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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또비됴 May 03. 2023

남다르지만,
아쉬운 이병헌 표 응원가!

영화 <드림> 리뷰 

이병헌 감독의 작품이라면 우리가 바라는 건 뭐다! 말맛 제대로 발휘되는 유쾌한 코미디다. 영화 <힘내세요, 병헌씨> <스물> <바람 바람 바람> <극한직업>, 드라마 <멜로가 체질> 등 그가 만든 작품을 한 편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전작 이후 4년 만에 내놓은 <드림> 또한 이병헌 감독의 남다른 코미디가 살아 숨 쉰다. 하지만 뭔가 아쉽다. 마치 유효슈팅은 많지만, 정작 골이 들어가지 않은 답답함이 느껴진다. 


영화 <드림> 스틸 /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라운드 안과 밖에서 되는 일 하나 없는 축구 선수 ‘홍대’(박서준)는 사생활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기자에게 눈 찌르기 액션을 시현하고 선수 위기를 맞는다. 이 기회를 살려 연예계 진출을 시도하려는 그는 좋은 이미지를 얻기 위해 홈리스 풋볼 월드컵 감독으로 재능기부에 나선다. 열정 만랩인 PD 소민(아이유)은 홈리스 다큐 제작에 참여하면서 축구 실력보다 드라마가 되는 선수들이 선발된다. 실력은 바닥이지만, 긍정 마인드는 하늘을 찌르는 홈리스 선수들. 홍대는 그런 이들이 마음에 안 들고, 대사와 상황, 진정성 없는 연출을 강요하는 소민이 더 싫다. 그러다 시간은 흐르고 월드컵 출전은 코앞으로 다가온다.  


영화 <드림> 스틸 /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드림>의 시작은 2010년 홈리스 국가대표 월드컵 실화를 담은 TV 다큐멘터리부터다. 이병헌 감독은 이 다큐를 본 후, 기획부터 사전 조사를 거쳐 각본까지 직접 담당, 크랭크업까지 약 8년의 시간을 들였다. 그만큼 감독에겐 많은 애정이 담겨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극에 담긴 홈리스 분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노력이 진실되고 헛되게 보이지 말아야겠다는 작은 부담도 담긴 작품이다. 


영화 <드림> 스틸 /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런 의미에서 <드림>은 홍대와 소민이 포문을 열어 드리블하고, 홈리스 국가대표 선수들이 슛을 쏘는 역할을 맡는다. 이 쓰임새가 극대화되는 부분은 전반부에 이들의 아픔과 힘들었던 과거 이야기를 하나씩 소개되는 장면이다. 각자의 이유로 가족과 이별하고, 사람들에게 상처받고, 외로운 삶을 지내는 이들의 이야기는 가슴에 꽂힌다. 특히 잘나갈 때 가족을 외면하다 IMF 이후 쫄딱 망한 후 가족을 그리워하는 환동(김종수)은 결혼 후 아이를 출산한 딸에게, 보증을 잘못 서서 이혼한 효봉(고창석)은 조만간 이민가는 딸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출전 목적을 밝히며 관객과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거리감을 점차 좁혀나간다. 


영화 <드림> 스틸 /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극 중 홍대와 대사처럼 대사가 있는 다큐멘터리처럼 보이는 영화는 실화를 모티브로했지만, 장르적 쾌감을 증대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감독 특유의 말맛이 살아있는 대사와 매 순간 말과 행동이 믹스 매치인 상황을 보여주면서 자칫 무거울 수 있는 분위기를 한껏 살린다. 톰과 제리처럼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 난 홍대와 소민의 매치업, 삶을 향해 자조적인 멘트와 몸 개그를 통해 웃음을 전하는 선수들의 합은 그 자체로 웃기다. 


이런 전반부 플레이는 골을 위한 빌드업처럼 탄탄하다. 하지만 홈리스 월드컵 경기가 주를 이루는 후반부는 이 장점이 잘 살지 못한다. 일반적인 스포츠 영화의 스토리라인을 정확히 밟아나가는 모습에 영화가 살짝 낯설기까지 하다. 이병헌 감독의 개성이 물밀듯 밀려오는 순간은 진부함을 걷어내는 속도감 있는 대사와 예상치 못한 행동과 액션들이 보일 때인데, 마치 정해진 포메이션대로 공격과 수비를 하는 축구 전술처럼 장르 공식을 그대로 따른다. 전작에서 얻었던 재미를 느끼기 위해 극장을 찾은 이들에게는 아쉬운 지점이 아닐 수 없다. 


영화 <드림> 스틸 /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럼에도 이 영화를 끝까지 보게 만드는 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도 변화된 자신을 증명하고 싶어 몸을 던지는 홈리스 선수들의 진심이다. 비록 경기 결과는 좋지 않지만, 한 단계 성장하는 이들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머금는다. 월드컵 출전 이후 드라마틱한 변화는 아닐지언정 그들에게 일어난 작은 변화 또한 눈물 어린 감동을 전한다. 이들을 통해 다시 한번 힘을 내는 홍대와 소민의 변화는 서비스! 


영화 <드림> 스틸 /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병헌 감독이 전작의 부담으로 노선을 살짝 바꿨다고 보지는 않는다. 홈리스들의 실화라는 점에서 그들의 진심을 웃음의 소재로 활용하지 않고 그 노력을 헛되이 보여주지 않기 위한 감독의 배려가 보인다. 코믹과 드라마 요소의 균형감 있는 배분 연출도 한몫한다.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나와 홈리스들의 이야기가 관객들에게 잘 전달되기를 바란다는 말을 전했던 것처럼 영화엔 감독의 남다른 응원가가 담겨있다. 극 중 승리라는 기록보다 최선을 다했다는 기억이 오래 남을 거라는 메시지. 이병헌 감독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흔들리는 골망처럼 마음이 움직일 것이다. 그것도 남다르게.




한줄평: 남다르지만 아쉬운 이병헌 표 응원가!

별점 3.0 /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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