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나누며 괜찮은 어른이 되어간다
나누면 배가 되는 것들이 있다. 기쁨, 행복, 배움···. 그리고 책을 읽고 난 후의 시간들이다. 이 좋은 것을 3년전 그녀가 첫발을 내딘, 독서모임을 통해 알게 되었다. 난 그녀의 옆에 첫 고정멤버로 자리하고 새로운 멤버들을 함께 맞이했다. 한 공간 안에, 같은 책을 읽은 이들이 자리했다. 의자에 하나, 둘, 조용한 목소리가 하나, 둘 자리하다 보면 어느새 서먹했던 공기가 훈훈하게 채워진다.
“어떤 사람은 다섯 수레의 책을 입으로는 줄줄 외면서도 정작 그 뜻과 의미를 물으면 전혀 알지 못한다. 이것은 다름 아니라 독서를 하면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율곡인문학(한정주 지음.다산초당.2017.10.30)
읽을 당시엔 감명깊었던 책 중에도 시간이 흐른 뒤 어딘가에서 다시 만나면, 갸우뚱 하게 되는 책이 있다. 표지를 보며, 책장을 넘기며, 한줄 한줄 읽어나가며, 밑줄을 그으며 책장을 덮었던 책임에도 말이다. <율곡인문학>에서 만난 율곡의 말이 그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주고 있다. 책을 읽고 나서 내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두지 않으면, 그 책은 읽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
책은 읽는 자체로 의미있는 행위이지만, 읽은 후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더 큰 것을, 더 깊이, 더 오래 간직할 수 있다. 완전한 내 것을 만들 수 있다. 나는 읽은 책은 꼭 짧게라도 글로 남기며 책 위에 내 생각을 얹는다. 그녀와 함께하는 독서모임을 통해 그 생각들은 확장된다. 작은 울타리에 불과하던 알갱이들은 울타리 밖의 무언가와 만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간다.
몇개월 후 나는 좋아하는 그림책을 나누고 싶어 그림책모임을 만들었다. 물론 여기에서의 고정멤버는 그녀이다. 일반 독서모임과 그림책모임은 성격이 조금 다르다. 각자 책을 읽고 만나 이야기를 나누느냐, 함께 모여 누군가가 읽어주는 책을 듣고 보느냐의 차이가 가장 클테다. 그림책은 '함께 듣고', '함께 본다'는 것이 가장 매력적이다. 쉼표가 가득한 시간 안에서 마음은 말랑말랑해져 간다.
마음맞는 이들을 만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세상엔 나와 맞는 이들만 존재하지 않는다. 모임 안에서는 책과 그림책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어준다. 나와 다른 사람, 나와 다른 생각을 내 삶에 자연스레 물들인다. 내가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던 세계로 나를 초대한다.
우리는 그렇게 읽고 나누며 괜찮은 어른이 되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