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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또비됴 Oct 12. 2023

영화로 만든
웨스 앤더슨 표 팝업북!

단편 영화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 리뷰 

이걸 영화로 봐야 할까? 아님 소설로 봐야 할까? 웨스 앤드슨 감독이 연출한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는 로얄드 달의 동명 원작을 스크린으로 옮긴 단편 영화이자 그만의 스타일로 재창조한 단편 소설이다. 어떻게 영화로 소설을 쓰냐고 물어본다면 웨스 앤더슨이라 가능했다 답할 정도로, 영화는 이상하고도 아름다운 매력을 갖고 있다.  


▲ 넷플릭스 오리지널 단편 영화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 스틸


여기 41살 먹은 돈 많은 독신남이 있다. 이름은 헨리 슈거(베네딕트 컴퍼배치). 가명이다. 일은 해 본적 없고, 결혼하면 막대한 부를 나눠야 하기에 결혼 생각은 없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사람인 그는 온통 마음 속 부의 욕망을 채울 궁리만 하고, 이런 이유에서 도박을 즐긴다. 어느 날 그는 윌리엄 경의 서재에서 오랜 시간 수련을 통해 눈을 가려도 앞을 볼 수 있는 사람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발견하고, 그 내용에 심취한다. 이후, 헨리 슈거는 도박에 써먹기 위해 책에 써 있는대로 수양을 시작한다. 과연 그는 부를 향한 욕망을 채웠을까? 


▲ 넷플릭스 오리지널 단편 영화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 스틸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는 그동안 웨스 앤더슨의 스타일을 함축적으로 볼 수 있고, 이를 통해 영화와 소설, 영상과 텍스트의 경계를 허물며 만든 그만의 마법 같은 결과물이다. 감독은 이번에도 액자식 구성을 활용해 시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 원작을 재해석한 자신만의 연출 결과물을 집어넣는다. 


앞서 소개해듯이 이번 작품에도 웨스 앤더슨만의 차별화된 액자식 구성이 들어간다. 이미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프렌치 디스패치>, 최근작인 <에스터로이드 시티>를 통해 만나봤다. 감독은 액자식 구성을 통해 독특한 자신만의 세계를 구성하는 환경을 만들 뿐만 아니라 표면적으로 보이는 이야기 외의 또 다른, 그리고 중요한 이야기를 더 담고자한다.


이 방식으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는 전쟁과 죽음의 상흔을, <프렌치 디스패치>에서는 상상력의 보고였지만 이제는 사라진 잡지(혹은 영화)의 매력을 <에스터로이드 시티>에서는 영화라는 꿈을 보여주고자 한 감독의 의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는 무엇을 담은 것일까? 이 영화의 액자식 구성은 원작의 이야기를 토대로 창작자의 상상력으로 구현한 미지의 세계을 보여주는 수단으로서 활용한다. 감독은 소설의 이야기 안과 밖의 경계를 허물고, 텍스트를 이미지로 변경하는 과정 자체를 재조립하면서 그만의 상상의 세계를 만들어간다. 


▲ 넷플릭스 오리지널 단편 영화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 스틸


감독이 만든 이 묘한 세계는 책장을 넘기는 듯한 느낌을 부여하는 횡적 동선은 물론, 관객을 마주보는 인물들, 연극 무대처럼 각 챕터마다 변경되는 화려하고도 아기자기한 세트 구성을 통해 입체적으로 느껴진다. 이로 인해 마치 팝업북을 보는 것처럼 느껴진다. 여기에 (정확하게 밝히지는 않았지만, 그의 기호를 파악했을 때) 로얄드 달로 분한 랄프 파인즈를 시작으로 베네딕트 컴버배치, 데브 파텔 등 이야기가 바뀔 때마다 화자를 바꾸고, 소설 지문과도 같은 대사를 내 뱉는 게 하며, 보는 소설로서의 매력과 쾌감도 전한다. 


웨스 앤드슨만의 연출 형식이 빛을 발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역시 배우들이다. 어쩌면 도전과도 같았을 이 영화에서 배우들은 쉬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대사량과 그에 따른 행동과 연기를 보여준다. 특히 헨리 슈거 역을 맡은 배네딕트 컴퍼배치는 완벽한 딕션과 표정 연기를 구사하며 웨스 앤더슨과의 첫 호흡을 성공리에 보여준다. 랄프 파인즈, 데브 파텔, 벤 킹슬리 또한 심각하게 많은 양의 대사를 치며, 웨스 앤더슨이 만든 상상의 세상에서 제 역할을 해나간다. 


▲ 넷플릭스 오리지널 단편 영화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 스틸


단편적으로 홍수처럼 퍼붓는 대사량이 걸림돌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막상 영화를 마주하면 시선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순삭한다. (물론, 그 대사량과 변하는 세트 구성을 놓치지 않기 위해 집중하다가 끝나버렸네 할 수도 있다.) 이 부분은 큰 걸림돌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다만, 웨스 앤더슨의 팬이라면 은유와 상징을 찾고 읽어낼 수 있는 여지와 폭이 좁다는 건 아쉬울 것 같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감독이 로얄드 달의 원작을 선택한 이유는 자신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에 있다고 본다. 특히 <찰리의 초콜릿 공장> <마녀를 잡아라> 등 아동 문학이 아닌 중단편에서의 그의 이야기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비딱한 시선과 철학적 메시지 등 생각을 곱씹는 주제들이 담겨 있다. 이 영화만 봐도 돈으로 자신을 채우려고 했던 한 남자가 오히려 눈을 감고 비워내면서 평화를 얻었다는 철학적인 메시지가 담겨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장편 영화에서 느꼈던 재미를 받기에는 러닝타임의 제약이 컸던 것 같다. 



넷플릭스를 통해 웨스 앤더슨의 단편 <독> <백조> <쥐잡이 사내>를 만날 수 있다. 세 편 모두 로얄드 달의 중단편이며, 15분 내외로 길이도 짧다. <독>은 인간의 본성, <백조>는 폭력의 공포, <쥐잡이 사내>는 섬뜩한 어른 동화의 느낌이 드는 작품입니다. 짧지만 긴 여운을 주는 세 편의 단편 영화도 꼭 한 번 보길 바란다. 


이미지 출처: IMDB



평점: 3.5 / 5.0
한줄평: 웨스 앤더슨만이 할 수 있는 영상 마법!

이 글은 '헤드라잇'에 발행한 글을 편집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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