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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또비됴 Jul 05. 2023

토요명화로 만난 모험가와의
마지막 인사!

영화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 리뷰

만남이 있으면 이별은 따라오기 마련. 해가 갈수록 이 불문율은 더 극명하게 다가온다. 내 힘으로 바꿀 수 없는 시간처럼, 그렇게 이별은 마주하게 되어있다. 언제 어디서나 모험을 떠날 것 같았던 인디아나 존스 조차도 말이다. 1편부터 함께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친구들을 떠나보내는 것보다 괜찮을거로 생각했다.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기틀을 마련한 시리즈, 어드벤처 장르를 견고히 다진 시리즈, 영화가 주는 최고의 재미를 맛보게 한 시리즈인 ‘인디아나 존스’와의 작별은 쉽지 않았다. 그건 옆자리의 노신사도 마찬가지였다. 


▲ 영화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 스틸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솔직히 말하자면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세대는 아니다. 우리 형, 누나, 삼촌 세대의 영화다. <백 투 더 퓨처>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을 처음 본 건 KBS2 ‘토요명화’ 시그널에서였다. 어린 시절 굴러오는 큰 바위를 피해 달리는 인디아나 존스의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자칭 영화광으로 집 근처 단골 비디오가게 VIP 이었던 막내 삼촌은 “<레이더스>의 명장면이네!”라고 말하며,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진정한 매력과 재미, 조지 루카스, 스티븐 스필버그, 해리슨 포드의 조합이 만들어 낸 대단한 성과 등의 썰을 풀었다. 토요명화의 그 기나긴 광고처럼 지난한 설명이었지만, 두 가지는 기억난다. 영화를 향한 삼촌의 애정, 그리고 중절모와 채찍으로 기억되는 인디아나 존스의 모습이었다.

 

이후 막내 삼촌의 도움으로 1, 2, 3편을 모두 봤다. 굳이 힘들게 고대 유물이 있는 장소에 가서 위험을 무릅쓰고 보물을 찾는 인디아나 존스의 모험은 그 자체로 흥미진진했다. 어두컴컴한 동굴로 들어가 온갖 트랩을 피하며 보물을 찾지만, 이내 그곳은 무너지고 필사의 탈출에 성공한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언제나 원주민이나 독일군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고, 어떻게든 이들의 추적을 피해 살아 나간다. 어쩌면 이 단순한 이야기는 보물, 장소, 등장인물만 바뀌고 계속 반복된다. (4, 5편도 마찬가지다.) 


▲ 영화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 스틸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그런데도 이 시리즈가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을까 생각해 보면 인디아나 존스를 통해 미지의 세계를 탐험할 수 있다는 대리만족이 가장 큰 이유였을 것 같다.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에서 벗어나 약 2시간 동안 인디아나 존스와 함께 여행을 떠난다는 것 자체가 즐거운 일이었을 테니. 그만큼 <레이더스>의 신선한 충격을 40여 년 동안 간직한 이들에게 이 시리즈는 그 즐거운 순간을 돌리는 운명의 다이얼이라고 생각한다. 


운명의 다이얼이 작동한 것처럼 4편 이후 15년 만에 만난 인디아나 존스는 그대로였다. 교수직에서 은퇴할 나이가 되고, 모험은 옛이야기가 되었으며, 세계 여러 곳을 다니며 수집한 물건들 위엔 먼지가 쌓여 있었지만 그래도 인디아나 존스는 인디아나 존스였다.  


▲ 영화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 스틸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달 탐사 성공 퍼레이드가 진행되는 도로에서 과학의 진보보다 더 중요한 건 역사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말을 타고 역주행하는 모습이나, 유물 암시장에서 아르키메데스 다이얼을 찾기 위해 채찍을 내리치는 모습, 다이얼을 놓고 나치와 한판 대결을 벌이는 모습도 여전했다. 맞고 때리고, 놓치고, 달리는 등 그 움직임 자체만으로도 얻게 되는 쾌감이랄까. 나이는 숫자일 뿐이란 말처럼 인디아나 존스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모험을 시작했고, 아름다운 퇴장까지 열심히 달린다. 


▲ 영화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 스틸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시리즈의 팬들을 위한 마지막 선물처럼 전편의 장점을 모두 가져와 믹스한 영화는 현재보단 과거 맞춤 영상을 선사한다. 향수를 자극하는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에 호불호가 갈리지만 팬들에게는 감탄사를 내뱉게 하는 동력일 터. 헬레나(피비 월러 브리지)와 빌런 위르겐(매즈 미켈슨) 등 새로운 캐릭터는 물론, 살라(존 라이스 데이비스)와 마리온(카렌 알렌) 등 과거의 친구들도 함께 등장해 마지막 모험에 힘을 실어준다.


▲ 영화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 스틸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난 평생 이걸 찾아 헤맸어



후반부 고대 그리스의 시라쿠사 전투 장면에서 과거로 돌아간 인디아나 존스는 이 대사를 읊는다. 그토록 오랫동안 모험을 떠난 이유이기도 하며, 시간이 흘러 이제 노인이 된 그 현실을 벗어나 역사의 한 페이지에 영원히 살아 숨 쉬고 싶어 하는 그의 마음을 알 수 있는 대사다. 그의 가장 멋진 순간은 현재가 아닌 과거였으니까. (이 캐릭터를 연기한 해리슨 포드의 모습도 오버랩된다.) 그런 의미에서 성궤, 성배가 아닌 시간을 다룰 수 있는 ‘운명의 다이얼’이 마지막 보물인 건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이제 인디아나 존스에게 시간은 절대적인 보물이기 때문이다.  


▲ 영화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 스틸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어느덧 154분이 지나고 인디아나 존스는 자신의 모험에 탑승한 이들에게 찐한 감동과 멋진 인사를 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그 유명한 존 윌리엄스의 ‘레이더스 행진곡’이 흘러나왔다. “빰빠빰빠 빰빠빰~~” 인디아나 존스의 마지막 인사에 예를 갖추듯 나와 관객들은 극장에서 더 이상 울려 퍼지지 않을 이 곡을 들으며 엔딩크레딧을 한 동안 바라봤다. 그 순간 필름처럼 그동안 그가 펼친 모험의 장면들이 스쳐 갔다. 더 이상 그의 모험을 볼 수 없겠지만, 그와 함께 한 추억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겠지. 모든 엔딩크레딧이 올라간 후 자리에서 일어난 옆자리 노신사도 같은 마음이었을 것 같다. 굿바이 인디! 추억의 시간에서 또 만나길~




평점: 3.0 / 5.0

한줄평: 향수와 추억이 깃든 마지막 인사! (아쉬워도 참자!) 



(이 리뷰는 ’헤드라잇’에 쓴 글을 재편집한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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