나이 어린 여인을 늘 품고 살지만 짝사랑을 하고 가슴앓이 하며 살고 있다. 끓어오르는 남성의 열정으로 오베르 계단을 오르는 기품 있는 저 여인들을 모두 끓어 안고 품고 싶지만 세상이 허락하지 않는다.


검은색으로 짙게 바탕을 그려서 사물을 강조하고 시각적 아름다움과 감정적 해석을 작품에 담아내려고 꼼꼼하고 세세하게 그리기 위해 미세한 붓으로 정밀하게 주의를 기울여 다양한 질감과 깊이를 더한다. 오베르의 건물과 자연이 대조를 이루며 연결점을 탐험하고 있다. 그저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구불거리는 마음을 담아 자연 풍광을 그리며 남은 여정을 이어갈 뿐이다. 하루하루 조금 지루하다 싶게 사건사고 없이 조용한 나날을 보낸다. 테오가 옆에 있으면 증상이 조금 호전되려나 싶지만 파리에서 가정을 꾸리며 힘겹게 사는 테오에게 답장이 오지 않는다.


그냥 세상에 협상하며 다른 이들과 동일하게 삶을 살았다면 내 삶이 조금 나아지지 않았을까? 이렇게 나만 힘든 삶을 사는 건가?


사람은 왜 평범해질까? 그것은 세상이 명령하는 대로 자신을 맞춰가면서, 세상에 결코 반대하지 않고 다수의 의견에 따르기 때문이다._고흐


나 또한 세상이 명령하는 대로 그저 그런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기계처럼 살아가고 있다. 머리가 텅 빈 사람이 되어 높은 자리를 차지한 인간의 말로 시체처럼 내 몸을 억지로 이끈다. 주체적인 삶이 존재하지 않으니 별처럼 반짝이는 인생이 왔다가 사라진다. 더 나은 삶을 살라고 외치지만 그런 삶이 존재하기는 하는 건가? 늘 똑같은 삶을 사느냐고 오늘도 엘리베이터 12층 버튼을 누른다. 그래서...


당신의 인생은 여전히 1층입니다._채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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