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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또비됴 Mar 09. 2023

전직 마사지 걸이 전하는  따뜻한 한 끼!

넷플릭스 영화 <치히로상> 리뷰

전직 마사지 걸인 치히로(아리무라 카스미)의 새로운 직장인 도시락 가게


그냥 먹고 싶어졌다! 한껏 미소를 머금은 그녀가 두 손 모아 주는 도시락이 너무나 맛있어 보여서. 그녀가 과거 어떤 일을 했든 간에 상관없다. 한 끼의 식사는 맛보단 누가 만들었고, 누구와 함께 먹느냐가 중요하니까. 그래야 뱃속의 허기짐도 채워지고, 마음의 상처도 아문다. <치히로 상>은 밀려오는 파도처럼 이 의미를 잔잔하게 전한다.


영화는 작은 바닷가 마을의 도시락 가게로 출근하는 치히로(아리무라 카스미)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평범한 일상과 달리 그녀는 전직 마사지 걸이었다. 이 사실을 숨길 법도 한데, 치히로는 당당히 과거를 숨기지 않는다. 손님이 던진 19금 농담을 되받아칠 정도다. 그녀에게 과거는 과거일 뿐, 도시락 점원으로서 손님들의 허기를 채우는 본분을 다한다. 더 나아가 마을 내 외롭고 쓸쓸한 사람들의 마음도 채운다.


때로는 엄마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지내는 두 아이, 여고생 오카지(도요시마 하나)와 초딩 마코토(시마다 테츠타)


소재를 통해 굳이 나눈다면 은 유사 가족(공동체)을 통한 힐링 영화다. 작품의 주재료는 다름 아닌 엄마. 감독은 극중 다양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하나같이 완벽한 이는 등장하지 않는다.


극 중 음식을 아주 맛있게 만들지만 딸의 마음을 몰라주는 엄마, 야간업소에서 일해 아들에게 밥 다운 밥을 해주지 못하는 엄마 등 불완전한 엄마들이 등장한다. 치히로는 가족이 아니지만 두 아이에게 엄마의 정을 나눠준다. 남들과 달라도 괜찮고,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해보는 게 좋다는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치히로 또한 다양한 엄마의 모습 중 한 명으로 분한다.


치히로는 노숙자나 남자에게 속아 돈을 잃은 전직 동료나 모두에게 친절하고 마음을 다해 도움을 준다.


<치히로 상>에서 엄마를 중요하게 다루는 건 치히로 내면의 상처가 엄마 때문에 생겼기 때문이다. 유년 시절 엄마에게 칭찬 한 번 듣지 못한 그녀는 성인이 된 지금에도 그 생채기가 아물지 않는다. 감독은 자신과 닮아 있는 이들에게 온정을 베푸는 치히로의 모습을 전반부에 배치하고, 이후 그녀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이유, 마음속 깊은 곳에 가라앉은 그녀의 상처와 봉합을 보여준다. 물결이 잔잔한 바다처럼 이야기 흐름 자체가 느리고 치히로와 다수의 주변 인물로의 이야기가 나열되어 다소 산만해 보이지만 서서히 자신의 아픔 마음을 치유해 나가는 과정은 제법 심도 있게 그려 나간다.


아리무라 카스미의 성장만으로도 <치히로 상>을 볼 이유가 된다!


그 중심에는 치히로 역을 맡은 아리무라 카스미의 연기가 자리한다.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등 작품마다 크고 작은 성장을 보여준 그녀는 이번 영화에서도 좋은 연기를 펼친다. 특히 채워도 채워지지 않은 공허함, 세상을 너무나 일찍 알게 되어 느끼는 무료함, 겉으론 애써 이겨낸 듯 보이지만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유약함 등이 표정과 대사 톤으로 잘 표현한다. 전작보다 한결 더 깊고 쓸쓸한 그녀의 연기는 감정의 유의미한 격랑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끝엔 온전히 따뜻한 힐링을 전한다.




별점: ★★★(3.0)

한줄평: 맛이 아닌 치유를 담은 힐링도시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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