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중 하나 툭 던진 한마디로 시작한 점은 옆에 톡, 그 옆에 톡 찍어지며 작은 선을 만들어가고, 하나의 면을 만들고, 조금 더 큰 도형을 이루고 어느 날엔 그것들이 하나의 세상을 만들기도 한다.
'우리 글쓰기 수업 한 번 들어볼래?' 그녀의 제안에 잡힐 듯 잡히지 않던 꿈 하나를 현실 속으로 끌어올 수있었다. 육아품앗이를 함께하고, 책을 함께 쓰고, 캘리그라피를 함께 배웠다. 시민 기자 활동을 함께 하고, 독서 모임을 함께 하고, 새해 계획을 함께 나눈다.
혼자서는 망설여지는 것들이 '함께'하며 가까워지고, 선명해진다.가벼운 수다로 피어난 계획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우리가 찍은 점들이 모두 어떤 형태로서 존재했다면 지금쯤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릴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둘의 수다를 녹음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팟캐스트를 해볼까? 일주일에 한 번 녹음하는 거지. 그리고 주제는···"
아직까지 계획만 하고 있다.
남들 다하는 전시 우리라고 못할 거 뭐 있어?
"캘리 작품으로 전시회를 해볼까?"
전시회는 정말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그곳에 쓸 에너지를 다른 곳에 쓰고 있다.
우리 자체를 브랜딩 해야 한다며. 나를 알리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명함 만들어 보자. 프로필 사진도 같이 찍으러 가자."
우리는 하고 싶은 일이 많다. 지금은 찾아가는 과정 중이다 보니 명함 속 한 줄 한 줄은 늘 동적일 수밖에 없다. 프로필 사진은 코로나라는 아주 든든한 핑계로 미루고 미루는 중이다.
여행얘기를 주고받다가,
"우리 적금 들어서 10년 후 아이들 좀 크면 우리끼리 여행다녀오자."
적금을 들긴 들었다. 하지만 적은 금액은 아무리 모아도 여행을 갈 만큼 큰돈이 될 수 없음을 깨닫고 멈추었다.
둘 다 홈스쿨에 관심이 많았다. 매주 만나 홈스쿨 관련 자료를 공유했다.
허나 그 또한 쉽게, '지금부터 시작!!'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리 재고, 저리 재며 조금 거리를 두고 있는 중이다. 아직도 둘 다 미련을 버리지 못했지만 우리에겐 그 보다 더 빠르게 선택해야 할 일이 있고, 중요한 일들이 넘쳐난다.
그렇다. 우리는 오늘도 여전히 작은 점들을 찍어나간다. 그것이 어떤 모양을 만들어낼지는 계획 하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찍어나가는 과정 중에 만난 또 다른 점들로 인해 생각지도 못했던 모양을 만들어 간다. 어느 날 내게 찾아온 행운이 있다면, 기회가 있다면 그건 분명 내가 찍어놓은 수많은 점들이 찰떡궁합인 짝꿍을 만나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