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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또비됴 Jun 20. 2023

정작 중요한 타겟을 놓치는 귀공자!

영화 <귀공자> 리뷰 

“난 단 한 번도 타겟을 놓쳐 본 적이 없거든” 박훈정 감독 신작 <귀공자>의 주인공 ‘귀공자’가 자주 하는 말이다. 영화를 보면 그가 허풍쟁이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진짜 그는 단 한 번도 타겟을 놓쳐 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건 영화 속 이야기일 뿐. 제일 중요한 관객이란 타겟은 보란 듯이 놓쳐버린다.  


영화 <귀공자> 스틸 / NEW 제공


필리핀에서 불법으로 운영되는 복싱 경기가 자신의 일터인 복싱 선수 마르코(강태주). 병든 엄마를 위해 돈을 모으기 위해 매일 사각의 링에 오르는 그는 한국에 사는 아버지가 자신을 보고 싶어 한다는 소식을 듣는다. 이후 한국에서 데리러 온 이들과 함께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첫 비행기 여행에 들뜬 기분도 잠시, 마르코 앞에 귀공자(김선호)가 나타나고 한국으로 가는 진짜 이유를 알려준다. 그리고 그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마르코를 추적하는 건 귀공자뿐만 아니다. 재벌 2세인 동시에 마르코의 이복형인 한이사(김강우), 필리핀에서 한 차례 만난 적 있는 묘령의 여인 윤주(고아라) 또한 그를 뒤쫓는다.   


<귀공자>는 제목에서 느껴지듯 캐릭터 중심의 영화다. 초인적인 힘의 여성 캐릭터를 앞세운 <마녀> 시리즈의 박훈정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단숨에 적을 제압하고 어떻게든 해결하는 매력적인 남성 캐릭터를 들이민다. 자신을 잡아 둔 갱단을 그만의 방식대로 하나씩 처치하는 귀공자의 초반 액션 장면은 그가 어떤 캐릭터인지 확실히 보여준다. 그 누구도 쉽게 그의 공격을 막아낼 수 없다는 것. 그리고 눈에는 눈, 이에는 이처럼 되갚음을 해준다는 것도 인지시킨다. 


영화 <귀공자> 스틸 / NEW 제공


영화는 귀공자가 왜 마르코를 쫓는지에 대한 의문을 계속 심어준다. 그 끝에 마르코를 한국으로 부른 한이사, 다른 목적을 지닌 윤주 등 각기 다른 목적으로 모이게 된 이들이 혈전을 벌이는 식이다. 포커싱은 당연히 귀공자. 재벌가의 욕망 재료로 활용되기 위해 한국으로 온 마르코의 운명에 난데없이 개입한 귀공자는 과연 악인인지 선인인지 좀처럼 가늠이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마르코의 하나 밖에 없는 아군이 되며, 충분히 아드레날린을 분출시킬 화려한 총칼 액션을 선보인다. 


영화 <귀공자> 스틸 / NEW 제공


이렇듯 뉴 페이스의 등장과 또 다른 세계관 구축이라는 매력적인 요소임에도 <귀공자>가 쏜 총알은 관객의 가슴에 명중하지 못한다. 영화는 기존 누아르 장르의 클리셰를 전복시키면서 얻는 쾌감을 동력 삼아 앞으로 나아가는 모양새인데, 그 전복 방법은 코미디다. 그러나 사용하는 족족 영화에 착 달라붙지 못해 관객에게 헛웃음을 전한다. <마녀> 시리즈 등 유사한 방법으로 유머를 구사했던 감독은 영어 발음을 통한 언어유희는 기본, 비싼 차 거덜 내기, 무차별 공격 앞에서도 건네는 농담 등 액션이 과하거나 지루함이 엄습할 때면 어김없이 격발한다. 안타깝게도 계속 빗맞는 느낌 적인 느낌이랄까.  


후반부에 액션 비중을 많이 두었지만, 이마저도 감독의 전작 장면에서 본 듯한 장면이 오버랩 되면서 신선한 맛은 떨어진다.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인 피칠갑 액션의 쾌감과 스펙터클은 유효하지만 그 이상은 넘지 못한다. 


영화 <귀공자> 스틸 / NEW 제공


그나마 김선호의 연기는 매력적이다. 귀공자에 포커싱 된 영화라는 점에서 이 캐릭터가 다른 캐릭터보다 돋보이는 부분이 있지만, 그럼에도 선과 악, 진지함과 코믹함의 외줄 타기를 완벽하지 않지만 준수하게 탄다.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때로는 진중하면서도 때로는 코믹함이 느껴지는 그 역할을 최대한 소화해 낸다. 박훈정 감독이 왜 그를 캐스팅했고, 신뢰하며 영화를 만들었는지 알 듯하다. 


영화 <귀공자> 스틸 / NEW 제공


아쉽게도 다른 배우들의 매력은 떨어진다. 모두 스테레오 타입의 전형적인 캐릭터로만 존재하는 것에 그치는데, 마치 귀공자를 위해 존재하는 기능적 캐릭터로서 소비되는 것으로 보인다. 영화를 보면 마르코의 전사와 복싱 선수라는 설정이 꼭 필요했을까하는 의문이 들 정도. 윤주 등 여성 캐릭터의 매력은 <마녀 2>보다 후퇴한 느낌이다. 


(조금은 성급한 판단이지만) <신세계> 때의 박훈정 감독은 잊어야 할지 고민된다.  누아르 장르에 갇히기보단 다양한 것을 시도하며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그에게 <신세계>는 이미 ‘구세계’일 수 있다. 하지만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처럼, 초기 스타일로 돌아가는 것도 한 방법이지 않을까? 일단 <마녀> 시리즈를 잘 매듭짓기를 바란다. 




평점: 2.5 / 5.0

한줄평: 김선호라는 좋은 실탄으로도 명중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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