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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소에서 일하는 이유

by 드로잉요정

그런 경험은 한번쯤 할 것 이다. 머리로 일하는 사람이 갑자기 머리에 들어오는 입력값이 0이 되는 순간. 여기저기서 말하는 것을 듣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고 내 것하지 못하는 시간이 있을 것이다.

분명이 내가 그전에 했던 일들이 이제는 10배나 어려워지고 습득하는 시간들이 오래걸리다 보면 힘들어지는 것. 인지력이 떨어지는 것. 책의 글자들이 하나도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검은 것은 글자요 흰것은 종이다. 인지되는 순간. 그런 순간에는 바로 머리를 청소하고 싶어질때가 있다. 스트레스로 인해 머리가 폭발직전의 상태라면 어떨 것인가. 몸을 움직여야 한다.


일을 해야만 했고 구인 구직 사이트에 들어갔다. 상담센터 상담원, 다이소현장직원, 로컬 마트 총무 이렇게 3개가 나왔다. 나에게 맞는 커리어로 봤을때 상담센터 상담원이었다. 시급도 15000원이나 준다고 한다. 지역 아동센터에서 일하는 것이라 그곳의 현장들이 궁금하긴 했다. 하지만 그렇게 땡기지 않았다. 로컬마트 총무는 월급제라 월-금 5일 9시에서 6시까지 일하는 것이라 빡세게 일해야 한다. 머리가 아픈 나에게 로컬마트 총무는 더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이제 남은건 다이소 현장직원. 나에게 조언을 해주는 친척이 다이소에 들어가라고 한다. 나에게 필요한건 다이소라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고. 입력값이 0이니 다시 시작하라고... 최저시급인 곳. 그래도 미술 강사로 시간당 5만원 이상 받고 했는데 최저 시급으로 일하는 건 나의 자존심이 심하게 금이 가는 형태인것만...... 웬일인지 그저 다이소의 빨간색이 나를 유혹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다이소에서 일하게 되었다.

나이 42에.. 무릎도 아프고 허리고 아프고 건강을 생각해야 하는 시기에 몸으로 일을 해서 머리를 좀 청소하자 그 일념 하나로 가슴을 뛰게 만드는 빨간색이 브랜드 색깔인 다이소에서 일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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