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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찹쌀떡 Aug 04. 2020

첫 월급의 기억

25살 첫 월급을 받았다. 사실 그 월급으로 뭘 샀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나름 부모님 선물도 사고 내 선물도 사고 동생들 용돈도 줬던 것 같다.

첫 월급날, 내 동기들은 뭐 이렇게 금액이 적냐며 난리였다. 첫 월급을 받았을 때는 수습기간이기도 했고 당시에 회사 임금 테이블이 이상해서 신입들이 임금 삭감분을 다 감당하는 구조였다. 동기들 중에는 이전에도 회사를 다녔던 경력직분들이 많았고 기혼자들도 있었기에 당연히 그 월급이 터무니없이 작게 느껴졌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경우엔 처음 받아보는 큰 금액이었다. 대학 때 과외랑 단기 알바는 몇 개 해봤지만 이 정도의 금액은 받아본 적이 없었다. 통장을 펼쳐보니 자잘 자잘한 출금 금액들 사이에서 입금으로 구분된 월급이 툭 하니 튀어나와 있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늠름해 보이던지! 한동안 통장을 열어보며 벅찬 기분에 사로잡히곤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 월급은 점차 오르기 시작했고 월급날도 여러 번 지나갔다. 항상 반가운 월급날이고(회사를 다니는 유일한 이유 아니겠...), 잠시지만 통장을 스쳐가는 큰돈이다. 그럼에도 첫 월급날처럼 큰돈으로 느껴지지는 않는 것 같다. 분명 절대적으론 가장 적은 금액이지만 내 느낌은 상대적인 것에서 오는 거니까.

입사하지 오래되지 않은 후배는 힘들 때마다 월급명세서 페이지를 조회해본다고 했다.(가끔씩이 아니라 하루에도 몇 번씩^^; 많이 힘들었던 모양... 결국 그 후배는 퇴사했다.ㅠㅠ) 월급날이면 '월급날이에요 흐흐흐' 웃으며 얼굴도 활짝 피고 들썩거리던 후배의 모습이 기억난다.(잘 지내니?ㅎㅎㅎ) 특히 첫 월급을 받았던 날은 신이 나서 통 크게 다 써버렸다는 후배. 다 쓰고도 너무 행복했다고 했다. 문득 누구에게나 다 첫 월급은 행복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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