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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또비됴 Jun 07. 2023

마블리의 핵주먹, 살짝 고민되네!

영화 <범죄도시 3> 리뷰  

아는 맛이 무섭다! 그러나 무서운 건 잠시뿐, 아는 맛이기에 쉽게 물릴 수 있다. 이처럼 프렌차이즈 시리즈라면 기존의 재미를 가져가면서도 신선한 재미를 전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범죄도시> 시리즈도 예외일 수 없다. 누구도 예상 못 했던 1편의 흥행, 코로나 시국에도 천만 관객을 넘긴 2편의 성공은 3편의 기폭제가 되었다. 하지만 반대로 많이 고민해야 하는 부담으로 작용한 듯 보인다. 그래서인지 마블리 핵주먹의 위력은 변함없지만, 그 파괴력을 오롯이 받기에는 고민이 앞선다.  


영화 <범죄도시 3>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젊은 여성의 사망 사건이 일어난다. 강해상(손석구) 검거 후, 7년이 흘러 이젠 서울광역수사대 소속인 마석도(마동석) 형사는 새 팀원들과 이 사건을 조사한다. 그 결과 신종 마약 ‘하이퍼’ 때문에 일어난 일이고, 일본 야쿠자 세력이 관련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한편, 일본 야쿠자와 손을 잡고 하이퍼 유통을 책임지는 주성철(이준혁) 일당은 마약을 빼돌려 큰 목돈을 벌려 하고, 이를 알게 된 일본 야쿠자 조직은 킬러 '리키'(아오키 무네타카)를 한국으로 보내 그 마약을 되찾으려 한다.


<범죄도시 3>의 승부처는 변화다. 마석도의 일터는 바뀌었고, 업무 범위도 더 넓어졌다. 그만큼 더 강력한 범죄를 맡아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은 셈. 아니나 다를까 범죄 영화의 단골 소재인 마약이 등장했고, 야쿠자 집단과 주먹싸움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더불어 내부의 적과도 싸워야 하는 운명에 놓인다.


영화 <범죄도시 3>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야기의 확장은 마석도가 가진 액션 능력을 더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다. 특히 야쿠자와의 대결에서 장검을 든 리키와 주먹으로 대결하는 마석도의 대결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물론, 마석도의 펀치 한 방에 나가떨어지는 리키와 야쿠자들의 모습이 예상되지만, 그 파괴력은 직접 마주해야 느껴질 터. 어떻게든 돈을 가져가려는 목적에 의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주성철과의 대결 또한 볼거리 중 하나로 인식된다.


1, 2편과 달리, 두 명의 적을 처단해야 하기에 마석도가 장착한 건 ‘복싱’이다. 그동안 잘 써먹었던 한 방의 무게감은 가져가되, 더 나은 타격감을 살리기 위한 무기로 선택한 복싱 액션은 마석도에게 딱 맞다. ‘이것은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다’라는 말처럼 허공을 가르는 주먹 소리와 타격감 증대를 목적으로 신경 쓴 음향 효과는 한몫 단단히 한다. 그만큼 관객은 마석도의 주먹 액션을 더 길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판이 마련된 셈이다.


영화 <범죄도시 3>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하지만 이 변화를 통해 탄생한 새로운 재미는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가장 큰 문제는 빌런의 매력이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마석도가 어떻게든 나쁜 놈을 처단해 벌을 주는 이야기다. 후반부를 위해 빌런의 악함은 계속 쌓아가야 하는데, 이는 관객들의 공분을 사게 만드는 기폭제로 활용되기 때문. 그래야 결과적으로 마지막 마석도의 핵주먹에 나가떨어지는 빌런의 모습에 관객은 더 큰 쾌감을 얻을 수 있다. 무자비함의 대명사가 된 장첸이나 마음에 안 들면 살인을 해대는 강해상은 이런 공식에 맞춰 차근차근 악함을 쌓아 올렸고, 그 결과 각각 화장실과 버스 안에서 최후를 맞이했다. 두 캐릭터 모두 윤계상, 손석구의 개성 넘치는 연기까지 더해져 극의 재미를 십분 살린 케이스다.


영화 <범죄도시 3>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전편 빌런들을 복싱 스타일로 구분하자면 변칙 복서로 구분할 수 있다. 인파이터처럼 보이지만 예측 불가능한 편치를 날리며 일격을 가하는 이들의 의외성은 막강한 마석도의 펀치를 막아내는 가드로 활용된다. 마치 야생에서 자라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을 몸으로 체득한 들개처럼 이들의 액션은 공포스럽게 다가온다.


두 빌런 만큼이나 강력해 보이는 주성철과 리키는 아쉽게도 악함을 쌓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 더불어 액션 스타일도 의외성이 아닌 안정적이기 때문에 날 것의 액션 감흥이 살짝 떨어진다. 두 배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과정이 빠져 있기 때문에 마석도 형사와의 대결에서 빚어지는 쾌감이 덜 전달된다.


이들의 악행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전시 장면들도 나오지 않는다. 물론, 이유 불문하고 잔인한 살육 장면들이 즐비하게 나오는 것은 반대지만, 이들의 악한 캐릭터를 확고히 가져가야 하는 장면까지도 결여되어 아쉬움을 남긴다. 여기에 마약과 돈을 놓고 서로 개싸움을 벌이는 빌런과 여기에 투입되어 모두를 소탕하려는 마석도의 수사 과정 또한 단선적으로 그려져 긴장감이 떨어진다.


영화 <범죄도시 3>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런 단점을 전석호, 고규필 등 주변 인물들의 감초 연기와 마석도의 개그로 채운다. 그동안 보여왔던 캐릭터와는 전혀 다른 고규필의 연기는 잽 스타일의 기분 좋은 충격(?)을 안긴다. 나름대로 선방한 3편이지만 다변화를 꾀한 액션이 잘 살아줬으면 하는 생각은 자꾸 든다.


영화 <범죄도시 3>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가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3편에 이은 4편이 살짝 우려된다. 지금까지 4편의 정보를 취합하자면 배경지는 필리핀이고, 사이버 범죄를 소재로 하며, 빌런을 <악인전>에서 마동석과 호흡을 맞췄던 김무열이 맡는다. 그리고 시리즈 1, 2편의 무술감독이었던 허명행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 3편보다 액션에 더 무게중심을 둘 예정인 4편에서는 어떻게든 빌런을 매력적으로 그려야 한다. 그래야 마블리의 핵주먹을 고민 없이 받아들일 것 같다.  




평점: 3.0 / 5.0

한줄평: 빌런이 살아야 마블리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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