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많은 선택을 하면서 살아간다. 뭘 먹을까, 어디서 만날까부터 시작해서 어떤 걸 살까, 무엇을 시작할까 등등. 그리고 사람마다 선택의 방식과 에너지가 상이하다. 중식당에서 '식사는 뭐 드실래요?'라는 질문에 바로 '짜장면!'을 외치는 사람이 있는 반면, 한참을 고민하다 '저는 요리류 다 먹고 그때 결정할게요'하는 사람이 있다.
개인적으로 기회비용이 적은 선택의 경우에는 적은 시간과 노력을, 기회비용이 큰 선택의 경우에는 긴 시간과 많은 방안을 탐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이상일뿐, 나 또한 반대로 행동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몇 만 원짜리 친구의 생일선물은 꼬박 한 달을 고민해놓고, 몇 억이 걸린 집은 보자마자 계약한 경우가 있으니까.
항상 그런것은 아니지만 내 선택에는 일련의 패턴이 있다. 일단 보기의 개수가 많지 않다. 물론 탐색 과정에서는 많은 보기를 늘어놓을 때도 있다. 그러나 쓱쓱 훑어보고 선택지를 빠르게, 최소한으로 줄여나간다. 이 과정에서 좋은 방안이 떨어져 나가는 경우가 있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우린 인연이 아닌가 봐.
그리고 몇 개 남지 않은 보기를 노려보며 한참을 고민한다. 수차례 시뮬레이션을 돌려본다. 이걸 한다면 결정하는 과정에선 어떻게 될까. 이걸 하면 향후에는 어떻게 될까. A를 선택한 삶에서 유영하다가, B를 선택한 삶으로 파도를 탄다. 그렇게 오랜 시간 머리를 굴리고 굴린 끝에 역시 A가 괜찮겠다는 결론을 내린다.
두 번째 단계는 위에서 결정된 A를 저버리고 B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A를 하겠다고 결심하면 두 가지 상황에 놓인다. 역시 A야, 하고 마음이 놓이는 경우. 반대로 아 B가 이건 정말 괜찮은데, 하고 미련이 남는 경우.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인데 대안이 내 발목을 잡는다면? 내 마음은 B에 가 있었던 것이다. 다시 하루 정도 바짝 고민한다. 그리고 결정을 엎는다. B로 가자.
마지막은 뒤를 돌아보지 않는 것이다. B를 선택한 이상 B만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내 선택이 항상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A를 선택한 사람들의 잘 된 이야기를 들을 때면 부럽기도 하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 떠오른다. 하지만 나는 내 선택에 후회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시간을 돌린다고 해도 나는 그 선택을 할 것이기 때문에. 그 당시의 나는 그 선택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최근 나는 선택을 해야 할 상황이 많아졌다. 어떤 경우는 스스로 결정해야 하고, 어떤 경우엔 남편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다. 1안으로 가겠다고 단언해놓고 막판에 2안을 선택하는 날 보며, 남편은 어이없다는 표정이다. 어제까지 '2안은 좀 아니지' 해놓고 오늘 와선 '확실히 2안이 맞는 것 같아'라고 하고 있으니. 어제 하루 종일 고민한 거야, 하고 변명해 보지만 스스로가 좀 멋쩍다.
그래도 나나 남편이나 이 상황을 너무 걱정하지 않는 건 나의 마지막 단계 덕분이리라. 과연 완벽한 선택이란 존재할 수 있을까? 미래의 상황을 정확히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 또한 남에게 워스트가 나에겐 베스트도 될 수 있는 법. 어제의 나쁜 선택이 내일은 최고의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최선이라 생각되는 방안을 과감하게 고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