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피오 Jan 19. 2017

[베트남/호이안]D6_호이안의 낮

체크인, 식사, 구시가지(올드타운) 관광

다음 버스를 기다리는 일본 청년을 뒤로하고 호스텔로 걸어갔다. 이미 사파에서 2시간여를 걸어봤기에 10분 안 되는 거리에 있는 호스텔 찾기는 쉽고 힘들지 않았다. 요즘 핫한 다낭과 다르게 호이안에는 높은 건물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나의 하루밤 숙소

크게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로 나뉘는데, 신시가지도 낮은 건물들이 넓은 간격을 유지하며 직선적이지 않게 배치되어 있는 모습이 드디어 내가 여행을 시작하는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했다.


조식이 포함된 8불짜리 호스텔이 오늘 밤 나의 숙소인데, 시설 깔끔하고 직원들도 친절하고 마음에 든다. 수건은 렌털 해서 사용하는듯한데 (요금표가 붙어있었음) 직원한테 모른척하고 공짜냐니깐그냥 쓰란다.


“깜언!”


어제저녁에 간단하게 씻은 이후로 지금까지 씻지를 못해 엄청 찝찝했지만, 배고픈 식욕이 더 컸다. 


‘그래 일단 먹자.’

베트남 중부 스타일 쌀국수, 까우라우

멀리 가기엔 대낮의 햇살이 부담스러웠고, 호스텔 길 건너편 식당으로 우선 향했다. 입구에서 메뉴판을 구경하는데 직원이 다가와서 말을 건다.


“이거 까우라우 라는 건데, 호이안 쌀국수야.”

“오 그래? 그럼 이거랑 콜라 하나 줘.”


까우라우는 관광지에서 외국인한테 판매함에도 불구하고 30,000동(1,500원)밖에 안 한다. 값이 저렴해서 실패해도 괜찮다는 생각에 주문했는데, 배가 고파서가 아니고 진짜 맛있다. 국물이 없는 간장 양념 맛의 쌀국수 같은 건데 채소에 고수까지 남김없이 싹 다 먹었다.


배불리 먹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 아까 얻은 수건과 함께 샤워를 마치고 올드타운으로 향했다.

자전거를 빌려서 갈까 하다가, 거리도 가깝고 자전거를 가져가면 주차요금을 따로 받는다는 걸 미리 본터라 그냥 걷기로 했다. 실제로 걸어가 보니 역시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자전거 빌렸으면 약간 돈 아까웠을 듯. 자전거는 입구에 유료로 주차하고 걸어서 올드타운을 구경해야 한다.

골목 골목 베트남 스럽다
먼 옛날 이곳에서 동서양간의 무역이 이루어졌었다

호이안 올드타운은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는 곳으로 보존상태가 훌륭한 동남아시아의 오래된 무역항이다. 건축양식 또한 이른 개방의 영향으로 중국, 일본 등 다양하며 서양과의 무역도 이곳을 통해서 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호이안의 올드타운을 유명하게 만든 건 등과 등이 만들어내는 야경일 것이다. 나도 야경을 보러 왔기에, 혼자 오후에 사진 찍고 영상을 찍고 동네를 몇 바퀴 돌았는데도 시간이 빨리 가지 않는다. 역시 혼자 있으면 시간 참 안 간다 라고 생각하며 휴대폰을 꺼냈는데, 그녀에게 페이스북 메신저로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나 호이안 왔어. 근데 네가 알려준 호스텔 이름을 잊어버렸어. (지도 위치 공유하며) 나 여기에 있어.”

“호스텔 이름은 기아 바오 호이안 백팩커 이고 주소는 OOO 이거야. 여기에서 지금 만날까?”

“굿. 곧 만나.”


뭐지? 예상보다 엄청 일찍 왔다. 심심했던 찰나에 잘됐다.

바로 촬영을 접고 호스텔로 향했다. 호스텔 앞에서 우리는 만났고, 본인도 오늘 여기에서 자겠다며 짐을 다 챙겨서 왔다. 이유는 이따가 듣기로 하고 방을 예약하려고 했는데, 이 호스텔은 이미 만원이라고 한다. 그래서 앱을 통해 근처의 저렴한 호스텔을 찾아 예약을 하고 바로 이동했는데 오버부킹이 됐다고 한다. 그녀가 슬슬 열 받으려고 하는 게 보인다.


“왜 내가 예약을 했는데 이곳에서 못 자?”

“미안, 인터넷 예약 시스템 관리가 서툴러서 가끔 이래. 대신 이미 선불로 예약을 했으니깐 더 좋은 호스텔은 같은 값으로 해줄게. 거기로 갈래?”

“멀어?”

“멀지는 않은데, 오토바이로 태워서 옮겨줄게.”


베트남에서 종종 일어나는 상황이라고 다른 블로그들에서 봤었는데, 그녀가 지금 그 상황 속의 주인공이 되어버렸다. 괜찮을 거라며 달래주고 있는데 오토바이 한 대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녀를 태워서 출발했다.


리셉션의 베트남 처자에게 주소를 받아서 이동하려는데 아까 그 아저씨가 본인 아버지라며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자기가 나 태워주겠다고 하는데 괜찮다고 하고 그냥 걸어갔다.


