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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또비됴 May 23. 2023

현실적 이야기와 볼거리 가득한
아쿠아 쇼!

영화 <인어공주> 리뷰 

우려는 기우였다. <인어공주>는 그동안 디즈니의 실사화 작업을 진행하면서 얻었던 시행착오를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보기 좋게 업그레이드 해낸다. 할리 베일리 캐스팅, 지나친 PC 주의(정치적 올바름) 등 이들의 항해 앞에 태풍과 암초가 기다리고 있었지만, 현실에 입각한 이야기와 화려한 볼거리와 노래로 풍파를 헤쳐 나간다.  


영화 <인어공주> 스틸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아틀란티카 바다의 왕 트라이튼(하비에르 바르뎀)의 막내딸 인어 에리얼(할리 베일리)이 가장 좋아하는 일은 난파선 모험이다. 그곳에는 인간들이 사용하던 물품을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 에리얼의 마음은 언제나 바다 너머 인간 세계에 가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바다 위로 올라간 그녀는 폭풍우에 휩쓸려 위험에 처한 에릭 왕자(조나 하우어-킹)를 구해주고 이내 사랑에 빠진다. 이후 자신을 내친 오빠의 원망과 무한한 힘을 얻고 싶어 하는 바다 마녀 울슐라(멜리사 맥카시)의 꼬임에 빠져 위험한 거래를 한 에리얼은 그토록 원한 다리를 얻지만, 목소리를 빼앗긴다. 이제 그녀에게 남은 건 단 3일, 왕자와 진정한 사랑의 키스를 해야 목소리도 찾고 영원히 인간의 몸으로 살 수 있다.  


디즈니의 실사화 프로젝트가 추구하는 방향성은 원작의 원형 그대로를 유지하되, 현실적인 요소(이야기 또는 기술력)를 가미해 새로움을 전하는 것이다. <알라딘>에서는 능동적인 쟈스민 공주를 통해, <정글북> <라이온 킹>에서는 놀라운 CGI를 통해 이를 실행했다. 특히 <알라딘> 경우, 원작과 다르게 쟈스민 공주는 의존 없이 스스로 위기를 헤쳐가는 여성으로 등장하며 삽입곡인 'Speechless'로 방점을 찍는다. 


영화 <인어공주> 스틸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인어공주> 또한 디즈니 실사화 프로젝트의 범위 안에서 제작하며 새로운 이야기와 뛰어난 기술력을 가미해 새로움을 전한다. 중요한 건 이전 작품들보다 그 새로움의 강도가 더 세다는 것! 이는 영화의 첫 장면부터 알 수 있다. 영화의 첫 장면을 수놓는 건 거친 파도와 함께 “인어공주는 눈물을 흘릴 수 없지만 왕자를 구한 후 진정한 눈물을 흘린다”라는 안데르센의 동명 원작 지문이다.(극 중 정확한 문장은 아닙니다.) 마치 원작의 내용 자체가 실사화 프로젝트를 향한 거친 파도처럼 보인다. 롭 마샬 감독에게 원작(소설, 애니메이션)은 높은 벽이나 마찬가지. 하지만 그는 그 파도를 헤치며 앞으로 나아가는 에릭의 함선처럼 그는 과거가 아닌 현재의 관객 눈높이에 맞춰 영화를 탈바꿈한다. 


새로움을 추구하기 위해 감독이 선택한 건 할리 베일리로 대표되는 인종 변경이다. 겉으로 보기엔 PC 주의를 겨냥한 표면적 변화로만 볼 수 있지만, 감독은 그 함정에 쉽게 빠지지 않는다. 기존 디즈니 실사화에 문제가 되었던 이 지점에(특히 <피터팬 & 웬디>) 대한 개연성과 당위성을 마련하기 위해 감독은 고전 작품을 차용한다. 바로 <로미오 앤 줄리엣>과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다. 


영화 <인어공주> 스틸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라이온 킹>은 <햄릿>과 <리처드 3세>의 애니메이션 변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이번 <인어공주> 또한 <로미오 앤 줄리엣>과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변주로 보인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서로 다른 세계에 있고 서로 다른 인종으로 살아가는 에리얼과 에릭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토니와 마리아처럼 느껴진다. 서로 사랑하지만 이룰 수 없는 장벽들이 산재해 있고, 사랑하는 가족들도 이들의 사랑을 막는 걸 보면 유사한 부분이 많다. 


