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한 모임에서 만다라트 계획표를 채웠다. 사실 그것들을 실천하겠다는 굳은 의지는 없었다. 그로부터 일 년 후, 버려지듯 다이어리에 끼워둔 계획표를 펼쳐보았다. '가능할까?' 했던 많은 부분에 동그라미를 칠 수 있을 만큼 난 많은 것을 해오고 있고, 해내었다.
우리는 매해 무엇을 하겠다는 계획을 세우지만, 계획은 계획으로 끝날 때가 많다. 생각으로 그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다음 해에도 그녀와 함께 만다라트 계획표를 채우며, 나의 생각들을 정리해 보았다.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던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들이 종이에 내려앉았다. 생각은 가지를 뻗어 더 깊이, 더 넓게 자리했다. 놀랍다. 내 안에서 쏟아져 나온 이 많은 것들이. 큰 키워드로 아홉 덩어리, 다시 아홉 덩어리를 아홉 덩어리로··· 그리고 그 아홉 덩어리를 다시 아홉 개로··· 그렇게 700칸을 넘게 채우고 나니시원함과 설렘, '할 수 있을까라'는 또 한 번의 의심 그리고 의심보다 더 큰 새해에 대한 기대가 가득 찼다.
올해로 3년째, 그녀와 나는 서로의 만다라트 계획표를 공유했다. 매일같이 고민하고 부딪히며 나누던 이야기들이 네모 속 작은 공간 안에 단단하게 자리해있다. 그 안에 성장한 우리가 보인다. 남들이 보기에 어떻든 우리는 각자의 삶 속에서 하나, 둘 무언가를 꿈꾸고 한 발짝씩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