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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또비됴 Oct 11. 2023

멋짐만 폭발한 복수의 세계

넷플릭스 영화 <발레리나> 리뷰  

스타일리시하다. 한 마디로 멋짐이 폭발한다. 강렬한 이미지와 사운드가 결합된 영상과 폭력의 세상은 말초신경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전종서 주연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발레리나>는 영상과 사운드를 통해 분위기를 잡고, 보는 이들의 멱살을 끌고 가는 영화다. 그래 어디까지 끌고 가냐는 듯이 한번 가보자는 마음의 관객들은 영화를 향해 온 몸을 던지려 하지만, 이내 멋짐만 폭발한 복수의 세계에 발을 살며시 뺀다.


영화 <발레리나> 스틸 / 넷플릭스 제공


사설 경호원인 옥주(전종서)는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그 주인공은 중학교 동창이자 발레리나의 꿈을 이룬 민희(박유나). 늦은 밤, 오랜만에 온 연락임에도 사랑 보다 깊은 우정을 나눈 친구의 연락에 옥주는 그녀의 집으로 향한다. 하지만 그곳에는 설렘과 반가움 대신 민희의 시체와 친필 유서를 마주한다. “꼭 복수해 줘. 왠지 너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아서”라는 내용과 의문의 SNS 계정 주소. 옥주는 그 계정을 추적하고 민희의 죽음에 최 프로(김지훈)가 얽혀 있다는 것, 그가 마약을 판매하고 젊은 여성만을 골라 성적 착취를 일삼는 범죄자라는 걸 알게 된다. 옥주는 억울한 친구의 죽음을 되갚아 주기 위해 최 프로를 향한 복수의 칼날을 세운다.


영화 <발레리나> 스틸 / 넷플릭스 제공


<발레리나>가 보여주고자 하는 건 명확하다. 친구를 자살로 내몬 악마 같은 놈을 처단하는 옥주의 복수극이다. 복수의 과정을 보다 강력하고 심플하게 가져가기 위해 이충현 감독은 캐릭터를 명확히 구분한다. 특히 빌런이 살아야 영화의 흡입력이 산다는 걸 아는 듯, 옥주만큼 최 프로의 극악무도한 면을 잘 보여준다. 자신의 부를 축적하기 위해 여성을 성적 착취하고, 디지털 그루밍(Grooming) 하는 모습은 최근 N번방 사건을 떠올리게 하고. 전리품처럼 성적 착취 영상을 각각의 네이밍을 적어 USB로 남긴 그의 행동은 보는 이에게 충분히 공분을 사게 한다.


모텔 액션 씬(위)과 마약 소굴 액션 씬(아래)


이 감정을 빌미로 영화는 중반부 모텔 액션과 후반부 마약 소굴 액션에 힘을 싣는다. 이충현 감독은 애초에 액션에 방점을 둔 것처럼, 액션 시퀀스에 공을 들인다. 화려한 조명과 네온사인 아래에서 펼쳐지는 모텔 액션은 좁은 공간 안에서 잘 짜 놓은 동선 합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칼은 물론, 침대나 주변 기기를 활용한 액션도 좋고, <올드보이>의 오마주를 바친 복도 액션 장면도 은근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후반부 마약 소굴 액션 장면은 다대일로 싸우는 옥주의 액션 쾌감이 크다. <존 윅> 시리즈처럼 총격 액션이 나오지만 스타일리쉬한 건(gun)격액션 보다는 복수를 위해 죽을 각오로 적을 처단하는 처절한 사투라는 표현이 더 맞을 듯하다.

 

영화 <발레리나> 스틸 / 넷플릭스 제공


잘 짜인 동선 디자인을 통해 액션 시퀀스들은 말 그대로 멋짐 폭발! 여기엔 전종서, 김지훈 등 몸을 통해 캐릭터의 생각과 성향을 보여주는 배우들의 호연, 힙합과 전자음악 등 영화가 지닌 색을 도드라지게 하는 그레이의 스코어가 한몫한다.


영화 <발레리나> 스틸 / 넷플릭스 제공


그럼에도 이 영화는 스타일리시한 복수의 세계를 끝내 완성하지는 못한다. 가장 아쉬운 건 옥주가 복수를 감행하는 당위성의 부재다. 복수라는 단 하나의 플롯을 위한 영화라는 점에서 개개인의 전사와 왜 그렇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명확하게 나와야 하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이 부분이 중요한 건 인물에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기 때문이다. <존 윅>만하더라도 강아지의 죽음이란 이유를 마련했기에 관객은 이 복수극을 끝까지 쫓아갈 수 있었다. 물론 감독은 플래시백을 통해 홀로 생일 케이크를 사는 옥주의 외로움, 우연히 이를 채워준 민희의 이야기를 보여주기는 하지만, 그 이유가 흐릿해 보는 이로써 감정이입이란 입구를 찾기가 어렵다.


영화 <발레리나> 스틸 / 넷플릭스 제공


더불어 간결한 플롯과 다양한 액션 장면은 기시감을 떨쳐내기 어렵다. 각 부분에서 니콜라스 원딩 레픈의 <드라이브>의 강한 잔향은 영화에 가속도를 붙이기보다는 때때로 브레이킹을 건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극도로 깔끔하고 스타일리시한 복수의 세계를 완성하기 위한 선재 조건이 되려 발목을 잡는 꼴이다. 액션이 주라도 화려함이 다가 아니라는 걸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한번 알게 된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원로 배우의 활용이다. TV 드라마에서의 굳어진 캐릭터를 벗어 던지고, 이 영화에서 80대 총포사 부부로 새로운 연기를 보여주며, 가열차게 달리는 영화의 숨 쉴 틈을 건넨다. 이게 바로 원로 배우의 관록인가!




평점: 2.5 / 5.0

한줄평: 액션이 주라도 화려함이 다가 아니다!



이 글은 '헤드라잇'에 발행한 글을 편집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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