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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또비됴 Nov 12. 2023

극 ‘I’ 와 극 ‘E’ 자매의 퀴즈 여정기!

영화 <퀴즈 레이디> 리뷰 

올해 영화계 화두 중 하나는 ‘디아스포라’다. <라이스보이 슬립스> <리턴 투 서울> <프리 철수 리> 등 미국 사회 내 한국을 비롯, 아시아계 디아스포라를 주제로 한 작품들이 잇달아 공개되면서 많은 관객에게 관심을 받았다. 이에 발맞춰 또 한 편의 디아스포라를 살짝(?) 가미한 영화가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공개되었다. 바로 아콰피나, 샌드라 오 주연의 <퀴즈 레이디>. 다소 무거운 분위기가 가득했던 이전 디아스포라 영화와는 결이 다른 이 작품은 아는 맛으로 웃고 울리는 매력이 가득하다. 


영화 <퀴즈 레이디> 스틸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앤(아콰피나)은 외롭다.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그녀는 혼자다. 유일한 낙은 반려견 링귀니와 함께 퀴즈쇼를 보며 문제를 맞히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를 모신 요양원에서 한 통의 전화가 오고, 그녀가 아무도 모르게 사라졌다는 말을 듣는다. 요양원으로 간 앤은 그곳에서 같은 소식을 듣고 온 제니를 만나고, 엉겁결에 이들은 함께 지낸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한다. 갱 두목이 링귀니를 납치한 것. 엄마의 빚을 갚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놓이고, 이를 알게 된 제니는 동생의 놀라운 퀴즈 실력을 활용해 거액의 상금을 받는 계획에 착수한다.

 

영화 <퀴즈 레이디> 스틸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퀴즈 레이디>는 닮은 구석을 찾기 힘든 자매가 퀴즈쇼에 나가는 여정을 유쾌하게 그린 작품이다. 동생 앤은 극 ‘I’ 성향으로, 남과 말을 섞거나 앞에 나가 이야기하는 걸 꺼린다. 친한 친구 하나 없이 집, 회사를 오가며 생활하는 걸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누가 자신에게 말을 걸까봐 무서워하고(특히 옆집 할머니), 회사에서는 파티션 안으로 자신을 숨기는 데 급급하다. 이런 특성은 그녀의 어깨가 항상 움츠려 있는 건 이유이기도 하다.

  

반대로 언니 제니는 극 ‘E’ 성향이다. 언제나 쾌활하고, 처음 만난 사람과도 친하게 이야기한다. 새로운 도전과 경험을 중요시하지만, 그게 오래가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배우가 꿈이었던 그녀는 자기 말에 변화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오프라 윈프리처럼 되고 싶어 하는 상황에서 동생의 퀴즈 달인 능력을 직접 무대에서 펼쳐 보일 수 있도록 그녀만의 방법으로 도와준다. 


영화의 재미는 퀴즈쇼에 안 나가려는 동생과 나가게 하려는 언니의 유쾌한 신경전이다. 어떻게든 퀴즈쇼 예선장에 가기 위해 동생을 납치(?)하거나, 예선장에서 벌어진 웃지 못할 에피소드, 매일 퀴즈쇼를 봐야 하는 동생을 위해 술집에서 난동을 부리는 장면 등 이 자매의 소동극은 시종일관 웃음을 전한다. 


영화 <퀴즈 레이디> 스틸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이 유쾌함의 동력은 아콰피나, 샌드라 오에게서 나온다. 할리우드에서 아시아계를 대표하는 두 여배우의 만남은 이 작품의 기대 요소 중 하나. 그만큼 이들의 호흡이 중요한데,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왜 이제야 만났을까 할 정도로 멋진 케미를 보여준다. 


아콰피나는 정적으로. 샌드라 오는 동적으로 구현하는 액션과 리액션을 보여주며 합을 이루는데, 테트리스의 조각들이 맞춰졌을 때의 쾌감이 느껴진다. 때로는 스탠딩 코미디를, 때로는 슬랩스틱 코미디를 구사하는 이들의 무대는 계속해서 관객을 웃음짓게 한다.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 자매 특성상 이들은 유사 모녀로도 보이는데, 과거 곁에서 돌봐주지 못한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어떻게든 딸의 능력을 키워주고, 꿈을 이루게 해주려는 제니는 엄마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런 이유에서 영화는 전형적인 스토리 라인을 갖고 뻔한 결말로 마무리되지만 밀려오는 감동을 막을 수 없다. 


영화 <퀴즈 레이디> 스틸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퀴즈 레이디>가 유쾌하지만 가볍게만 볼 수 없는 건, 미국 내 아시아계인들의 삶을 잘 녹여냈기 때문이다. 앤의 좋은 대학을 나왔음에도 회사에서 배수관이 보이는 가장 구석진 자리에서 회계 업무만 하고 있고, 대놓고 무시당한다. 제니는 보이지 않는 차별 속에도 ‘이거 인종차별이야!’라고 맞대응하지만, 그럼에도 힘겨운 삶을 보낸다. 미국 사회 내에서 이들은 외톨이로 지낼 수밖에 없는데, 그런 상황에서 서로 의지할 대상은 가족이며, 가족의 사랑이 이들을 성장시킨다는 메시지는 영화를 관통하는 중요한 주제로 각인된다. 과거 동생을 지키기 위해 언니가 한 행동이 퀴즈쇼에서 중요한 힌트가 되고 이를 맞추는 과정은 예상할 수 있을지언정 찐한 감동을 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 <퀴즈 레이디> 스틸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퀴즈쇼의 사회자인 테리(윌 페렐)는 이 프로그램의 주인공은 우승자가 아닌 본선에서 떨어졌지만, 각자의 이야기를 가진 보통의 사람들이라 말한다. 이런 사람들이 모여 이룬 게 미국이란 사회라고 말하는 것처럼. 극 중 퀴즈쇼 사회자가 매회 착용한 나비 넥타이가 전시되어 있는 건 이런 메시지를 보여주는 좋은 장면이다. 다양한 국가와 인종이 사는 미국이란 곳에서 피어난 아시아계 자매들의 유쾌한 소동극. 신나게 웃으면서 이 자매를 응원해보면 어떨까. 



평점: 3.0 / 5.0
한줄평: 가족의 힘으로 어려운 퀴즈(또는 사회)를 푸는 유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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