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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또비됴 Aug 13. 2023

좀비가 고마운 사회초년생 사연은?

넷플릭스 <좀 100: 좀비가 되기 전에 하고 싶은 100가지> 리뷰 

좀비가 때론 고마울 때가 있나 보다. 사람을 물어뜯고, 전염시키고, 사회 시스템을 망가뜨리는 이 존재로 인해 많은 이들은 생존에 위협받는 게 일반적인데, 이 남자는 오히려 기뻐한다. 엥? 좀비 아포칼립스 상황을 오히려 즐긴다고? <좀 100: 좀비가 되기 전에 하고 싶은 100가지>(이하 ‘<좀 100>’)은 기존 좀비 장르와 다른 콘셉트로 진행되어 흥미를 갖게 한다. 물론, 그 흥미가 오래 가지 않지만. 



여기 사회초년생 아키라(어카소 에이지)가 있다. 그토록 가고 싶었던 직장에 들어갔지만, 알고 보니 그곳은 *블랙기업. 야근을 밥 먹듯 하고, 상사에게 혼나기 일쑤고, 뭐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잉여 인력이 되어가는 아키라는 매일이 지옥이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섰는데, 좀비 떼가 몰려온다. 가까스로 위험을 피해 옥상으로 올라간 그는 일본 전역에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것을 확인한다. 그리고 기뻐한다. 왜? 회사에 안 가도 되니까. 그리고 좌절보다 집 청소, 불꽃놀이, 캠핑 등 그동안 해보지 못한 버킷리스트를 작성 후 이를 실천하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대학 친구 켄이치로(야나기 슌타로)와 혼자 힘으로 좀비 세상을 살아가는 시즈카(시라이시 마이)와 함께.  


*블랙기업: 일본에서 유래된 개념으로, 불법·편법적인 수단을 이용해서 노동자한테 비상식적이고 가혹한 노동을 강요하는 악덕 기업



<좀 100: 좀비가 되기 전에 하고 싶은 100가지>를 보면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2017)와 <버킷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2008)가 생각난다. 일본 내 뿌리 깊이 박혀있는 과로사 문제를 건드리고, 자기 행복을 위한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해나간다는 설정, 그리고 죽음의 문턱에 가까운 주인공들의 삶이 <좀 100>과 오버랩된다. 특히 일본 과로사 소재는 <좀 100>이 가진 큰 동력 중 하나인데, 특히 아키라가 광고회사에 다니는 설정은 지난 2016년 일본 최대 광고회사 ‘덴츠 사원 자살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이는 영화가 좀비 장르임에도 현실과의 접점을 계속 유지하는 중요 요소로 작용한다. 



극 중 아키라가 좀비가 돌아다녀도 집 밖을 나가고, 버킷리스트를 채우는 이유는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할 바에 좀비에 물리는 게 낫다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삶은 좀비 아포칼립스 세상보다 더 지옥 같았던 것. 세상이 변하고 생각이 전환됨에 따라 그의 삶 또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중요한 건 세상을 향해 부정적이기보단 긍정적으로 그의 삶을 일궈내는 것에 있다.  <아리스 인 보더랜드> 작가 아소 하로의 동명 원작 내 긍정성을 이어 나가듯 영화는 아키라를 통해 초긍정을 통한 세상 바라보기에 도전한다. 좀비의 출현으로 세상은 멈춰있고, 그 시간 동안 자신을 찾는 여정을 간다는 점에서 아키라에겐 힐링의 순간이고. 보는 이들에게도 그 마음이 전해진다. 



그러나 좀비 장르, 긍정성에 기반한 코믹한 설정과 그에 따른 액션은 잘 맞물린다고 볼 수는 없다. 일본 사회 문제를 가져와 현실과의 접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지만, 이후 버킷리스트를 이뤄가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에피소드는 말 그대로 영화적이다. 후반부 대피소로 활용되는 아쿠아리움에서 기존 사회와 별 다른 것 없는 똑같은 규칙과 강압, 갑을 관계가 이뤄지는 상황은 좀비 세상임에도 똑같은 병패가 반복되는 것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대피소 내 사회 시스템을 붕괴하는 과정은 상상력에 의존한 나머지 공감대가 깨져버리고 만다. 마치 아키라의 내외적 성장을 위한 도구로써 상황이 펼쳐진다는 느낌만 들 뿐이다. 


장르 영화로서 역으로 소재를 활용했다는 점, 그 상황 속에서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일에 대해 고민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설정은 흥미로웠지만, 2시간 동안 끌고 가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100가지 버킷리스트를 채우기 위한 여정을 계속하고 있는 동명 원작이나 TVA 버전을 보는 게 더 나을 듯싶다. 때론 애니메이션으로 보는 게 더 어울릴 때가 있으니까. 



p/s: 원작 작가 아소 하로는 ‘우리 목숨이 앞으로 1일이든 60년이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짧다’라는 메시지를 이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다 말했다. 작품의 완성도를 떠나 영화를 보고 진정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한 가지라도 해보면 좋지 않을까. 


* 이미지 출처: IMDB



평점: 2.0 / 5.0

한줄평: 영화를 보다 (다른 의미의) 번아웃이 올지도!



(이 리뷰는 ’헤드라잇’에 쓴 글을 재편집한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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