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어른친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해 Mar 02. 2021

겨울바다 기차여행

추억이 방울방울


"아이들 데리고 기차 여행 다녀올까?"

"오, 좋다. 매번 자가용 이용해 여행다녀오는 것에서 조금 벗어날 수도 있고."

"언제 갈까?"


때는 2019년 1월. 칼바람이 부는 겨울이었다. 추운 날씨는 방해요소가 되지 않았다. 결정내린 순간, 기차표를 예매하고, 방학이 코앞인데 학교에 현장학습신청서까지 제출했다. 취학아동 둘, 미취학아동 둘, 엄마사람 둘 여섯의 당일치기 기차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자가용없이 지하철타고 수원역까지 이동, 수원역에서 다시 무궁화호 타고 출발.

기차가 주는 감성은 어디로 간 것인지. 너무나도 쾌적한 내부에 추억이 방울방울 오려다 다시 들어갔다. 아이들도 지하철과 별반 다르지 않은 기차에 다소 기대감이 내려갔지만, 그럼에도 여행은 언제나 설렌다. 기차하면 간식이지!! 좌석을 마주보게 하고 과일에, 삶은 달걀에, 주스에, 과자에 바리바리 싸간 간식들을 먹으며 룰루랄라. (가방 무게가 꽤 나갔던 걸로 기억한다.)


아이들이 어렸을 땐 남편없이 장거리 외출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 때의 기차여행도 아마 나 혼자였다면 시도하지 못했을 것이다. 두 여인은 왠지모를 '자유'를 품고,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담고 또 담았다.

마음 터놓고 얘기할 수 있고 비슷한 걸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친구를 만나는 게 쉬운 듯 쉽지않다. 나이가 들 수록 더더욱. 가까이에 나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이런 시간을 함께 할 수 있는 친구가 있음에 감사했던 하루다.



바다에 도착해 예쁜 조개랑 소라 줍고, 뛰놀다 보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버스타고 지하철 타고, 기차타고 다시 버스타고, 걷고···. 편도 3시간이 걸린 여행이었다. 그 때의 사진을 보니 출발할 때 반짝이던 아이들이 집에오는 길의 수원역에서는 추위에 얼굴이 빨갛고, 머리는 흐트러지고, 눈은 반쯤 감겨있다. 아이들을 챙기던 엄마들은 말해 무엇하랴. 그럼에도 우리에겐 사진첩에 고이 간직하고픈 날이다. 


요즘은 대부분 여행을 자가용 타고 편하게 다닌다. 갖춰진 여행지에서 잘 차려진 밥을 먹는다. 예쁘게 포즈를 잡고 사진을 찍고, 먹기도 아까울만큼 예쁜 음식도 사진 속에 담긴다. 여행이 사진 속에 갇혀있다. 이런 편리하고 예쁜 여행은 사진을 들춰볼 때만 기억이 난다. 비록 몸이 고되고 힘들었지만, 많은 것을 눈과 마음에 꼭꼭 담아둔 여행이자, 사진을 꺼내보지 않아도 겨울이 되면 떠오르는 여행이다.

그때의 추억이 방울방울.





최미영님과 함께 연재 중(같은 주제 다른 이야기)

매월 2일, 12일, 22일 발행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 해 여름은 뜨거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