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마음 가득 뜨거움을 전해주던 시간들
봄이 오면 벚꽃이 기다려지듯, 여름이면 기다려지는 것이 있었다. 마음 속까지 시원한 계곡나들이? 이열치열!! 한 여름 등산? 더위 싹 가시는 제철 과일? 아니다.
더위가 꼼짝 못할 정도로 시원하다 못해 한기가 느껴지는 장소는 맞다. 그래서 가디건은 필수로 챙겨다녔다. 가는 길은 정수리 위에 떠있는 해가 밉고도 미웠지만, 그래서 땀은 땀대로 흘려댔지만, 마음만은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했다. 가방 가득 간식거리를 챙기고 출발!!!
도착한 곳은 경기도 수원, 무대가 준비되어 있는 곳곳. 코로나19가 시작되기 전 4년간, 수원이라는 동네와 꽤나 가까워졌다. 방문 전 홈페이지에 올라온 작품설명을 읽고 사진을 보며, 나름 나만의 이야기를 만든다. 허나 눈 앞에 펼쳐진 무대는 내 상상의 세계보다 훨씬 더 놀랍고 감동적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인형을 활용한 공연이라면 아이들에게 친근하고 재미있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어 '경기인형극제'의 공연체험단에 지원하게 되었다. 다양한 예술문화를 접하며, 아이들이 상상력과 예술적 감수성을 키워나가길 바랐다. 접하기 전엔 인형극은 아이들을 위한 공연이고, 어른이 즐기기엔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공연체험단 활동을 통해 만난 다양한 작품들과 가족 공연들은 나의 편견을 깨주었다. 아이들을 위한 시작은 우리를 위한 시간이 되었다.
손인형극, 그림자 인형극, 버려지는 종이컵을 활용한 인형극, 줄인형극··· 참 다양하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세계 각국의 인형극을 그들의 언어로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각 나라마다의 문화가 고스란히 작품에 담겨있다. 공연이 끝나고 무대 뒤를 체험해볼 수 있는 '백스테이지'는 그야말로 천국이다, 나의 작은 눈도 동그랗게 만들어주는 마력이 있는 프로그램.
처음 1년은 둘째가 3살, 첫째가 6살이었다. 어린이 공연은 러닝타임이 길지 않다지만, 3살인 둘째는 의젓하게 한 시간 가까이를 초집중하며 관람했다. 어린이집에서 가끔 공연을 관람하러 가게 되는 날이면,
"아이가 엄마와 자주 보러 다녀서 그런지 공연내내 잘 앉아서 집중하더라고요."
공연내내 바스락거리거나 휴대폰을 만지거나 앞자리를 발로 차거나 잉잉거리는 아이들이 있다. 아니 어른들도 있다. 나의 아이들의 공공예절은 아마도 인형극제와 함께한 4년간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두 번째 해부터 미영네가 함께했다. 조용히 갔다가 공연보고 집에오는 코스에서 조금은 북적이고 시끌한 여름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어린이집, 학교 조퇴와 현장학습은 필수!! 학교 빠지고 나들이 가는 기분은 말하지 않아도 안다. 인형극 보기 전 온갖 체험으로 예열하고 공연보며 마음에 전해진 감동은 다시 수다로 이어진다. 가면서 땀흘리고, 공연보는 내내 춥다가 다시 끝나고 한바탕 뛰며 땀범벅이 된다.
여자 여섯은 그렇게 매해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다.
요즘 가장 그리운 것이 여름의 인형극이다. 우리의 마음 가득 뜨거움을 전해주던 시간들.
그 해 여름은 뜨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