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책이 나오고 나서 나를 '작가'라고 부르는 이들이 생겼다. 귀에 꽂히는 그 단어가 기분 좋은 듯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했다. 그리고 두 번째 책(공저)을 품에 안았다. 부담이라는 것이 생겼다. 왠지 남들보다 똑똑해 보여야 할 것 같고(구멍이 많다), 말도 그럴듯하게 해야 할 것 같고(말주변이 없다), '우와~'할 정도로 어려운 책을 읽어야 할 것 같고(내 수준은 그리 높지 않다), 독서량이 어마어마하게 많아야 할 것 같았다.(읽을 수 있는 만큼만 읽는다) 그중 무엇도 기준점에 닿은 것이 없는 나였다. 내 이름이 적힌 책을 한 권 내고 싶었고 어쩌다 계속 글을 쓰며 책을 준비하는 이가 되었지만, 내가 그리던 작가와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작가라는 탈을 쓰고 있다.
뒤늦게 '작가란?'이라는 물음표를 품게 되었다. 나는 왜 글을 쓰는가? 작가란 무엇인가? 나는 작가인가?
나의 글은 작은 기록으로 시작되었다. 초등학교 때 노트에 쓴 일기를 시작으로 아이를 낳고 블로그에 끄적이던 육아일기까지. 나를 위한 글이었다. 밥을 먹고, 누군가를 만나고, 영화를 보고, 잠을 자는 일상의 평범한 순간들, 그것들이 글로 옮겨지며 내면의 나를 만난다. 용서하고, 부딪히고, 토닥이며 지금의 나를 바로 세울 수 있게 해 준다. 글은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
작가란 글의 힘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를 위한 글'에서 '당신'을 위한 글이 되기도, '우리'를 위한 글이 되기도 하며 글이 가진 힘을 함께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작가'라고 하기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어딘가에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쓰고 또 쓴다. 나를 위해 쓰고 당신을 위해 쓴다. 그 안에 단단한 씨앗을 담아내려 노력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 노력한다. 여전히 배우고 도전하며 글을 쓰고 있다. 브런치도 그중 하나이다. 지난여름 무심코 '남들도 하니 나도 한 번?'이라는 새털같이 가벼운 생각으로 가입을 하고 잊고 있었다.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며 브런치 이야기가 오갔고, 안될 것 같다는 조금의 의심을 품고 저장해둔 글로 신청을 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 브런치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작가님의 브런치에 담길 소중한 글을 기대하겠습니다.'
막상 되고 나니 '잘 쓰고 싶다.'라는 욕심이 올라왔다. 그들의 글에 분명 '기대'라는 단어가 자리해있다. 기대에 부응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녀와 연재하는 글과 더불어, 나만의 브런치북을 준비 중이다. 차곡차곡 알차게 담아내어 기대에 부응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 이 작은 공간이 나에게 '어떤 길을 열어줄까', '어떤 꿈을 심어줄까'. 나 또한 그들에게 기대하며 한 발짝 나아가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