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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또비됴 Sep 05. 2023

트렌디하지만
진심 어린 소녀의 ‘으른’ 되기

넷플릭스 영화 <내 성인식에 절대 오지 마!> 리뷰 

때로는 귀엽고, 뻔한 영화가 좋다. <클루리스> <브링 잇 온> <퀸카로 살아남는 법> 등 할리우드 10대 소녀들의 좌충우돌 성장기 영화가 그러한데, 최근 넷플릭스에 반가운 영화 한 편이 공개되었다. 바로 <내 성인식에 절대 오지 마!>다. 이 영화 또한 귀엽고 뻔한 매력이 다분하다. 하지만 앞서 소개한 영화와 살짝 다르다. 예전과 다르다는 것 선포하듯 지금의 10대 소녀들이 가질법한 고민과 불안, 그리고 성장 스토리를 잘 그린다. 그것도 핑크빛으로. 


▲ 넷플릭스 영화 <내 성인식에 절대 오지 마!> 스틸


중학생인 스테이시(써니 샌들러)와 리디아(사만다 로레인)는 둘도 없는 단짝이다. 옷이든 신발이든 꼭 같은 걸 해야 하고, 늘 서로를 챙긴다. 심지어 서로 최고의 바트 미츠바(유대교 성인식)을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한다. 소중한 친구로서 일생에 단 하나뿐인 최고의 성인식을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 때문. 하지만 이들의 우정에 금이 가는 사건이 발생한다. 잘생긴 인기남 앤디(딜런 호프만) 때문이다. 알게 모르게 서로 앤디를 마음에 둔 이들은 돌이키지 못할 사건으로 한순간 적이 되고, 서로를 향한 유언비어를 퍼트린다. 그러던 사이 서로의 성인식 날이 다가온다. 


▲ 넷플릭스 영화 <내 성인식에 절대 오지 마!> 스틸


<내 성인식에 절대 오지 마!>의 재미는 진짜 같은 10대 소녀들의 이야기를 그렸다는 점이다. 그 시작은 주인공들이 중학생이라는 설정인데, 바트 미츠바 특성상 이 나이대를 정한 이유도 있지만,(보통 바트 미츠바는 12세에 한다) 소녀들의 성장통은 이때 비로소 시작한다는 걸 알려주는 듯하다. 그래도 ‘하이틴 영화면 주인공은 고등학생 아니야?’라고 할 수 있지만, 극 중 고등학생으로 나오는 로니(새디 샌들러)는 엄청 바쁘고 공부하느라 정신이 없다는 말로 딱 잘라 말한다. 그러니까 이 영화에서는 미식축구 잘하는 킹카와 치어리더인 퀸카의 만남은 없다는 말이다.


10대 초반을 관통하는 이들의 관심사는 친구, 이성 친구 사귀기, 틱톡 등의 SNS 콘텐츠다. 특히 스테이시는 아리아나 그란데만큼 예쁘고, 올리비아 로드리고처럼 힙하며, 리조 만큼 자신을 사랑하는 찐 여성이 되고 싶어 한다. 아직 힐 보다는 스니커즈가 더 어울리는 나이이기는 하지만. 그 일환으로 스테이시는 교내 좀 더 핫 한 그룹의 일원이 되기를 원하고 그 그룹에 속하기 위해 위험한(?) 방법을 쓰는데, 맞지 않은 힐을 계속 신으려고 하다 발에 상처가 나는 것처럼 사달이 난다.


▲ 넷플릭스 영화 <내 성인식에 절대 오지 마!> 스틸


영화의 리얼리티는 스테이시의 성장통에 기인한다. 리디아에게 배신당했다고 믿는 스테이시는 밉고 화나서 친한 친구로서 아는 리디아의 비밀을 SNS로 퍼트리고, 복수를 위해 앤디에게 접근하는 등 유대교 율법에 반하는 행동을 한다. 자신을 더 높이 끌어올리기 위해 상대방을 무너뜨리는 미성숙하고 불안한 행동은 결국 리디아의 성인식을 망치는 결과를 낳는다. 


