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엑소시스트: 더 바티칸> 리뷰
‘이 이야기는 실화입니다!’ 오컬트 영화엔 ‘실화’가 따라붙는다. 인간에게 악령이 따라붙듯이. 실화가 아니면 오컬트 영화가 아니라는 것처럼, 이 장르에 있어 실화가 주는 무게감은 실로 다르다. 러셀 크로우가 주연을 맡은 <엑소시스트: 더 바티칸>은 바티칸 수석 구마 사제인 가브리엘 아모르트 신부의 실제 사건 파일을 토대로 한다. 실존 인물이었던 신부와 관련 사건을 담았다는 점에서 영화가 지닌 파괴력은 어마 무시할 정도. 하지만 본격적인 악마와의 대결이 시작되면, 아이러니하게도 그 파괴력은 반감된다.
교통사고로 남편이 죽은 후, 줄리아(알렉스 에소)는 남매를 데리고 스페인의 한 수도원으로 이사를 온다. 남편의 유일한 유산인 이곳을 빠르게 리모델링해 되팔려고 한 줄리아의 꿈은 며칠 만에 무너진다. 공사 중 사고가 발생하고, 어린 아들이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마을 신부 토마스(다니엘 조바토)는 이 가족을 도우려다 되려 다치고, 소년의 몸에 악마가 깃들었다는 걸 알게 된다. 이 사실을 듣게 된 바티칸 최고 구마사제 가브리엘 신부(러셀 크로우)는 곧장 스페인으로 향한다.
<엑소시스트: 더 바티칸>은 초반부터 실화가 주는 무게감을 전하는 데 총력을 가한다. 그 중심에는 가브리엘 신부가 있는데, 그의 이력과 갖가지 사건들은 영화의 리얼리티를 책임지는 것뿐만 아니라 극의 신뢰감에 무게를 더한다. 특히 구마의식 보다 악마가 깃들었다는 사례가 대부분 정신 질환에 의한 것, 바티칸 내 신진세력이 구마의식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주변의 시선은 마치 이 영화도 허구를 기반으로 한 엑소시즘 영화와 다를 바 없다는 관객들의 시선을 대변하는 듯하다. 이후 이어지는 스페인에서의 구마의식은 그 시선에 대한 영화의 대답처럼 보인다.
그래서인지 가브리엘 신부는 홀로 자신만의 길을 가는 구도자 같은 느낌이 강하다. 그는 세상에는 악마가 있고, 죽음을 가까이 접한 자에게 깃든 악령을 퇴치하는 걸 사명으로 생각한다. 구마사제로 100% 완벽할 것 같은 그 또한 제2차 세계대전 참전 당시 동료들을 먼저 보내야 했고, 악령이 깃든 게 아니라 정신 질환이라 케어를 하지 못했던 소녀가 자살하는 사건을 경험하면서 성직자이기 전에 그 또한 죄 많은 인간이었다는 걸 강조한다. 이를 통해 이 인물을 공감할 수 있는 여지가 마련된다. 물론, 이 부분은 악마가 공격하는 약점으로서도 활용한다.
워낙 엑소시즘 영화가 많기에 차별화 포인트는 중요한데, <엑소시스트: 더 바티칸>는 이 고민을 러셀 크로우로 해결한다. 십자가 보다 검을 쥐거나 주먹이 먼저 나갈 것 같은 그의 캐릭터가 구마사제 옷을 입었을 때의 시너지는 꽤 괜찮다. 특히 초반 악령의 이름을 알아내고 준비한 돼지에게 옮겨가게 하는 장면은 마치 범인을 심문하는 강력계 형사처럼 보인다. 바티칸에서도 바티칸 신진세력 앞에서 아웃사이더, 독불장군처럼 자신은 신이 임명한 사람이라는 말로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뒷모습은 영락없는 막시무스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힘이 떨어진다. 오컬트 영화라면 단골 손님으로 나오는 관절 꺾기, 침대에 묶여 있어도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악령 파워, 십자가와 성수 그리고 주기도문 공격, 구마의식을 해보지 않은 신참 신부와의 협업 등 기존 장르에 입각한 요소들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전형성을 타파하기 위해 이교도 처단이란 끔찍한 역사인 스페인 종교재판이 악령의 짓이라는 것, 바티칸이 숨겨놓은 비밀 등을 심어 놓았지만, 아무리 허구라해도 음모론에 대한 당위성이 부족해 보인다.
후반부 두 신부와 악령 간의 대결에 방점을 두는가 싶지만, 예상보다 다소 싱겁게 끝나버리는 건 아쉽다. 안소니 홉킨스의 한니발 캐릭터를 십분 활용해 악마에 잠식당한 두 얼굴의 신부를 잘 표현했던 <더 라이트: 악마는 있다>에 비해, 이 영화는 러셀 크로우가 가진 캐릭터를 끝까지 잘 활용했는지는 의문이 든다. 킬링타임용으로 보기에는 무방하지만 그 이상의 공포감을 얻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평점: 2.5
한줄평: 중요한 게 빠진 오락 활극 구마의식!
영화 <엑소시스트: 더 바티칸>은 넷플릭스는 물론, 왓챠, 쿠팡 플레이, 네이버 시리즈온, 웨이브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 리뷰는 ‘헤드라잇’에 쓴 글을 재편집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