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OTT 리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또또비됴 Feb 22. 2023

이름값에 어울리지 않는
보편적 결말! <샤퍼>

Apple TV + <샤퍼> 리뷰

잔칫집에 먹을 것 없단 말이 있다. 모든 잔칫집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애플TV+ 오리지널 영화 <샤퍼>가 준비한 잔치 밥상은 화려하고 맛은 있지만, 좀처럼 기억에 남진 않는다. 줄리안 무어 주연, A24 제작, 벤자민 캐런 연출 등 그 이름값에 비해 너무 평이하다. 특히 결말이 가장 아쉽다.


▲ 한 번의 만남으로 연인이 된 샌드라와 톰 © Apple TV+


‘샤퍼(Sharper)’는 빠른 두뇌 회전으로 살아가는 사기꾼을 의미하는 단어다. 영화는 친절하게 이 제목의 뜻을 밝히며 시작한다. 첫 챕터의 주인공은 뉴욕의 한 서점 주인인 톰(저스티스 스미스). 그는 손님으로 온 샌드라(브리아나 미들턴)를 만난 후 첫눈에 반한다. 이후 연인이 된 이들은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샌드라는 남동생이 일으킨 문제로 큰돈이 필요한 상황에 놓인다. 이를 알게 된 톰은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선뜻 그 돈을 보내 준다. 알고 보니 톰의 아버지는 억만장자였던 것.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돈을 준 이후, 샌드라의 행적은 묘연해지고 톰은 돌아오지 않는 그녀를 애타게 기다린다. 


맞다. 통속극에서나 봤던 수법에 사랑만 아는 이 바보 같은 남자는 당했다. 어쩌면 재벌집 외동아들이 사기꾼들의 표적이 되는 건 당연지사. 그렇다면 우연을 필연으로 착각한 톰이 사랑의 눈이 멀어 당한 것일까? 영화는 톰의 챕터를 시작으로 이 집안과 관련된 인물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보여주며 왜 그가 그리고 그의 아버지가 주 타깃이 되었는지를 소개한다. 마치 감췄던 비밀을 하나씩 여는 듯한 느낌으로 영화는 주요 인물의 이름으로 된 5개의 챕터로 관객에게 호기심을 유발한다. 그리고 보란 듯이 ‘샤퍼’들의 속고 속이는 거짓 연기 세계가 공개된다.


▲ '윈터 솔저'는 잊어라! 세바스찬 스탠의 사기꾼 연기에 주목 © Apple TV+


그동안 돈 많은 집안에 접근해 땡전 한 푼까지 긁어모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사기꾼들의 이야기는 많이 봐왔다. 이런 부류의 영화는 자칫 잘못하면 기시감만을 전하는 이야기로 전락하기 쉽다. 이 우려를 미연의 방지한 것처럼 벤자민 캐런 감독은 챕터 구성이라는 형식의 다변화를 꾀했다. 줄리안 무어, 세바스찬 스탠 등 좋은 연기력을 펼칠 수 있는 배우들이 각 챕터 내에서 마음껏 거짓(?) 연기를 할 수 있도록 환경도 마련한다. 


드라마 <셜록> <더 크라운> 등 드라마 하나는 기막히게 잘 만드는 벤자민 캐런은 첫 장편 영화에서 그동안 자신이 잘 해왔던 장점을 스크린에 옮긴다. 하나의 사건이 발생한 뒤 감춰진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스토리는 <셜록>, 권력을 놓고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르는 건 <더 크라운>과 닮아있다. 여기에 스타일리쉬한 영상과 장면과 찰떡궁합인 OST 등 감독의 작품을 좋아했던 팬들이라면 그가 스크린에 펼쳐놓은 사기꾼들의 이야기가 매력적일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서 출발한다. 드라마로 명성을 쌓았다는 경력이 발목을 잡는다. 아무리 형식과 구성을 다변화하고, 스타일리쉬한 영상미가 주요했지만, 특이점이 보이지 않는다. 벤자민 캐런이라면 더 뛰어난 연출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던 관객들이라면 아쉬움이 남는다. 가장 아쉬운 건 보편적으로 매듭진 결말이다. 데드라인(deadline.com)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이 세상이 부정행위와 거짓말이 만연해 있는지 알고 있어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을 신뢰할 수 있다고 믿고 싶어요!
deadline.com



이 생각을 영화에 표현하듯 전문 사기꾼인 메를린(줄리안 무어), 맥스(세바스찬 스탠)를 인과응보라는 전형적인 스토리 안으로 끌어들인다. 서로를 속고 속이는 가운데, 과연 진실은 무엇일지 계속해서 궁금증을 야기시켰던 영화는 후반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흐름에 맥이 풀린다. 어쩌면 노련한 사기꾼들이 일확천금을 놓고 배신을 거듭하는 이야기였다면 더 좋았을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 줄리안 무어의 연기는 언제 봐도 엄지척! © Apple TV+


그럼에도 빛나는 건 줄리안 무어의 연기다. 프로듀서로도 이름을 올린 그녀는 영화의 구심점 역할을 자처하며 전형적인 스토리의 약점을 그녀만의 연기로 메운다. 특히 진실처럼 들리는 거짓 눈물과 감정 연기, 그리고 진실이 밝혀질까 두려워 미리 손을 쓰는 냉철함과 철두철미함은 그녀의 새로운 매력을 돋보이게 만든다. 나긋나긋한 목소리와 우아한 아름다움 속 살짝 비친 차가운 칼날 같은 연기는 인상적이다. 이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브리아나 미들턴도 거짓과 진실 사이의 놓인 처지와 딜레마를 수긍하게끔 연기해내며 공감을 자아낸다. 


결과가 어떻든 첫 장편 영화를 마친 벤자민 캐런의 다음 스텝이 궁금하다. 킬링타임용으로 나쁘지 않았던 <샤퍼>를 통해 자신의 단점을 알았을 이 감독이 과연 두 번째 장편 영화에서는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까. 드라마로 쌓은 그의 명성이란 장애물을 다음 스텝에서는 꼭 뛰어넘길 바란다.




별점: ★★★(3.0)

한줄평: 킬링타임용으로 제격. 벤자민 캐런의 다음 영화가 궁금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상을 공포로 만든 스마트폰, 전체 업데이트가 필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