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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피오 Jan 17. 2017

[베트남/하노이]D1_로컬버스 타고 숙소 찾아가기

한국남자, 중국여자 그리고 베트남

아침 일찍 인천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하노이 공항에 도착했다. 베트남을 10여 차례 방문했지만 하노이는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공항만 와봤었다. 드디어 베트남의 수도 첫 입성이다.


호치민과 마찬가지로 하노이의 입국심사는 다른 나라에 비해 간단했다. 게다가 한국인은 15일 무비자 이기 때문에 출국 전이나 입국심사 전에 비자를 받을 필요도 없다. 입국 심사 때는 여권과 한국으로 돌아오는 이티켓만 들고 있으면 별다른 말도 걸지 않는다. 나는 짐을 찾을 일도 없기에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공항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미리 한국에서 환전한 달러화 400불 중에 350불만 먼저 환전을 했다. 환율이 물론 공항보다는 시내가 좋겠지만 350불이면 차이가 많아봐야 1,2천 원이다. 호치민이라면 잘 쳐주는 동커이의 사설 환전소를 찾아갔겠지만 하노이에서는 약간의 귀차니즘 덕택에 공항에서 환전을 했다. 그래도 2개의 은행 중 조금 더 환율이 좋은 곳에서 바꿨다.


그리고는 바로 현지 유심을 구매해서 장착하고 공항을 빠져나왔다. 20만동, 약 1만 원이면 2주 동안 데이터를 펑펑 쓸 수 있다. 데이터가 다 떨어지면 통신사 혹은 길거리 슈퍼에 가서 통신사 카드를 사서 번호를 입력하면 된다. 길거리에 본인이 산 통신사를 로고가 붙어있는 상점이라면 다 판다. 복권처럼 생긴 종이 카드를 받아 스크래치 부분을 긁고 그 번호를 입력하면 데이터가 리필된다. 


호치민 공항보다는 한산하지만 역시나 고객을 기다리는 여행사 직원들과 가족들, 그리고 택시 기사들로 가득 차 있었다. 무심한 듯 시크하게, 가격에 관심이 없는 척 가격을 들었지만 최저 가격이 10불이다. 호치민이었으면 타고 시내로 갔을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오늘 딱히 할 일도 없고 배도 안 고프니깐 로컬 시내버스를 타고 천천히 이동하기로 결심했다. 베트남에서 먹어야 제맛이 나는 카페 쑤다(café sua da)를 한잔 사서 마시면서 국제선 청사와 국내선 청사를 오가는 셔틀버스에 몸을 실었다. 무료다.

하노이 공항 무료 셔틀버스, 국제선과 국내선을 오간다.

하노이 공항을 나와서 호객행위를 펼치는 이들을 무시하고 우측을 보면 깔끔한 버스가 서 있다. 이 버스를 타면 국제선에서 국내선 청사까지 쾌적하고 시원하게 이동할 수 있다.


국내선 청사에 도착하여 17번 버스 타는 곳을 물어 찾아갔다. 약간 주차장 한복판에서 타는 느낌이다. 암튼 그곳에 버스 정류장이 있다 확실히. 버스비는 9,000동 한화로 450원 정도다. 주차장에 가만히 서 있는 버스에 탑승하면 차장 아저씨 (운전기사 외 버스비를 받는 분이 따로 계신다) 가 다가온다. 아저씨한테 버스비를 내면 티켓을 주신다. 베트남에서 택시를 타고, 다른 동남아도 가끔 그런 곳이 있지만, 단위가 큰돈을 지불하면 잔돈이 없다며 거스름돈을 주지 않을 때가 가끔씩 있는데 이 버스는 그나마 정직한 듯하다. 가만히 앉아서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 것을 구경하다 보면 잔돈이 없을 때는 다음 승객이 작은 단위의 돈을 낼 때까지 잊지 않고 있다가 거슬러 주더라.

9,000동 짜리 17번 버스 영수증 겸 승차권

차장 아저씨가 나름 착해 보여서 숙소의 지도를 보여주고 여기 어떻게 가냐며 물론 바디랭귀지로 물어봤더니 뭐라 뭐라 베트남어로 말씀하시더니 숫자 4와 베트남어를 적어주신다.


정류장 이름인가? 뭐지? 아 모르겠다. 약 1시간 20여분을 달려서 종점인 Long bien에 도착했다. 내려서 지도를 보니 숙소까지 걸어가면 30분 이상 걸릴 것 같았다. 택시를 탈까 생각하다가 기왕 여기까지 온 것 버스를 한 번 더 타보기로 마음먹었다. 구글 지도를 확대해서 가만히 보니 Long bien 정류장 옆에 17을 비롯한 숫자들이 막 쓰여있고, 내가 예약한 숙소 근처에도 숫자들이 쓰여있다. 조금 더 확대해보니 일방통행이 있는 곳에 화살표도 보인다. 숫자 4가 Long bien 에도 있고 내 숙소 근처에도 있다. (알고 보니 4번 버스로 갈아타라는 뜻이었음)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구글 지도를 너무 이용할 줄 몰랐다. 정말 그냥 지도로만 봤다. 구글 지도에서 길 찾기를 하면 대중교통으로 가는 법까지 친절하게 알려주는데, 나는 정말 지도만 봤다. 그래도 그걸 보고 또 용케 찾아간다.


음… 그래 이거 타면 되겠는걸? 하고 일단 4번 버스에 탔다. 일단 방향은 숙소 쪽으로 간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버스를 두리번거리다가 젊은 여성에게 지도를 보여주고 숙소를 찍었더니 유창한 영어로 여기 간다고 한다. 그리고는 내리기 전 정거장에서 다음에 내리면 된다고 친절하게 알려주신다.


신캄언!


내린 곳에서 길만 건너면 미리 예약한 숙소가 나온다. 시간은 한 시간 반 조금 넘게 걸렸지만 450원과 400원, 1,000원도 안 되는 가격으로 공항부터 숙소까지 찾아왔다. 후훗, 재미있어지기 시작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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