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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또비됴 Jun 21. 2023

매운맛 대신 익숙한 맛으로 만든 인생 역전!

디즈니 플러스 영화 <플레이밍 핫> 리뷰

한 가지 고백하는데, 어린 시절 내가 가장 사랑했던 과자는 치토스였다. “언젠가 먹고 말 테야”라며 매번 외치는 치타 캐릭터 ‘체스터’, 과자 안에 들었던 스티커, 따조도 좋았지만, 손가락에 묻은 그 양념 맛이 일품이었다. 유년 시절의 기억으로 현재 국내 제조사는 바뀌었지만 가끔 치토스를 먹으며 추억에 빠지곤 한다. 이런 나처럼 이 과자를 사랑하는 미국인들도 추억에 잠길 수 있는 영화 한 편이 나왔다. 바로 치토스 제조사인 미국 프리토레이의 전설적인 인물, 리처드 몬타녜스 이야기를 담은 디즈니 플러스 영화 <플레이밍 핫>이다.


 

멕시코계 미국인인 리처드(제시 가시아)는 학교에서 유색인종이라 놀림을 받았고, 가정에서 아버지에게 폭력을 당한다.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한 그는 돈을 벌기 위해 마약 유통에 손을 댄다. 유일한 안식처인 첫사랑 주디(애니 곤잘레스)와 결혼한 그는 아이가 생기자 일 다운 일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 운 좋게 프리토 레이 공장에서 청소부로 일을 한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엔지니어 기술도 배우는 등 열심히 살아가던 그때, 경제 불황으로 공장 직원들이 정리해고를 당한다. 리처드도 해고를 피하기 위해 고민에 빠지고, 어떻게든 예전처럼 공장을 돌리기 위해 매운맛 치토스를 만들기에 도전한다.


<플레이밍 핫>은 리처드 몬타녜스의 자서전을 각색한 실화 작품으로, 그의 인생 역전과 지금도 사랑받는 ‘플레이밍 핫 치토스’의 탄생 스토리를 담고 있다. 그것도 정공법으로. 최근 실화를 다룬 작품을 살펴보면 Apple TV+ 영화 <테트리스>는 이데올로기를 활용한 첩보 스릴러 형식을, <에어>는 스포츠 비즈니스를 다룬 오피스 드라마 형식을 차용하며 장르적 다변화를 꾀했다. 마치 옥수수 과자에 감칠맛 나는 양념을 뿌리는 것처럼 실화에 극적인 요소를 넣은 셈.


하지만 <플레이밍 핫>은 멕시코 이민자가 꿈을 이뤄가는 그 과정을 시간 순서대로 다룬다. 연출을 맡은 에바 롱고리아는 최근 트렌드에 역행하는 듯한 우리가 알고 있는 기본 전기 영화 플롯을 가져간다.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관객 편의성 기반의 스타일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리처드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런 점에서 청소부였다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조금씩 발전해 나가며, 끝내는 가족의 도움을 받으며 신메뉴 개발에 성공한 이야기는 먹어보지 않아도 그 맛을 아는 것처럼 신선함은 떨어진다. 더불어 제작 전, 리처드가 실제 ‘플레이밍 핫 치토스’를 개발하지 않았다는 설이 돌면서 실화의 무게감도 떨어진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계속 보게 되는 건 작품 자체가 갖고 있는 긍정성 때문이다. 항상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심호흡하며 긍정 마인드를 유지하는 리처드의 성격은 영화 전반에 골고루 벤다. 극 중 프리토레이 면접 때 졸업장은 없지만 전문성이 있다며, 자신에게는 가난, 굶주림, 투지가 전문이라 말하는 사람이다. 그런 그를 기다리는 건 유색 인종 차별, 공장 내 최하층 노동 계급의 비애, 아버지와의 불화, 매운 양념 개발 등 그가 해결해 나가고 이겨내야 하는 일들이다. 이런 장벽을 자신의 긍정적인 면으로 타파해나가며 조금씩 성장하는 과정, 가족의 사랑과 동료들의 믿음으로 제품 개발에 성공하는 모습은 보는 이에게 감동을 안긴다. 아이러니하게도 개천에서 용 나는 걸 보기가 쉽지 않기에 더 새로움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다른 한편으로 이 작품이 흥미로운 건 비즈니스의 성공 사례를 직간접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극 중 펩시코 프리토레이 CEO인 로저 엔리코가 등장한다. 펩시콜라의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코카콜라를 누르고 매출액 1위를 달성시킨 장본인. 레이건 시절 경제 불황이 닥쳐 회사가 힘들 때 리처드는 로저 엔리코의 영상을 보게 되는데, 여기서 “CEO처럼 생각하라”라는 말을 듣게 된다. 로저 엔리코의 말에 귀 기울인 리처드는 한낱 청소부지만 CEO의 마음으로 새로운 치토스를 개발하게 된다. 매 순간 기업에서 고민하는 새로운 먹거리 시장 개척의 의미에서 히스패닉 시장을 정확히 공략한 리처드의 수완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더불어 공장 청소부의 아이디어를 귀담아듣고 이를 사업으로 진행하는 로저 엔리코의 안목에 한 수 배운다.  


<플레이밍 핫>은 제목 그대로 매운맛 제대로 보여주는 실화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꿈꾸는 자에게 기회가 있고, 이를 응원하는 사람만 있다면 해낼 수 있다는 영화의 메시지는 아는 맛이고 신선함이 떨어질지언정 긍정 에너지를 전한다. 리처드가 제품 개발을 할 때처럼 힘든 세상이다. 부디 <플레이밍 핫>이 밝은 미래를 떠올리며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에게 응원이 되는 작품이 되기를 바란다.




평점: 3.0 / 5.0

한줄평: 독특함보다 안정감을 택한 실화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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