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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또비됴 May 14. 2023

왜 어른들은 이 남매를 착취하는가!

영화 <토리와 로키타> 리뷰

"장터에서 동전 두 닢에 아버지는 생쥐 한 마리를 샀네 / 그런데 고양이가 와서 생쥐를 먹어버렸네 / 그런데 개가 와서 고양이를 물었네 / 그런데 나무 지팡이가 나타나서 개를 때렸네" <토리와 로키타>의 초반과 엔딩에 나오는 이 노래는 안젤로 브란두아르디의 노래 ‘알라 피에라 델레스트(Alla Fiera Dell‘Est, 1976)’다. 밝고 경쾌한 노래지만 가사는 꽤 의미심장하다. 왜냐고?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이자 이 남매를 착취하려고만 하는 어른들의 모습이며, 다르덴 형제가 꼭 보여주고 싶어 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영화 <토리와 로키타> 스틸  /  영화사 진진 제공


영화 제목이기도 한 토리(파블로 실스)와 로키타(졸리 음분두)는 아프리카계 난민이다. 체류증을 받은 토리와 달리, 로키타는 허가를 받지 못했다. 토리와 혈연관계를 증명해야 받을 수 있는데, 실제 남매가 아니기에 쉽지 않았던 것. 이들은 어떻게든 허가를 받기 위해 집에서 미팅에 나올법한 예상 질문과 답변을 연습한다. 하지만 이런 남매의 노력은 유전자 검사를 요구하는 당국의 완강함에 수포로 돌아간다. 결국 로키타는 체류증을 얻기 위해 마약 운영자이자 레스토랑 사장이 관리하는 밀실 창고로 들어가 홀로 대마를 재배한다. 그리고 토리는 로키타 없이 홀로 마약을 운반한다.  


<토리와 로키타>는 난민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룬 영화이자, 아직도 이 세상에서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 일들에 다룬 사회 고발성 영화다. 자신들만의 카메라 워킹으로 이 세상을 가감 없이 담아내는 이 형제 감독은 이 남매를 주인공으로 현재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인 난민 문제를 다룬다. 한 개인의 깊고 알 수 없는 내면을 여정을 건조하게 보여줬던 감독들은 대상의 영역을 넓혀 개인이 아닌 사회 시스템의 잘못된 부분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려 애쓴다. 마치 켄 로치 감독의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 그런 점에서 범죄에 노출되어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상황에 놓인 남매의 일상은 보다 리얼하게 다가오고, 우물가에 놓고 온 자식처럼 계속 이들의 안위가 걱정되는 순간이 반복된다.  


영화 <토리와 로키타> 스틸  /  영화사 진진 제공


로키타가 체류증을 얻는 조건으로 교외 밀실에서 대마를 재배할 때, 토리가 차도를 건너거나 자전거를 타고 골목을 지나갈 때 불안감이 엄습한다. 이 원인은 (감독이 의도했던 안 했던) 난민이자 미성년자인 이들을 지켜주지 않는 어른들 때문이다. 난민으로서 보호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지녔음에도 당국 담당자는 체류 허가를 내주지 않고, 남매를 밀입국시킨 이들은 그 비용을 빨리 갚으라고 아우성 대고, 마약 운영자는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값싼 노동력만 착취하려 든다. 심각한 건 고향에 있는 로키타의 엄마도 마찬가지라는 사실. 돈을 제대 보내지 않고 적게 보냈다고 아우성만 친다. 자기 딸이 죽을 위협을 당한지도 모르고 말이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목숨을 걸고 온 이들은 고향보다 더 심한 지옥을 맛본다.  


영화 <토리와 로키타> 스틸  /  영화사 진진 제공


아이러니하게도 지옥 같은 상황에서 작은 희망을 맛보게 하는 건 이 남매의 우정과 연대다. 벗어나고 싶은 현실 속에서도 그들이 땅을 딛고 일어나 어떻게든 살려고 발버둥 치는 건 서로가 있기 때문이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공황장애가 오는 로키타에게 약을 건네주거나 안정을 시키는 건 토리뿐이고, 어떻게든 학교에 들어가 공부를 시켜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이끌어주는 건 로키타뿐이다. 혈연은 아니지만 혈연보다 더 진한 가족으로서 서로의 생존을 위해 살아간다.  


결국 이 난관을 헤치기 위해 필요한 건 돈이다. 밀입국 시킨 이들에게 돈을 갚고, 고향의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야 하고, 벨기에에서 새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돈이 꼭 필요하다. 그 간절함은 이곳저곳에서 보이는데,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레스토랑에서 함께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다. 앞서 소개한 레스토랑 노래 장면이다. 마치 이들의 앞날을 예견하듯 노래 장면 이후 폭력과 착취의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희망에 저당잡혀 하루살이와 같은 이들의 삶이 언제까지 유효할지 관객은 가슴을 졸이며 볼 수밖에 없다.   


영화 <토리와 로키타> 스틸  /  영화사 진진 제공


정면을 바라보며 체류증 심사장에 앉아 답변을 하는 로키타, ‘알라 피에라 델레스트’를 부른 후 정면을 응시하는 토리. 영화는 수미쌍관처럼 로키타와 토리의 정면 샷으로 각각 시작과 끝을 알린다. 마치 두 감독은 이 장면을 통해 난민 문제에 대해 정면으로 바라보고 이야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제75회 칸영화제에서 75주년 특별상을 수상한 다르덴 형제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 영화를 본 관객이 로키타의 운명에 슬픔을 느끼면서, 용인할 수 없는 현실의 부당함에 저항하기를 바란다”라고 말한 바 있다. 영화는 시대를 반영하는 동시에 변화시킬 수 있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감독들의 바람처럼 부디 이 남매와 같은 일이 더 이상 현실에서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극중 토리와 로키타가 부른 노래 ‘알라 피에라 델레스트(Alla Fiera Dell‘Est, 1976)’ 영상



평점: 3.5 / 5.0

한줄평: 남매의 노래가 더 이상 들리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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