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어른친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해 Apr 03. 2021

내 친구를 소개합니다.

​그녀는 안경을 썼어요


그녀의 이름은 ‘미영’입니다. ‘최미영’. 매우 흔한 이름이지요? 학창 시절만 해도 '미영'이란 이름은 여럿을 만났으니까요. 하지만 그녀는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그런 흔한 사람이 아닙니다. 이름보단 "친구!!", "친구야~"로 부를 때가 많습니다. 첫 만남에, 친근한 말투로 나의 마음을 열어준 그녀는 육아 동지로 시작해 꿈을 나누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나의 어떤 이야기에도 두 세배로 반응해주는 친구, 좋은 게 생기면 나를 생각해주는 친구, 도전의 불씨를 지펴주는 친구, 에너지 동날 때 기를 넣어주는 백숙 같은 친구, 나도 모르는 나의 장점을 속사포로 나열해주는 친구. 한마디로 핑퐁이 잘 되는 친구입니다. 내가 날려 보낸 마음이 잘 전달되었을까 고민하기 전에, 퐁을 날려주는 친구이지요. 내가 원하는 핑을 날려주는 친구이기도 하고요. 참 고마운 친구입니다.


이제 그녀를 더 깊이 들여다볼까요?

그녀는 안경을 썼어요. 나보다 가진 눈이 많아서인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눈에 띈 것은 모두 그녀의 것이 됩니다. 배우고, 도전하고, 나누고, 다듬으며 쉼 없이 무언가를 하고 있지요. 네, 맞아요. 언제나 현재 진행형입니다. 저의 주변인들이 저를 보며 바쁘게 산다고 하지만 그녀 앞에서는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는 사실!! 하지만 가까운 사람이 아니면 모릅니다. 조용히 땅을 파고 있거든요. 그 깊이가 얼마나 되는지 얼마나 많은 구멍을 만들었는지, 무엇을 심었는지 알지 못합니다. 무언가가 하나의 열매가 될 때까지 홀로 열심히 물을 주고 기다립니다. 그녀가 심은 많은 씨앗들이 싹을 틔우고 자라고 모습을 다른 이들과 나눌 수 있다면 좋겠어요. 하지만 아직 때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조금 더 키운 다음에 멋진 열매를 만들어나갈 거라고요. 이미 튼실한 열매가 열렸습니다. 아직 싹을 틔우지 못한 씨앗들은 또 자라고 자라 쉴 틈 없이 수확의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가 기운이 없네요. 잘하고 있다고 얘기해주고 싶습니다. 잘해왔고, 앞으로도 잘해나갈 거라고요. 이미 멋진 정원을 가꾸어 나가고 있다고 말이죠.

그녀의 오랜 친구로 남고 싶습니다.









최미영님과 함께 연재 중(같은 주제 다른 이야기)

매월 2일, 12일, 22일 발행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읽고 나누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