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열 번째 여름> 리뷰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 그것도 10년 동안 여름이면 함께 여행을 가는 사이라면 그게 가능할까? 누군가는 <우리의 열 번째 여름>의 이 설정이 진부하고 케케묵었다고 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로브 라이너와 노라 애프론이 함께 만든 할리우드 로코 명작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를 떠올리게 하는 재미가 있다며 반가워할 것 같다.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이 작품은 할리우드 고전 로코의 전형을 따라가는 건 맞다.
누군가에게 여행은 설레고 행복한 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반대다. 잘 나가는 여행 기자 파피(에밀리 베이더)도 처음엔 설레고 행복했다. 하지만 매번 가는 여행으로 인해 남는 건 권태감과 공허함 뿐. 그러던 어느 날, 매해 여름이면 여행을 함께 갔던 절친이었지만, 지금은 소원한 알렉스(톰 브라이스)의 동생에게 전화가 온다.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자신의 결혼식에 꼭 와달라는 거였다. 문제는 결혼식에 참석하면 알렉스를 봐야 한다는 것. 고심 끝에 파피는 가기로 하고 바르셀로나에 도착한다. 그리고 공항에서 관계가 틀어진 알렉스를 만난다.
<우리의 열 번째 여름>은 에밀리 헨리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원작을 읽지는 않았지만, 서평을 보면 할리우드 고전 로맨틱 코미디의 경의를 표한다고 적혀있다. 영화는 원작이 가진 이 장점을 오롯이 가져와 영상에 옮겼다. 앞서 소개한 대로 이 작품은 <해리와 샐리가 만났을 때>와 유사한 설정이 많다. 10년간 친구로 지낸 남녀 관계부터 카풀을 통한 첫 만남, 성격도 취향도 정반대인 것, 여주인공의 집이 뉴욕에 있다는 것 등등 보다 보면 그 시절 멕 라이언과 빌리 크리스탈이 보인다. (물론 주인공들의 생김새는 다르고, 그 유명한 레스토랑인 카츠 델리카센이나 센트럴파크가 나오는 건 아니다.)
기존 로코 설정을 깔고 시작한 영화는 원작의 장점인 ‘여름휴가 여행’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로 이어지는 이들의 10년간 이야기를 보여준다. 극 중 파피는 이렇다고 할 여행을 해본 적 없는 알렉스를 위해 캐나다로 여행을 떠나고 그 이후 매년 여름마다 함께 여행을 가자고 약속한다. 영화는 시간 순서대로 이들의 여행을 보여주는 것 대신, 결혼식 참석을 위해 만났지만 데면 데면한 사이가 된 이들의 플래시백으로 과거의 여름 여행을 순차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면서 이들이 언제 그리고 왜 관계가 틀어졌는지 궁금증을 갖게 한다.
이 구조의 이끌림에 보는 이들은 주인공들과 함께 여름 여정을 함께 하게 되는데, 자석처럼 S, N 극처럼 서로 다르지만, 그래서 더 끌리는 이들의 관계 발전은 영화의 매력을 살린다. 특히 집에 정착하지 못하고 여행을 통해 그 공허함을 채우는 파피의 마음과, 그 헛헛한 마음을 채워주고 싶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러지 못하는 알렉스의 마음을 알게 되면서 두 인물에 공감하게 된다. 서로 좋아하는 감정이 있지만 상처가 두려워서 현재 관계가 틀어질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들의 모습은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물론, 이 작품이 <해리와 샐리를 만났을 때>만큼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로코 정석이 된 설정을 가져와 누가 봐도 연인처럼 보이는데, 서로만 모르고 인정 안 하는 이 둘의 관계를 쭉 지켜보는 게 때로는 답답함을 안긴다. 더불어 극의 활기를 불어넣는 조연들의 역할 부재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이 단점을 어느 정도 상쇄하는 건 두 배우의 매력이다. 에밀리 베이더와 톰 브라이스는 극장 E와 극강 I의 만남을 보여주는데, 카풀을 통한 첫 만남에서의 연기가 돋보인다. 특히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엉뚱한 행동가인 파피를 생동감 있게 연기한 에밀리 베이더의 연기가 돋보인다. 톰 브라이스 또한 <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의 스노우 대령 이미지가 전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다른 매력을 보여주면서 매력을 더한다.
오랜만에 넷플릭스에서 만든 로맨틱 코미디를 끝까지 봤다는 것만으로 이 작품의 완성도를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랑이 죽어가는 시대에서 1980~90년대 부흥했던 로맨틱 코미디의 오리지널 맛은 아니지만, 그 명맥을 어떻게든 이어가려는 이들의 안간힘(?)을 느꼈던 것 같다. 주말 밤, 로코가 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부담 없이 추천한다.
평점: 3.0 /5.0
한줄평: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여름 여행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