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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Jo Sep 08. 2023

혐오는 넘치고 넘쳐 흘러...

Misanthrope.      


인간혐오자란 뜻이다. 이런 단어가 있는 줄도 몰랐는데 어느 날 우연히 알게 되었다. 이런 단어도 있구나 싶어 신기했다. 같은 인간이면서 다른 인간을 혐오할 만큼 싫어할 수 있다니. 그런데 조금 더 검색해보니 인간 혐오에 대한 단어가 줄줄이 나왔다. 외국인 혐오자(Xenophobe), 흑인혐오자(Negrophobe), 여성혐오자(Misogyny), 영국혐오자(Anglophobe) 등등. (영국이 그렇게까지 비호감적인 나라였나? 게다가 Gingerist는 붉은 머리 혐오자란 뜻인데 도대체 붉은 머리는 또 무슨 연유로 비호감 리스트에 올랐는가.) 


    이런 단어를 만든 사람들은 특정 부류의 사람이 도대체 얼마나 싫었길래 단어까지 만들어서 명명해야 했나 싶어 씁쓸하다. 그 심오한 혐오의 감정을 다 헤아릴 수 없겠지만, 한가지 눈에 띄는 특징은 대부분의 혐오 단어들이 지칭하는 대상이 사회의 소수자들이란 점이다. 특정 국가 내 거주하는 외국인은 그 나라 안에서 소수일 수 밖에 없고(나 또한 그랬다), 흑인 같은 유색인종이나 여성은 사회적 불평등을 고려했을 때 소수의 위치에 있다. (같은 맥락에서 붉은 머리는 이해가 되는데, 영국은 도저히 모르겠다.) 


    반대로 혐오 대신에 특정 누구누구를 너무 좋아하고 사랑해서 만들어진 단어는 찾기 어렵다. 기껏해야 박애주의자란 뜻의 philanthropist 정도일까. 박애주의란 뜻이 인류 보편에 대한 사랑을 의미하므로 너무 거대하고 보편적이다. 사랑은 혐오할때만큼 구체적일 필요가 없는가 보다. 아니면 우리 사회의 사랑이 혐오에 비해 훨씬 적거나. 


    우리는 참 다양한 이유로 사람들을 싫어하지만, 좋아할 때는 그렇지 않다. 살기 좋은 세상이란 누구누구를 구체적으로 사랑하는 단어들이 사전에 많이 수록되는 사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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