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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해 Apr 27. 2021

인생의 걸음마


집 장만 후 이사를 준비하고 있을 때다. 부동산계약부터 시작해, 이삿짐센터, 도배 장판에….

나열하자면 해결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였다. 무엇보다 준비하는 과정이 어려워도, 나에겐 새로운 경험이고 재미있고 설렜다. 힘든 건 별거 없었다. 하지만 나의 이사에 친정엄마는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혹 여라도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아 탈이 나지 않을까, 사기를 당하지 않을까, 싱크대는 잘 맞추고 있나, 도배 장판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나…. 마치 내가 아장아장 걷는 아이라도 된냥, 넘어질까, 어디에 부딪지는 않을까 한 시도 눈을 떼지 못하던 엄마. 남들이 보기엔 다 큰 어른이어도, 엄마가 보시기엔 아니었나 보다. 나보다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 엄마를 볼 때마다 없던 스트레스가 올라왔다.

그 후로 작은 일이든, 큰 일이든 일단 해결하고 말씀드린다. 이젠 잡은 손을 놓아도 단단한 다리로 힘차게 일어서고, 걸을 수 있다는 걸 엄마는 조금 늦게 깨달으셨다.

     

누구에게나 실패의 경험이 있고, 그걸 딛고 일어서야 제대로 된 나만의 방법이 생긴다. 넘어지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걷고 또 걸으며 걸음마를 배우듯 말이다. 앞으로 살아가며 수없이 맞이할 기쁨과 어려움의 순간에 한껏 기뻐할 수 있는 여유와 툴툴 털고 일어날 수 있는 힘은, 스스로 부딪히고 깨달아야 얻어진다. 옆에 있는 누군가는 함께 하며, 걱정과 불안이 아닌 그들만의 길을 믿고 응원해주는 것, 그거면 충분하지 않을까. 나는 나 자신에게 그리고 소중한 이들에게 그러한 사람이 되리라 다짐해본다.


그리고 오늘도 첫 발을 조심스레 내딛어 본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면 되고, 부딪쳐 상처가 나면 약을 바르면 된다. '엄마'밖에 모르던 꼬맹이도 해냈던 일들이다.





물음표 or 마침표


그럼에도

한 발짝 내딛기 힘들 때가 있어요.

그때 가장 필요한 건 사실,

할 수 있다는 용기보다는

‘쉼’이 아닐까 생각해요.

상처로부터, 압박으로부터, 무언가로부터 

지친 마음이 쉬는 시간.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리면 쓰러져요.

마음이 건강해야 

나아갈 수 있는 힘도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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