이들의 러브 라인을 강하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인종 변경을 선택한 감독은 에리얼 뿐만 아니라 에릭의 전사도 탄탄하게 만든다. 바다 저 너머의 세상을 갈망하는 에리얼처럼 에릭 또한 섬나라 왕국을 벗어나 더 넓은 세상을 가보고 싶어 한다. 다양한 물품을 수집하는 취미도 똑같다. 혹시나 타 인종에 마음을 빼앗기는 게 어디 쉽냐는 질문에 답하듯 감독은 엄마가 흑인이고(극 중 에릭은 입양자로 나옴), 이 왕국엔 다양한 인종들이 거주하는 환경을 제시하며, 이들이 인종과 세계의 장벽을 넘어 사랑에 빠질 수 있는지 그 개연성을 마련한다.



이런 만반의 준비를 한 영화에서 할리 베일리의 캐스팅은 신의 한 수다. 영화를 보기 전 할리 베일리 캐스팅에 우려를 표한 1인으로서 반성한다. 에리얼은 다른 디즈니 애니메이션 공주와 다르게 목소리가 중요하다. 목소리가 자신의 정체성으로 각인되는 에리얼의 특징상 맑고 청아한 음색은 단연 1순위. 여기에 지금의 소녀들의 대변하는 듯 수동적이 아닌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여성상을 보여줘야 하는데, 할리 베일리는 기대 이상의 감정을 쏟아내며 이를 잘 보여준다. 


특히 'part of your world'를 부르는 그 장면은 영화의 백미. 인간 세계를 갈망하는 손짓과 눈빛, 그리고 원작에서 느낄 수 없었던 파워풀한 가창 실력이 합해지면서 진한 감동을 전한다. 더불어 울슐라의 말도 안 되는 거래에 퇴짜를 놓기도 하고, 목소리가 담긴 목걸이를 직접 깨고, 마지막 거대해진 울슐라에게 일격을 가하는 등 에릭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 길을 헤쳐 나간다. 물론, 가수가 본업이기에 연기는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그럼에도 새로운 에리얼으로서 멋진 매력을 보여준다. 


영화 <인어공주> 스틸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영화 <인어공주> 스틸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빌런인 울슐라 역의 멜리사 매카시 또한 최적의 캐스팅으로 원작의 느낌과 함께 자신만의 위트를 살린 연기로 씬 스틸러의 역할을 충분히 해낸다. 세바스찬 목소리의 다비드 디그스와 스커틀 역의 아콰피나 또한 매 장면 코믹함을 전하며 극의 균형감을 맞추는 데 일조한다. 


OST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part of your world'와 쌍벽을 이루는 ‘Under the Sea’는 노래도 노래지만 화려한 아쿠아쇼를 방불케 하는 영상 구현에 시선을 빼앗길 정도다. 할리 베일리의 허밍은 서비스. 기존 원작에서 들을 수 있는 곡들과 더불어 알란 멕켄이 이번 영화를 위해 만든 3곡이 새로 삽입되었는데, 그 중 할리 베일리가 부른 ‘For the First Time’과 다비드 디그스와 아콰피나가 함께 부른 ‘The Scuttlebutt’가 새로움을 더한다. 


영화 <인어공주> 스틸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롭 마샬의 창의적인 손길이 더해지고, 배우들의 신선한 연기가 힘을 발휘하지만 언제까지나 이 영화는 원작의 울타리 안에서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영화는 기존 원작 애니메이션의 느낌을 잘 살릴 수 있는 장면 구현에 힘쓰다 보니 상상력에 기반한 새로움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라이온 킹>처럼 CGI로 구현된 해양 생물들의 표정 변화가 적어 원작만큼의 재미와 감흥은 떨어진다. 


그럼에도 <인어공주>는 현시대에 맞는 각색을 통해 극장에서 만날 전 세계 소녀들에게 꿈을 크게 가지고 도전하라는 메시지를 충분히 전한다. 물거품이 되는 한이 있어도 사랑을 택했던 바보 같은 인어공주가 아닌, 마음은 있지만 수동적인 삶을 살았던 인어공주가 아닌, 꿈도 사랑도 모두 이뤄내는 인어공주.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소녀들에게 전하는 인어공주의 선물은 이 용기와 도전이 아닐까? 귀 기울여 잘 들어보면 에리얼의 응원이 담긴 목소리가 들릴 것이다! 




평점: 3.0 / 5.0

한줄평: 할리 베일리, 몰라봐서 미안하다!




어쩜조아 님이 진행한 영화 <인어공주> 영화 시사회(자막 버전)를 통해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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