오토바이 탈걸, 은근히 멀다.

오 근데 호스텔이라고 했는데 이건 호텔이다. 도착해서 리셉션으로 가니 아까 그 오토바이 아저씨가 


“너 친구 수영장에 있어.”라고 하신다.


‘수영장?’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받고 수영장으로 걸어가는데 그녀가 도착하자마자 보낸 메시지가 이제 보인다.


“여기 가깝지 않아.”라는 멘트와 함께 수영장 인증샷을 보내왔다.


사진 속 그녀가 수영장에 같은 포즈로 누워서 날 반겼다.


“나 아까는 조금 우울했었는데, 지금 보니 럭키걸이야.”

“럭키걸? 왜?”


이유인즉슨,

다낭에 내려 일단 밥을 먹고 인포메이션 센터로 갔는데, 오토바이나 택시를 타고 다낭 – 호이안을 왕복하면 요금이 꽤 나올 것인데 기사 없이 외국인이 혼자 운전하면 안 되어서 비싸다고 했단다. 그래서 홧김에 로컬버스를 찾아서 한국돈 200원을 주고 호이안으로 바로 온 거라 했다. 오자마자 숙소도 꼬여서 짜증 나려고 했는데, 친절한 베트남 부자 아저씨가 오토바이도 태워주셨고 호스텔도 호텔로 업그레이드되었다며 좋아했다. 조금 전 호스텔 주인의 아버지인 이 호텔의 주인이 자기가 호이안에만 호텔이 2개 있다며 부자라고 막 자랑하는데 귀여웠다고도 한다.


“나 없어서 심심해서 온 거 아냐?”

“농담도 잘하셔~”

“하하, 일단 씻고 와. 하루 종일 못 씻어서 씻고 싶겠다.”

“그래, 씻고 빨래도 좀 맡기고 올 테니 내 수영장에서 놀고 있어.”


아 조금 부럽긴 하다.

같은 값인데 누군 수영장도 있고...

에라이 뭣이 중요한가, 다시 만난 게 중요한 거지!


"점심은 먹었어?"

"다낭에서 아주 맛있는 걸 먹었지, 넌?"

"나도 완전 맛있는 호이안 식 쌀국수를 먹었어"

"난 이제 베트남 쌀국수 싫어, 질렸어"

"하하, 그래 이제 쌀국수 먹지 말자. 근데 달랏으로 가는 버스는 예매했어?"

"예매해야 해? 그냥 내일 가면 자리 없어?"

"이여자보소, 가자 예매하러 가까워"


그녀가 하노이에서처럼 자연스럽게 팔짱을 낀다.

더운데 덥지가 않다.


"근데 동생 반팔만 있어?"


웃고 떠드는 사이에 해가 넘어가기 시작했고 캄캄해지면 제법 쌀쌀해질 것 같았는지 그녀가 물었다.


"내 긴팔은 내 호스텔이 있지, 귀찮아 그냥 갈래."

"그래? 추울 텐데?"

"나 한국 남자야."

"남자고 여자고 추운 것 똑같지 뭐, 내 거라도 입을래?"


이렇게 난 그녀의 후드티를 입었다.

살짝 작은 감이 있어 꽉 끼지만 입을만하다.

그녀의 향기가 남아 있는 듯하여 더 포근하다.


"안녕, 나 내일 달랏 가는 버스 예매하려고. 여기 내 오픈 버스 티켓이야."


직원 왈,

"너는 일정상 오늘 갔어야 하는데 왜 내일가? 운 좋은 줄 알아, 내가 한 번 눈 감아줄게."

"봤지? 나 럭키걸이야~"

"누나는 바보야(한국말로)"

"나 바보 아니야(한국말로)"


어제부터 느낀 거지만 외국인이 한국말 하면 참 귀엽다.

한국사람들이 말할 때와는 다른 억양과 엑센트가 참 귀엽다.

예약을 맞히고 구시가지로 오는 길에 내가 말을 걸었다.


"형제자매가 어떻게 돼?"

"나는 위로 언니만 2명, 내가 막내."

"아 그래, 난 남동생 1명. 내가 재미있는 한국 이야기 하나 들려줄까?"

"뭔데? 해봐"

"한국에선 딸이 셋 이상 있는 집에서 셋째 딸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데려오라는 말이 있어, 가장 예쁘다는 말이지."

"하하, 그건 한국에서 만 그런가 보다. 우리 언니들은 나랑 달라, 키도 더 크고 몸매도 다들 S라인이고 얼굴도 더 아름다워. 나봐.... 몸매가 일자잖아."

"아니 괜찮은데?"

"그나마 지금은 내가 헬스장을 열심히 다녀서 이만큼 유지하는 거야...."

"저런..... 사실 나도 몸이 이 모양 이 꼴이지만 내 동생은 키도 나보다 더 크고 몸도 훨씬 좋아, 헬스 트레이너야."

"와우, 못난이 둘이 같이 만나서 놀고 있는 거네?"


아무튼 성격 참 쿨하다. 이래서 대륙 대륙 하는 건가?

그렇게 걷는 사이에 이윽고 날이 저물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베트남/훼]D6_My friend는 사기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