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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또비됴 Jun 30. 2023

멀티버스는 이제 그만!
스파이디만 빼고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리뷰

“미쳤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나도 모르게 이 단어를 뱉었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생각했다. 왜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2018) 때보다 더 강하게 감정이 벅차오르는 걸까? 애니메이션 치고는 다소 긴 140분이라는 러닝 타임에 콧방귀를 낄 정도로, 5년 동안 축적해온 제작진의 노하우는 촘촘하고 빼곡한 스토리 및 이미지의 향연을 만들며 ‘시간 순삭’을 이뤄낸다. 소니 본사에 가서 빨리 3편을 내놓으라는 1인 시위를 할 정도로 영화적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 이 매력의 중심에는 멀티버스 활용에 있다. 이제는 썩은 토마토처럼 신선도 제로인 멀티버스 소재를 어떻게 다뤘길래 이 같은 결과물이 나왔을까.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스틸 /  소니픽처스코리아 제공


스파이더맨 신고식을 호되게 치른 마일스(샤메익 무어)는 슈퍼히어로의 삶에 적응해 나가고 있다. 반대로 그의 부모는 매번 늦고 뭘 자꾸 숨기는 마일스의 행동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러던 중 차원 조종 능력을 지닌 빌런 스팟(제이슨 슈워츠먼)이 스파이더맨을 공격한다. 엉겁결에 공격을 막아냈지만, 뭔가 찝찝한 여운을 남긴다. 마일스가 이런 삶을 살아가고 있는 동안 그웬(헤일리 스타인펠드)은 자신의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 채 아버지와의 사이가 틀어진다. 이때 차원의 문이 열리면서 다른 우주의 스파이더맨들과 만나게 되고, 그들과 팀을 이뤄 빌런의 공격을 막아낸다. 이후 스팟을 쫓기 위해 마일스가 있는 우주로 온 그웬. 그토록 서로를 보고파 했던 이들은 재회한다. 그 기쁨도 잠시 스팟의 공격이 시작되고, 마일스는 새로운 스파이더맨들을 만나게 된다.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의 멀티버스 활용법을 알아보기 전, 그동안 멀티버스 소재를 활용한 영화를 살펴보자.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그리고 최근작인 <플래시> 등 기존 히어로 영화에서는 아픈 과거나 자신의 과오를 바꾸고 싶은 마음에 멀티버스를 사용하고, 이로 인해 균열이 생긴다. 위험한 상황을 맞닥뜨린 주인공은 인생에는 절대 바꿀 없는 순간이 있으며 이는 우리에게 주어진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그리고 이를 봉합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스틸 /  소니픽처스코리아 제공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도 앞서 소개한 영화들의 루트를 따라간다. 전편에서 마일즈는 차원 이동기를 파괴했지만, 멀티버스 간의 균열은 100% 봉합되지 않았고, 이때 생긴 빌런인 스팟은 스파이더맨들과 전 우주를 위험에 빠뜨린다. 여기에 스파이더 인디아(카린 소니)가 있는 세상 속 도시 뭄바튼에서 싱 경감을 구하며 ‘공식설정 사건(Canon event)’에 큰 타격을 입힌다. 여기서 말하는 공식설정 사건은 전 우주의 모든 스파이더맨들이 동일하게 겪어야 하는 사건을 말한다. 예를 들어 모든 스파이더맨들은 삼촌 등 사랑하는 가족이나 가까운 어른을 떠나보내야 한다. 그래야 그 상실감을 동력 삼아 히어로의 삶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일즈는 자의적으로는 아니지만 이 공식을 깨며 스파이더맨들이 고수했던 공통된 규율을 무너뜨린다. 더 심각한 건 차기 서장이 되는 아버지가 공식설정 사건의 희생자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이 영화의 차별화 포인트는 여기서 출발한다. 여타 스파이더맨들은 그 아픔을 받아들이고 상실감과 그리움을 간직한 채 살아가겠지만, 마일즈는 다르다. ‘내 이야기는 내가 쓸꺼야!’라며 반기를 든다. 각 우주의 균형을 중요시하고, 이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스파이더맨 미겔 오하라(오스카 아이작)는 마일즈의 이런 행동을 못마땅이 여기고,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우주로 돌아가려 하는 그를 막는다. 이때부터 기존 스파이더맨 vs 새로운 스파이더맨의 대결이 시작되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수백 명의 스파이더맨들의 등장과 액션 장면이 이어지며 보는 재미를 더한다.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스틸 /  소니픽처스코리아 제공


그동안 멀티버스를 소재로 한 영화와 다른 노선을 걷는 영화는 대착점에 놓인 부모와 자식, 선배와 신참 등 세대 간의 이야기로 확장한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이건 바꿀 수 없는 운명 혹은 불문율이야’, ‘이건 우리의 규칙으로 무조건 따라야 해’ 등 마일즈의 부모와 미겔 등을 앞세워 기존 세대의 입장을 보여준다. 이에 반해 마일즈는 노력도 해보지 않고 안된다는 말로 수긍시키려는 이들에게 맞대응하며 자신만의 방법으로 우주의 균형을 맞추려고 발걸음을 뗀다. 이런 점에서 기존 스파이더맨들과 마일즈의 대결은 세대 간의 간극을 보여준다고 말할 수 있고, 마일즈가 ‘Z세대 스파이더맨’이라 불리는 이유의 근거가 된다.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스틸 /  소니픽처스코리아 제공


또 하나의 멀티버스 활용은 캐릭터와 각 우주의 다양성에 있다. 흑인 스파이더맨인 마일즈, 스파이더우먼 그웬을 비롯해 스파이더맨 인디아, 스파이더 펑크, 임신한 스파이더 우먼, 레고 스파이더맨 등 성별, 인종, 차원(애니메이션, 실사 등)을 뛰어넘어 수많은 스파이더맨이 등장한다. 영상 이미지도 전편에서 구현했던 2D, 3D 애니메이션은 물론, 2차원 삽화와 잡지에서 튀어나온 듯한 이미지를 활용한다. 여기에 눈을 사로잡는 다양한 색채 활용은 황홀할 지경. 현란하면서도 각 스파이더맨이 사는 지구의 모습에 맞는 색을 선택해 다변화를 꾀한 건 신의 한 수로 작용한다. 여기에 힙합, EDM, 록 등 전편보다 음악의 폭을 넓히며 영상미를 배가시킨다.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스틸 /  소니픽처스코리아 제공


엄청난 수의 스파이더맨이 출연해 각각의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가 부족하고, 실사 영화와 비교했을 때 애니메이션으로서 새로운 영상의 확장성 한계가 살짝 엿보이지만, 앞으로 나올 3편을 향한 기대감에 큰 타격을 입히지는 않는다. 오히려 더 보고 싶어진다. 2편의 마지막이 클리프행어 결말이라는 점도 그렇지만, 마일즈만큼 주체적인 인물로 그려지는 그웬, 그리고 그녀와 팀을 이루는 스파이더맨들의 활약이 더 기다려지기 때문이다. 3편에서도 멀티버스 소재는 활용될 것이다. 식상하다고? 스파이디라서 괜찮다! 




평점: 4.0 / 5.0

한줄평: ‘운명’을 상대하는 Z세대 스파이디 등장! 





(위 글은 ’헤드라잇’에 쓴 글을 재편집한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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