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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정철 Jan 03. 2021

코로나19로 커지는 MMT논쟁

현대통화이론을 둘러싼 경제 석학의 논쟁

짐바브웨의 하이퍼인플레이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경제 곳곳이 타격을 받으면서 정부의 지출이 막대하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각국의 중앙은행은 경제 충격에 대비해 금리를 제로금리 수준으로 내렸고요. 이런 저금리 기조를 틈타 현대통화이론(MMT)이 다시 조명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른 세계 석학들의 논쟁도 활발합니다. 


현대통화이론은 완전한 고용을 위해 부채에 연연하지 말고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사용해 통화를 무제한적으로 제공하자는 이론입니다. 이 이론이 최근 들어 다시 힘을 얻고 있는 이유는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른 초 저금리 상황과 경제 불황 때문입니다. 금리가 낮아지면 중앙은행의 금융비용도 줄어들게 됩니다. 통상 경제 불황이 오면 정부와 중앙은행을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사용합니다. 정부는 재정정책을 사용해 도로나 다리 등을 만들어 일자리를 창출해내고, 한편으로 중앙은행으로 하여금 이자율을 내려 가계와 기업의 부채 부담을 덜어주는 통화정책을 사용합니다. 여기서 막대한 부채가 발생합니다.


미국의 GDP대비 부채비율


현대통화론자는 이 때 발생하는 부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합니다. 어차피 국가의 부채는 그 나라의 통화로 이뤄졌으니 못 갚아서 파산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또 막대한 부채가 발행되더라도 현재 이자율이 0%대인 것을 고려하면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이용해 이 부채를 갚아버리면 그만이라는 논리입니다. 대신에 이들은 정부 지출을 쏟아부어 완전 고용, 4%대 자연 실업률 상태까지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 통화량 증가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세금을 인상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MMT의 주장에 가장 먼저 반론을 낸 경제학자는 두 명의 중앙은행 총재입니다. 인도 중앙은행 전 총재였던 '라구람 라잔'과 영국 중앙은행 전 총재 '멀빈 킹'이 현대통화이론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라구람 라잔은 지난 11월 프로젝트신디케이트에 '얼마나 많은 부채를 많다고 할 것인가?'(How much debt is too much?)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MMT는 교묘한 속임수일 뿐"이라고 입을 엽니다. 그는 MMT이론의 핵심인 부채 상환에 대해 의문을 표합니다. 라잔은 "현 정부가 이자를 갚을 여력이 있는지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그들의 후임자가 원금을 갚을 수 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며 "투자자들은 그들의 정부가 부채를 갚을 확신이 있어야만 새 부채를 사들일 것이다"고 말합니다. 미국의 부채는 미국 국민 뿐 아니라 중국 등도 쥐고 있는데 이를 갚지 못한다면 파산할 수 있다고 덧붙입니다.




이어 "많은 신흥국들이 완전 고용에 도달하기 전에 갑작스러운 부채 멈춤(부도)에 직면했는데, 이는 부채를 청산할 능력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잃어버려서다"고 말합니다. MMT는 정부가 부채를 갚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는데, 그는 오히려 정부가 부채를 상환한다는 신뢰가 있어야 투자자들이 발을 빼지 않을 것이라는 걸 강조합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현대통화론자의 생각에도 비판을 가합니다. 현대통화론자는 인플레이션이 완전고용에 도달했을 때 발생한다고 보는데, 라잔은 이에 대해 "인플레이션은 완전고용 때문이 아니라 정부가 부채를 갚을 수 없을 때 발생한다"고 합니다. 정부가 부채를 갚을 수 없으니 인플레이션을 용인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A의 자산이 1000만원이고 부채가 100만원이 있는데, 인플레이션을 통해 자산의 가치가 1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상승하면 부채의 비율은 그만큼 적어진다는 뜻입니다.  


