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왜 하필 베트남?
직장인들의 로망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는 혼자 두근두근 마음 졸이다가 소심하지만 과감하게 올리는 퇴직원, 사표를 내는 그 순간이 아닐까 싶다.
2016년 봄, 퇴직원을 작성하고 상신했다.
그리고는 여느 흔한 퇴직 예정자들처럼 비행기 티켓을 찾아 예약했다. 취미 삼아 운영하는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사표내고 베트남”
주변 지인들이 그만두고 여행을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반문했다. “왜 하필 베트남이야?”라는 질문을 참 많이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출장 및 경유를 통해 베트남, 특히 호찌민은 근 10여 차례를 방문했었다. 호찌민 1군(중심지)은 지도를 보지 않고도 혼자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방문했었다. 그렇기에 나를 잘 아는 지인들이 물어본 것이다. 난 대답했다. “출장만 가봤지, 즐겨본 적이 없어. 그리고 베트남 매력적인 것 같아!”라고 말이다.
한국에서 흔히 말하는 동남아를 갈 때, 가장 먼저 나오는 나라 베트남.
우리와 같은 남북전쟁이 있었지만 자유진영이 승리하지 못한 나라.
대신 그 전쟁을 통해 미국과 중국을 이긴 나라라는 민족적 자부심을 가진 나라.
중국이 모택동이라면, 베트남은 호찌민으로 통하는 나라.
지형적 특색으로 남북으로 길게 뻗은 나라.
베트남을 중심으로 북쪽 산간지대부터 남쪽으로 길게 산맥이 형성되어 있고 이것이 주변 나라들과의 경계가 되는 것이다. 북쪽에 중국, 서쪽에 라오스와 캄보디아가 위치한 나라.
북쪽에는 인도차이나 최고봉인 판시판 산 (해발 3,143m)부터 남쪽에는 인도차이나의 젖줄인 어머니의 강 메콩, 동쪽과 남쪽에는 태평양을 품고 있는 나라.
북쪽 끝에서 남쪽 끝까지는 직선으로 약 1,700km에 달한다.
쌀국수와 월남쌈, G7 커피로 유명하지만 정작 젊은 세대보다는 부모님 세대들이 더 많이 (패키지) 여행을 가는 곳이어서 동남아 관광의 중심지인 태국과 요새 핫한 라오스에 비해 비교적 덜 유명한, 덜 유명해서 한국말이 오가는 풍경 없이 조용히 집중해서 여행할 수 있는 좋은 나라이기도하다.
이러한 베트남을 난 어떠한 콘셉트로 여행할 것인가?
사실 몇 년 전부터 나에게 여행지를 추천해 달라고 하는 대학생들에게 가장 먼저 말했던 것이 동남아 일주이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in/out이 다른 항공권을 끊고 유레일 패스를 사들고 유럽을 일주하듯이 동남아를 가보면 서양(특히 유럽권)의 젊은이들이 육로, 특히 슬리핑 버스라 불리는 독특한 버스를 타며 여행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유럽에서 한 달 동안 헝그리 하게, 젊어서 사서 하는 고생 나도 해봤기에 나쁜 뜻은 없다. 여행할 자금이면 동남아에서 적어도 세 달 내외는 배불리 먹으며 여행 다닐 수 있다. 럭셔리하다고는 말 못 하지만 배 불리는 다닐 수 있다.
왜? 싸니깐! 힘들지만 재미있을 것 같으니깐? 그래, 나도 버스로만 여행을 하자.
무엇을 볼까? 북부의 판시판 산과 계단식 논? 요새 핫한 관광지? 바닷가 휴양지? 시간도 많은데 다 보면 되겠군.
이렇게 나는 하노이로 입국하여 무비자 기간인 2주 동안 북부의 라오까이(사파)부터 호이안, 나짱(나트랑), 무이네, 호찌민으로 이어지는 약 2,600km의 육로 버스여행을 하기로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