영화의 매력은 당위성 없이 우연으로 가장한 일들로 문제들이 봉합되는 게 아니라, 자신이 망친 성인식, 우정, 관계 등을 복구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한다는 점이다. 변명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현실을 받아들이며, 리디아에게 용서와 화해를 요구하는 스테이시는 그 자체로 그만의 성인식을 치르는 느낌이다. 특히 리디아가 자신의 성인식에 오지 않은 걸 확인하고 가열차게 달려가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장면은 소녀가 아닌 성인으로서 성장하는 스테이시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 넷플릭스 영화 <내 성인식에 절대 오지 마!> 스틸


감독은 10대 소녀들의 작은 사회를 보여주며, 스테이시를 통해 외적 성장보단 내적 성장이 더 우선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멋지고 화려한 성인식이 아닌 희생과 봉사, 특히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는 마음이 담긴 소박한 성인식이야말로 지금 소녀들에게 더 필요하다고 말이다. 


유쾌한 핑크빛 내적 성장 이야기를 돋보이게 하는 건 스테이시 역을 맡은 써니 샌들러의 연기다. 역시 피는 물보다 진한 건지 그 나이에 맞는 유쾌 발랄한 에너지를 마구마구 뿜어낸 그녀는 중학생 소녀에게 중요한 우정과 관계, 사랑, 질투 등 불안과 설렘의 감정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이를 통해 진심 어린 성장 이야기의 맛을 살린다. 이 밖에도 써니 샌들러와 합을 맞춘 사만다 로레인은 물론, 스테이시 부모 역에 아담 샌들러, 이디나 멘젤, 그리고 랍비 선생님인 사라 셔먼 등 분에 넘치지 않는 연기를 펼치며, 10대 소녀의 성장기를 돋보이게 한다. 


▲ 넷플릭스 영화 <내 성인식에 절대 오지 마!> 스틸


때로는 귀엽고, 뻔한 영화가 좋다. 아니 좋았다. 이젠 이 두 가지 요소와 함께 10대 소녀들이 가질법한 진정 어린 성장통이 가미되어야 할 것 같다. 한 걸음 딛고 일어나 ‘으른’으로서 성장하는 스토리는 언제나 대환영. <내 성인식에 절대 오지마!>가 올해 최고의 영화는 아니겠지만, 기분 좋은 기억을 남긴 작품인 건 확실하다. 아! 그리고 잘 키운 두 딸 열 아들 안 부럽다는 것도! 아담 샌들러 형님 축하합니다!






p/s: 올해 10대 소녀의 성장 영화로 주목받은 작품을 살펴보면 종교와 믿음 이에 따른 성장과 관련이 깊다. <내 성인식에 절대 오지 마!>, 그리고 <안녕하세요, 하느님? 저 마거릿이에요>다. 스테이시와 마거릿은 같은 시대의 소녀는 아니지만, 이들의 고민은 비슷해 보인다. 스테이시를 만났으니 이제 마거릿을 만날 차례인듯 싶다. 


영화 <안녕하세요, 하느님? 저 마거릿이에요> 예고편


<내 성인식에 절대 오지 마!>는 10대 성장 영화이긴 하지만 그 밑바탕에는 코미디가 깔려 있다. 아담 샌들러의 영향 때문인 듯한데, 스테이시 뺨치게 긍정 에너지가 넘치는 이가 있으니 랍비 선생님으로 나오는 사라 셔먼이다. 누구냐고? 미국 <SNL>의 주현영 or 김아영(수위는 박나래 급)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래 영상을 보면 충분히 납득이 갈거다. 


Eyes - SNL 영상 




평점: 3.0 / 5.0

한줄평: 그렇게 소녀들은 ‘으른’이 된다! 




(이 리뷰는 ‘헤드라잇’에 쓴 글을 재편집한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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