그는 현대통화론자의 주장이 정치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내다봅니다. 라잔은 "정부의 금융지원을 통해 코로나 위기에 몰린 기업들을 회생시키거나 생명을 연장시키는데 이 자금은 모두 납세자로부터 나온다"며 "후대의 사람들은 이 비용을 왜 자신이 짊어지어야 하는지 물어보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말합니다. 



머빈 킹 전 총재도 Spectator의 '현대통화이론의 이념적 파산'(The ideological bankruptcy of modern monetary theory)이라는 기고문에서 MMT(Modern Monetary Theory)를 MMT(Magic Money Tree)라고 조소하면서 글을 비판에 동참합니다. 그는 정부가 막대한 부채를 지고 있고,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통해 화폐를 찍어내고 있는 상황에서 MMT이론은 전혀 새로울 게 없다고 주장합니다. "오직 부채 증가 속도를 더 빠르게 할 뿐"이라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그는 중앙은행이 대중들을 상대로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돈을 풀어 하이퍼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통제를 벗어나 수백퍼센트의 인플레이션율을 기록하는 상황)을 초래한 사례를 제시합니다. 로마 황제부터 헨리 8세, 바이마르 공화국, 그리고 짐바브웨가 하이퍼 인플레이션으로 고생했다고 주장합니다. 또 그는 다가올 경제 침체 시 부채를 상환해야 하는 상황을 지적해 더 이상 부채 비율을 높여서는 안 된다고 경고합니다.    


이들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기고문도 같이 올라왔습니다.  JAMES K. GALBRAITH(제임스 갈브레이스) 교수는 지난달 23일 '누가 MMT를 두려워하는가'(Who's Afraid of MMT?)라는 제목의 프로젝트신디케이트 기고문을 올리고 반론을 펼칩니다. 그는 '라구람 라잔'교수와 '머빈 킹' 전 총재의 주장을 싸잡아 비판합니다. MMT에 대한 추상적인 비판에 그쳤다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그는 미국이 2.2조 달러의 자금을 공공에 공급했지만 이들이 두려워하는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오지 않았다는 점을 먼저 비판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용어 사용도 비판했는데요. '모던'이라는 말은 새로움을 뜻하는 게 아니라 현대 국가 중앙은행에 작동하는 체계를 설명할 때 쓰는 단어라고 말합니다.

 

제임스 갈브레이스 택사스대 교수. 위키백과


그는 MMT이론이 경제 정책의 목표가 완전 고용 달성이고 일자리를 필요하는 모든 사람에게 일자리를 보장하는 것이라는 케인즈의 견해를 공유한다고 강조합니다. 또 MMT를 비판하는 경제학자들이 전 중앙은행 총재들이라는 점에 주목합니다. 각국의 중앙은행 총재는 임기가 보장되고 대중과 정치로부터의 독립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는 "좋은 경제학이 대중화되고 모두에게 접근 가능해지고 민주화 되는 것을 중앙은행이 두려워하는 것을 보면 MMT의 인기는 이들이 항상 두려워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는 말로 마무리합니다.       


참조

https://www.project-syndicate.org/commentary/why-central-bankers-fear-modern-monetary-theory-by-james-k-galbraith-2020-12?a_la=english&a_d=5fe34e0b6398fb062c13e11a&a_m=&a_a=click&a_s=&a_p=%2Farchive&a_li=why-central-bankers-fear-modern-monetary-theory-by-james-k-galbraith-2020-12&a_pa=archive-results&a_ps=&a_ms=&a_r=



https://www.project-syndicate.org/commentary/borrowing-and-spending-limits-in-ultra-low-interest-rate-environment-by-raghuram-rajan-2020-11?barrier=accesspay


https://www.project-syndicate.org/commentary/mmt-myth-threat-to-central-bank-independence-by-otmar-issing-2020-11?a_la=english&a_d=5f9c37bc2d32fe36786eab81&a_m=&a_a=click&a_s=&a_p=%2Farchive&a_li=mmt-myth-threat-to-central-bank-independence-by-otmar-issing-2020-11&a_pa=archive-results&a_ps=&a_ms=&a_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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