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의 끝을 기대했지만

by 찹쌀떡

약 8개월간 공황장애 약을 먹어왔다. 처음엔 장기간 약을 복용한다는 게 꺼림칙했는데, 그래도 약을 먹으며 나아지는 증상에 안도했다. 의사는 복용량을 점차 늘리다가, 유지하다가, 괜찮아지면 다시 복용량을 차차 줄인다고 했다. 공황은 재발이 많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6개월 이상의 장기 복용을 권한다고. 공황장애를 여러 차례 경험하고 싶지 않았기에 알겠다고 답했다.


그리고 지난번 병원 방문 이후, 예후가 좋아 세 달만 약을 더 먹어보고 끊어보면 어떻겠냐는 의사의 권유를 들었다. 사실 직전에도 단약을 할 기회가 있긴 했는데, 약간의 불안 증상이 발현했던 경험이 있어서 약 복용 기간을 좀 더 늘렸던 것. 그래도 이제는 거의 정상궤도로 진입했다는 이야기가 반가웠고, 스스로도 불안함이 많이 가셨다는 느낌이 들어 기뻤다.


이제 다음 달이면 공황 완치 판정을 받고, 약을 끊나 보다 싶었는데. 지난주부터 나의 공황 증세가 다시 스멀스멀 나타나기 시작했다. 처음에 회사 동료들과 점심을 먹다 이 증상을 경험했을 땐 '오늘만 그런 걸 거야' 하면서 스스로를 안심시켰다. 화장실로 달려가 그 안에서 쪼그려 앉아 심호흡했다. 한참 동안 스스로를 다독인 뒤 아무 일 없다는 듯 식당으로 돌아와 식사를 계속했다.


그렇지만 출근길에 다시 이러한 증상을 마주했을 땐, 불안감이 증폭됐다. '왜 다시 이러는 거지? 대체 뭐 때문이지. 요즘 잠이 좀 부족했나. 아님 커피를 많이 마셨나. 식습관이 좋지 않았던가. 아니, 다 떠나서 나는 의지박약인 건가. 나는 왜 남들보다도 이렇게 예민하게 불안감을 느끼는 걸까. 진짜 피곤한 사람이네.' 불안함과 분노가 동시에 몰려왔다.


참 이상하다. 공황장애를 극복하고자 하는 이유가 나를 위해서인데, 공황장애를 겪으면서 가장 미운 사람도 내가 되는 것 같다. 불안감이 다소 가신 뒤에는 다시 천천히 생각해 보았다. 최악의 경우에는 단약을 하지 않고 약을 더 복용하면 되는 거다. 평소보다 잠도 더 푹 자고, 커피도 줄이면 되는 거고. 이것저것 나를 편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시도해 보면 되는 거다.


나는 어쩌면 약을 더 먹어야 한다는 사실에, 내 생활패턴을 조절해야 한다는 사실에 짜증이 더 난 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약을 먹는다는 걸, 비정상인 상태라고 여겼던 것 같다. 공황을 극복하고 안정되고 싶었던 것과 동시에, 얼른 약을 끊고 정상의 범주에 들어가고 싶었나 보다. 막상 나처럼 어려움을 겪는 이를 보면 병원에 가보라고, 이런 방법도 해보라고 조언해 줄 거면서.


어쨌든,

조급해하지 말자.


공황도 도움이 되었다는 말을 쓰고 싶진 않지만, 그래도 공황장애 덕분에 알게 된 게 있다. 나는 '뭐든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버리게 됐다. 어느 정도 할 순 있어도, 뭐든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스스로를 너무 코너에 밀어붙이거나, 무리하게 하면 탈이 나는 거였다. 공황의 이유를 모른다고 했지만, 내가 과거에 그렇게 해왔던 일들이 쌓이고 쌓여 공황장애로 확 터지지 않았을까.


반갑진 않지만, 다시 찾아온 불안을 여유를 좀 더 가지라는 신호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래도 전보단 많이 좋아졌으니까. 낙담하지 말고 다시 천천히 적응하고, 나를 위한 방법들을 시도하면서 나아가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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