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의 탈을 쓰다
여기가 어디 인가? 생레미 병원에서 1890년 5월 퇴원을 한다. 퇴원을 해도 되는 건지 내 정신 상태가 말이 아니다. 파리에 사는 테오를 만나 그의 가족들을 만났고, 그 후 파리를 떠나 그곳에서 20킬로미터 떨어진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 살게 된다. 동료 화가 피사로가 오베르에 살고 있던 가셰 박사를 찾아가서, 치료를 받으며 머물라고 권유한다.
탐탁지 않았지만 다들 나의 병에 관심을 가지고 치료하기를 원한다. 나도 잘 모르는 나의 병에 내가 괜찮다고 해도 그들은 과한 관심을 가진다. 오베르에 도착하자마자 가셰 박사를 찾아가 치료를 받았고 호텔에 머물라고 권유했지만 작은 여관을 찾아가 머물기로 한다. 남은 돈으로 식비와 물감 살 돈을 남겨두어야 해서 돈을 아껴야 하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가셰 박사를 찾아가는 길이 너무 아름답다.
"오베르는 매우 아름다운 마을이다. 전형적이고 그림과 같은 시골의 풍경이 사방에 펼쳐져 있다."_고 흐
오베르에 머무는 동안 많은 풍경을 화폭에 담으려 한다. 아를에서 느끼지 못하는 아름다움을 마음껏 표현한다. 정신 병원에서 탈출하여 이제 자유를 찾았으니 매일 밖으로 나가 내가 원하는 곳에서 정점을 찍고 싶다.
푸른 하늘을 물감으로 덧칠하고 구불구불한 길을 그리고 집이 약간 흔들리는 느낌으로 표현한다. 내 손가락 끝이 흔들리는지 아니면 내 정신이 흔들리는지 알수 없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에 잠시라도 나의 병에 대해 잊을 수 있다. 짧고 깊이 몰입하는 순간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빠른 스케치는 나를 예술 저 편으로 이끌어주어 순간을 즐길 수 있다. 푸른빛과 나무에서 나오는 생명의 힘이 만나는 순간을 화폭에 담아놓고 바라보고 있으면 혼자 감정이 폭발하여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다른 이들이 성격이 괴팍하다고 놀리지만 그림을 그리는 순간만큼은 순수한 어린아이가 되어 붓놀림이 부드럽게 춤을 춘다. 이러한 공간에 홀로 오베르에 머물게 되어 참으로 기쁘다.
"이곳 집들의 짚을 얹은 지붕은 매우 멋지다. 나는 분명히 이것들을 가지고 무언가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_고흐
병원에서 나오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고흐는 누군가의 이끌러 오베르에 정착한다. 테오의 재정적 지원을 여전히 받고 있으며 어른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는 쾌쾌함이 여전히 남아있다. 스스로 자존감을 잃어가고 점점 쇠약해지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가진다. 생전에 그림 한 점만 더 팔렸더라면 어땠을까? 조금 더 나은 삶을 살지 않았을까? 병이 조금 호전되지 않았을까? 혼자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