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리뷰
현대인들의 스마트폰 의존도를 떨어뜨리기 위해 탄생(?)한 것처럼 느껴지는 제목의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를 본 사람들이라면 스마트폰을 쳐다보기도 싫어질 거다. 스마트폰이 가져온 편리함 이면에 감춰진 위험을 스크린으로 옮겼기 때문. 스마트폰 액정이 깨지는 것도 무서운데, 얼마나 더 무서운 걸 담았다는 걸까?
아주 지극히 평범한 직장인 나미(천우희)는 딱 한 번 실수했다. 늦은 밤 귀가하다 버스에서 스마트폰을 떨어뜨린 것. 우연히 같은 버스에 탄 준영(임시완)은 나미의 폰을 주운 후, 스파이웨어를 설치한 뒤 돌려준다. 이후 나미의 폰을 통해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게 된 준영. 하나씩 하나씩 나미의 일상을 무너뜨린다.
영화의 주요 소재이자 동력은 스마트폰이다. 이를 보여주듯 영화는 삐삐밴드의 ‘안녕하세요’가 흐르며 스마트폰과 함께 시작과 끝을 맺는 나미의 일상(또는 우리의 일상)을 보여준다. 그만큼 우리 삶에서 스마트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 스마트폰이 악용되어 우리의 삶을 침범할 수 있다는 여지를 첫 장면에서 알 수 있다.
다수의 영화에서 일상의 공포로 활용하는 중요 소재는 우리의 삶에서 꼭 필요한 것들이다. <숨바꼭질> <도어락>에서는 ‘집’이었고, 이 영화에서는 ‘스마트폰’이다. 현시대에서 집만큼 중요한 게 스마트폰인 셈. 현실 공포를 그리기에 이만한 소재가 없을 것 같다.
소재는 주요했다. 이를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 초광각 줌 렌즈인 라오와를 비롯해 고프로(미국 액션캠 브랜드), VR(가상현실) 카메라 등 다양한 렌즈와 장비를 활용, 스마트폰으로 바라보는 일상의 현실감을 높였다. 여기에 SNS 활용 장면, 다수의 앱 사용하는 장면을 적절히 배치하면서 우리의 삶이 스마트폰으로 초연결되어 있다는 걸 계속 상기시킨다. 그렇기에 준영이 짜 놓은 공포의 덫에서 헤어 나오기 힘들다는 것도 인식시킨다.
중요한 건 이 소재의 매력이 중반부 이후 급격하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스릴러 장르라는 점에서 긴장감을 주는 요소들이 적절하게 배치되어야 하는데, 그게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다. 특히 준영이 나미의 일상을 붕괴시키고 그녀를 코너에 몰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나미와 지인들 간의 와해 또한 개연성이 너무 떨어져 공감대 형성이 어렵다.
영화는 미스터리한 존재인 준영의 전사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형사 지만(김희원)의 이야기가 덧붙여졌는데, 이 또한 뭉쳐지지 않는다. 준영의 친아버지로 나오는 지만은 과거 자신의 폭력으로 인해 가출한 아들이 범죄를 일으킨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수소문한다. 형사로서 아버지로서 복잡다단한 마음을 감추며 준영을 찾는 그의 이야기는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좀처럼 마음에 와닿기 힘들다. 캐릭터 자체가 기능적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지만은 준영 캐릭터도, 영화의 매력도 십분 살리지 못한다.
준영을 보다 보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안톤 시거가 떠오른다. 감독은 준영이 왜 그런 일을 벌이고, 어떤 이유에 스마트폰으로 연쇄살인을 저지르는지 소개하지 않는다. 미나에게 온 불행의 존재로서만 보여준다. 후반부 ‘이렇게 하는 이유가 뭐냐’는 미나의 질문에 그는 ‘네 폰, 내가 주웠으니까’ 라는 냉소적 대답을 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악행을 저지른 준영에 대한 공감과 개연성은 떨어지기 마련. 첫 악역을 맡은 임시완, 그와 첫 호흡을 맞춘 천우희의 호연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결과적으로 일상을 공포로 만든 스마트폰이란 소재는 좋았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엔 업데이트가 필요해 보인다.
별점: ★★☆ (2.5)
한줄평: 스릴러 업데이트를 뒤로 미루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